개, 동성애, 노인 그리고 감성 (完)

2015.09.04 21:55

고구미 조회 수:1955

본의 아니게 광역 어그로를 끌게 되어 송구스럽네요. 

스스로도 불편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고, 몇몇 분들은 예상한대로 반응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이야기를 매너 없는 표현으로 이끌어간 건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용한 표현과 어휘로 불쾌함을 느끼신 분들께 정중히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러나, 글을 쓴 취지나 논의의 흐름 자체가 매도 당하는 것은 원치 않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자 합니다. 


제가 되도 않는 '감성'으로 논의를 이끈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례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진행하던 논쟁을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무마하려 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세상이 언제부터 논리로만 돌아갔느냐' 였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은 지금부터 감성으로 노선을 바꿀 테니 논리적인 근거를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까지 합니다. 


'논'쟁에서 '논'리를 빼면 그게 논쟁입니까? 논리 없는 논쟁이 성립이나 합니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게시하는 개 도살 동영상 등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폭력이 아니었을까요? 


생각해 보세요. 

한우 전문점에서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소도축 현장을 보여주고, 치킨 집에서 닭 목을 비트는 영상을 반복해서 틀어준다면 어떠시겠습니까? 

물론 영상을 클릭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논쟁에 참여하려면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봐야 알겠죠. 저는 상당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어떤 분이 개고기를 먹고 왔다, 라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가관이었죠.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이런 글을 올려야 하느냐. 그만해라. 하는 댓글이 태반이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동영상을 올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여기가 애견 동호회인가요? 아니면 개고기 반대자들을 위한 모임이었나요? 

그래서 썼습니다. 감성으로 논의를 이끌 거면 적어도 일관된 잣대라도 가지라는 취지로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들을 '기호와 취향' 이라는 키워드로 얄팍하게 일축시키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이슈들을 잣대가 불명확한 '감성'으로 찌그러뜨리지 말라는 취지로 쓴 것입니다. 


아마 마지막 단락까지 읽지 않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개도, 동성애도, 노인도 모두 자신의 감성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판단으로 타인을 설득하려면 잣대가 명확해야겠죠.



이는 제가 감성으로 논점을 흐리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들이댈 잣대도 없으면서 무슨 감성을 운운하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뭔가 거창한 결론을 내리며 '이게 다 똑같은 거야 멍청이들아' 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습니다. 

얄팍하다, 얕다, 생각이 짧다 등등. 네, 다 맞습니다. 감성으로 펼치는 논의가 얕다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해명을 드립니다. 



저는 동성애를 하지 않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동성애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에요. 제가 이성을 좋아하면 됐지, 남의 연애사에 왜 훈장질을 한단 말입니까. 



위의 이야기는 제 스스로가 동성애를 하지 않고 할 마음도 없지만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겠다는 뜻이고, 내가 아니라고 남도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잘못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저 표현을 두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몰지각한 차별론자로 몰고가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대목은 글의 취지와 너무 동 떨어진 반응이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끔찍'이라는 센 표현이 한 몫했던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은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주시길 바랐습니다. 


굳이 동성애를 얘기한 이유는 동성애가 단순히 비 위생적이고 보기에 좋지 않다라는 '감성'적인 이유로 배척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동성애는 그냥 '감성'으로 치부할 단순한 영역이 아니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더럽다' 라는 아주 단순 무식할 정도의 '감성'적인 반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의의 흐름에 사용했습니다.


동성애를 '더럽다' 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람들과 무슨 논쟁을 하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그 '더럽다'는 단순무식한 감성정인 논의를 논리적으로 깨뜨릴 수 있겠습니까? 

개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는 예쁘다', '사람과 친하다' 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과 무슨 논의가 필요합니까. 

충분히 존중 받아 마땅한 일들이 '감성'이라는 이유로 폄하되고 치부되는 일들을 꼬집고자 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개고기와 동성애가 묶일 수도 있다는 것을 비꼬자 했다는 얘기입니다. 



괴상한 해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듀게를 매우 오랫동안 조용하게 이용했던 사람으로서,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좋지 못한 글솜씨로 오해를 부른 점은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8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1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new 으랏차 2024.03.28 40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4] new bubble 2024.03.28 206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new 돌도끼 2024.03.28 37
125844 롯데 인스타에 [6] new daviddain 2024.03.28 89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new 돌도끼 2024.03.28 137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new 조성용 2024.03.28 230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02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update 상수 2024.03.27 133
125839 프레임드 #747 [2] update Lunagazer 2024.03.27 39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9]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351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582
125836 ZOOM 소통 [7] update Sonny 2024.03.27 238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00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update daviddain 2024.03.27 128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1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2]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144
125831 보아 신곡 -정말 없니?/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것은... 상수 2024.03.27 172
125830 토드 헤인즈 감독,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의 메이 디셈버를 보고 - 나는 괜찮고, 알고 있다는 착각들(스포있음, 내용 보충) 상수 2024.03.27 191
125829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03
125828 조국에 대해 [3] update catgotmy 2024.03.26 4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