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7 22:51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으로 나온 김연수 소설집 스무 살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 스무 살은 어땠는지 생각 날 수밖에 없더라구요.
단편 스무 살을 보면 화자가 6년 전 스무 살이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우연인지 저도 스무 살이 6년 전이네요.
스무 살이면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대학교 2학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저보다 16살 많았던 남자인데 어쩌다보니 서로 마음이 통해서 만나게 됐어요.
그는 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 모임에서 만나게 된 새로운 사람들 중 한 명이었어요.
당시 제 기준에서 나이는 많지만 유부남은 아닌 싱글 남성이었는데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당연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났으니 그랬는데 어느날인가 모임의 카페 채팅창에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 뒤 서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어느 날인가 함께 코엑스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가 이런 질문을 제게 했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된 이후로 달라진 게 있는지.
연속되는 날들 중에서 어느 하루를 기점으로 인생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른인 것 같지 않다
저는 이런 식으로 답변을 했던 것 같아요.
신기한게 이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거에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데 육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때 제가 철판볶음밥을 먹었던 것까지 기억나요. 저는 초록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고 그는 노란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고
주말이었으니까 코엑스는 당연히 사람들로 붐볐고요.
왜 기억이 날까 생각해봤는데 그런 질문을 그동안 제게 했던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날이 지금 생각해보면 제 첫 데이트였는데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2015.10.18 00:53
저는 학부 때 짝사랑하던 남학생과 계단에서 마주쳤는데 (저는 계단을 올라가고 그 학생은 내려오고)
마주쳐서 비껴갈 때 뚜뚜뚜뚜하고 시간이 슬로 비디오로 천천히 흘러갔던 기억이 한참 남아있었어요.
(그리곤 끝. ^^ 허무한 청춘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