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8 09:07
간밤에 자느라 누웠다가 채널 CGV에서 하고 있는 걸 엄마가 데이빗을 숲에 버리는 장면부터 봤습니다. 개봉할 때 봤는데 그때가 데이트 초기여서인지 영화 내용이 별로 기억이 안 나더군요. 덕분에 처음 보는 것 처럼 재밌게 봤습니다. 좋은 영화. 걸작 영화를 처음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참 대단하죠. 아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슨 얘긴지 아실 겁니다. 그래서 게시판에서 얘기하다보면 어떤 영화를 아직 안 봤다고 하는 분들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고.
여튼 간밤에 A.I.를 몇 번이나 울컥울컥하면서 봤는데 특히 저는 엄마와 데이빗의 관계말고 테디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테디는 별 감정이 없는 인형 로봇인데 데이빗을 끝까지 따라다니죠. 데이빗이 로봇 파괴 대회에 붙잡혀 갈 때 달 모양 기구 철창에 매달려서까지 데이빗을 따라 가려다가 떨어졌는데도 아장아장 곰인형 걸음으로 끝까지 따라갑니다. 꼭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아지도 주인이 있으면 꼭 그런 걸음으로 끝까지 따라오죠. 가끔 서열이 정리 안 된 개들은 자기가 주인을 앞서가지만.
그런데 결말이 제가 개봉 당시 봤던 기억과 다르더군요. 제 기억으론 코니 아일랜드 수중에 갇혀 얼어버린 데이빗을 외계인이 발견하면서 끝났던 것 같은데 어제 보니 다른 장면들이 더 있더라고요. 이게 혹시 후에 추가된 디렉터스 컷인 건지 아니면 처음 개봉 때부터 있던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위키를 봐도 그런 내용은 설명이 없더라고요. 참. 그리고 위키에선 해외 포럼등에서도 데이빗을 발견하고 깨운 존재들이 외계인이 아니라 로봇, 머신이라고 설명하던데 그게 맞나요? 아침에 씻으며 생각해보니 아무리 봐도 로봇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로봇이라면 다른 존재에게 명령을 받거나 하는 게 있을텐데 그들은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2015.09.08 09:10
2015.09.08 09:17
아. 스스로 진화한 로봇이라는 건가요? 그렇담 제가 가졌던 의문-상위 존재에 대한-과 상관없이 로봇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그 '하루'에 대한 기억이 왜 전혀 없는지... 아무래도 데이트 초기라 딴데 정신이 팔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 사실 처음 봤을 때 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도 불편했던 것 같고 크게 감흥을 못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10년도 더 지나 다시보니 스마트폰도 한 번 안 보고 몰입하게 되더군요.
2015.09.08 09:15
뒷쪽은 원래 있던 장면입니다.
개봉 당시엔 그 설명들이 사족같다고 얘기가 많았으나..최근 저도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조금 놀라운 경험을 했던게..그 길고 불필요해 보였던 마지막 부분이 참 좋더라고요.
매우 사려깊고 지적인 방식으로 서늘한 동화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데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결코 헤피엔딩을 위한 짜맞춤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에이아이는 곱씹게 되는 영화인것 같아요. 제겐 잔상이 참 많이 남아서 드문히 보고싶어지는 영화.
외계인으로 보이는 것들은 로봇이에요.영화의 서플먼트, 제작과정에서 직접 설명하기도 하고, 애초 외계인으로 보이는 로봇들이 데이빗에게 큰 관심을 쏟고 소중히 다루는 이유 자체가, 데이빗이 그 로봇들의 선조이며, 자신들의 조물주인 인간에 대한 기억과 지식들을 온전히 담고 있기 때문이었죠.
2015.09.08 09:24
저도 다시 보니 잔상이 많이 남네요. 데이빗이 엄마 곁에 누워 잠들고 테디가 침대 끝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 ㅠㅠ 외계인에 대한 내용은 설명들으니 이해가 됩니다. 서플먼트에도 등장했다니 제가 괜한 의문을 가졌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2015.09.08 10:02
저도 AI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그 '하루'…제가 그 영화에서 젤 좋아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인류 문명의 멸망을 어찌나 담담하게 묘사하던지…ㅠ… 어느 분의 표현을 빌린다면,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 낭패감'이 스산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죠.
특히 예고편, A에서 아이가 걸어나와 i가 되는 로고…지금 생각해도 감탄이 절로 납니다.
2015.09.08 14:17
지골로 조도 좋았어요.
어떻게 감정이 없는 로봇으로 감정 표현을 그리 애절하게 할 수 있는지.
마지막에 데이빗에게 앞으로 만날 여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전해달라고 하는 장면 뭉클하더만요.
David! I am. I was! ㅠㅠ
2015.09.08 14:54
2015.09.08 10:18
마지막 하루. 그게 없으면 데이빗의 오랜 기다림이 너무 슬프잖아요ㅠㅠㅠㅠ
2015.09.08 14:17
데이빗 엄마 깨우고 눈물 흘릴 때 요즘말로 심쿵! ㅠㅠ
2015.09.08 13:28
이 영화를 스탠리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로봇 버전으로 기획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를 충실히 이어받아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마지막 에피소드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인데, 'A.I.'의 미래로봇들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타차일드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아무튼...데이빗을 만든 회사 심볼이 기억나시나요. 호리호리한 사람형상이 다리는 가지런히 모으고 팔을 약간 벌리고 빛 위에 서 있는 황동색 심볼인데요...바로 인간이 아니라 미래로봇의 실루엣입니다. ^^
개봉당시에 평론가들이 마지막 에피소드의 미래로봇을 외계인이라고 하면서 또 외계인이냐고 비아냥 대던게 생각나는군요. SF팬들은 그런 평론가들에게 먼저 영화나 제대로 보라고 비판하던게 생각나고요.
2015.09.08 14:19
그랬군요. 단순하게만 생각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까 좀 더 이해가 매끄럽네요.
2015.09.08 15:13
이 영화 개봉했을 때 별로라고 했던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엔딩씬에 외계인이 나왔다고 생각하더라구요.
2015.09.08 23:33
추가된 장면이라는 게 '하루'를 만들어 주는 게 맞다면 원래 극장 개봉 당시부터 있던 내용이구요.
데이빗을 깨운 존재는 로봇이 맞습니다. 갸들 대화를 잘 들어 보면 인류가 멸망한지 한참 후, 로봇만 살아 남아 자기들끼리 진화한 후의 로봇들이고 태고에 자신들을 만들었던 존재(=인간)의 흔적을 찾아 헤매다 데이빗을 만났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나와요.
a.i. 짱이죠. 개봉 당시 왜 그리 까였는지...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