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2015.09.06 15:02

마르타. 조회 수:1920

지금은 고인이 된 동화 작가 사노 요코 씨의 (백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에세이 제목입니다.


사노 요코 씨는 두 번 이혼하고 말년에 한류에 빠졌으며 암 선고 후 치료를 하지 않고 남은 여생을 기다리고 즐기며 사셨더군요.


염세적이다 싶기도 하고 과거 태생으로 보면 우익 성향이 깊은 집에서 자란 것이 분명한..(한국인들을 여전히 조센징으로 부르는 노모라던지 스스로 우익임을 드러내는 사촌 언니라던지..)

하지만 그녀 자신은 얄팍한 속내나 부끄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한류에 빠져 디비디와 한국 여행, 굿즈 쇼핑으로 일 년여를 보낸 후 한류 드라마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턱이 돌아가자 한류에 치를 떨고,

(욘사마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애정 부분이 흥미롭게 쓰여있는데 그다음 단막에선 욘사마에게 실증이 나서 징그럽다 묘사합니다ㅋㅋ)


젊은 남자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나이 든 인간들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정치인의 관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하셨네요.

아베는 싫다고 하십니다. 글을 쓴 시기에 아베가 1차 총리 시절.. 선경지명이십니다.


암 선고를 받고 남은 시간과 살아가는 비용에 대해 정산을 하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린색 재규어를 지릅니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고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이 부분 굉장히 가슴이 찌르르 한 부분이었어요.


저에게도 재규어는 젠틀하고 멋진 생김새의 좋은 집안의 어른 남자 같은 존재였나 봅니다.


어린 시절 중고 수입차 매장에서 빈티지한 재규어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는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재규어를 살 테야 라고 다짐했던 게 생각났어요.


좀 더 커서 차에 대해 관심이 생기자 새로운 재규어의 디자인에 대한 불만과 연비 걱정, AS에 대한 부담, 현재 나의 당치도 않은 경제력으론 꿈도 꾸기 힘든 차구나 깨닫고는

뭐 차는 연비가 최고지.. 재규어는 세컨카 정도의 재력에나 해당된다고 생각 들더군요.

(심지어 지금 타는 차도 없고 돌아다닐 일도 없고..-_-;)


가질 수 없어도 꿈은 꿀 수 있지 않습니까.


사노 요코씨도 평생 꿈만 꾸다 지르신거니 어쩌면 저도 노년쯤엔 까짓것 하고 재규어를 살지도요. 기왕이면 빈티지 모델로 사고 싶군요.



어쨌거나 굉장히 좋은 책이었어요.

요 근래 게시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우울함과 사는 게 뭘까요. 죽고 싶어요 등등에 해답은 안되겠지만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읽고 나니 저도 제법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싶더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트위터에서 정지를 당했습니다. [34] DJUNA 2023.02.28 2462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2850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35133
95462 이나라는 매국노들부터 없애야합니다 [6] 다펑다펑 2015.09.07 1941
95461 주인없는 강아지는 때려도 된다고 누가 그랬는지 [17] 바다모래 2015.09.07 2242
95460 [듀나인] 웹페이지를 프린트할 때 글씨를 크게 할 수 있을까요? [11] underground 2015.09.07 1511
95459 18금 성인 게임이 무삭제로 스팀으로 나옵니다 [6] catgotmy 2015.09.07 4143
95458 문화 마케팅 쪽 정보나 인맥을 쌓을 방법 알려주세요! [3] 대서양퍼핀 2015.09.07 1472
95457 30초 만에 토끼 찾으면 천재적 순발력이라고 [19] 가끔영화 2015.09.07 3793
95456 기쁜 날이었습니다. [6] 칼리토 2015.09.07 1930
95455 포르노는 남성의 전유물인가? [3] catgotmy 2015.09.07 1701
95454 앤트맨 보고 왔어요(쿠키 스포일러) 샌드맨 2015.09.07 1201
95453 베를린 필하모닉 예매 취소 방법 아시는 분 계신가요?! [2] 흰둥이 2015.09.06 1618
95452 러블리 이승환 ㅡ 친일파 청산했으면 국민 소득 5만불..... [6] 나니아 2015.09.06 2490
95451 보고만 있어도 삶이 정돈될 것 같은 영화 [17] noisette 2015.09.06 2829
95450 아가씨들과 잠시 이별...ㅡ_ㅠ [15] 샌드맨 2015.09.06 2428
95449 계좌 개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3] 튜즈데이 2015.09.06 1649
95448 <벼룩>코치 시계, 토즈 팔찌 각 하나씩이요 DKNI 2015.09.06 1226
95447 훌륭한 어른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2] 젊은익명의슬픔 2015.09.06 1410
95446 정말로 모르시는 거 같아 말씀드리는데, ‘게이가 불편한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차별 안돼’도 하면 안 되는 말이에요. [18] 마조히스트 2015.09.06 3112
» 사는 게 뭐라고 [5] 마르타. 2015.09.06 1920
95444 [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잡담 [7] 로이배티 2015.09.06 1568
95443 [문의] 로그인하면 게시글이 사라집니다. [8] brunette 2015.09.06 6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