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혼잣말과 질문의 차이는 뭘까요...말만 보고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제목은 질문이 아니라 쓸 게 없어서 쓴 혼잣말 같은 거예요.


 

 2.한때 병원을 좀 다녔는데...동네 병원보다는 포스가 있어 보이는 병원에 가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신촌 세브란스를 다니게 됐어요. 물론 강남세브란스도 가 봤지만 포스는 신촌세브란스가 더 강한 거 같았어요. 세브란스를 갈 때마다 상상하곤 했어요. 여기 돌아다니는 사람이 다들 최저임금보다는 더 받는 거라면 고객이 얼마나 와야 하는 걸까 하고요. 


 의사를 만날 때 종종 학부생인지 뭔지 모를 조금 쭈삣거리는 거 같은 학생들이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방안에서 학생은 그들이지만 저는 소비자잖아요. 그 방안에서 갑은 의사도 학생도 아닌 저인 거죠. 흠. 그리고 저는 호기심이 아주 강해서 학생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곤 했어요. 공부는 어떠냐...이 선생님은 을들 앞에서 어떤 인격변화를 보이는가 연대 의대라면 경쟁은 얼마나 빡센 건지, 의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슨일까지 하는지 이 학부가 성형외과보다 만만해 보여서 선택한 건지 이것저것 묻곤 했죠. 


 의사에게도 그런것들을 묻곤 했어요. 의사는 말해도 될 만한 건 가르쳐 주고 외부인이 알면 안 되는 건 안 말해줬죠. 짐작 가능한 것들에 대한 대답만 들은 건데 거의 짐작이랑 비슷했어요.


 

 3.저는 대학교에서 굳이 교수들에게 잘 보이려 하진 않았어요. 아마 다른 과에 가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런데 학부가 끝난 후에도 그들을 계속 봐야 했더라도 그렇게 했을까?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어요. 어쨌건 간에 그들에게 잘 보여야 할 현실적인 이유도 없었고 비현실적인 이유도 없었어요.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최근에 동기들 근황을 물어보니, 전공을 살린 사람은 별로 없는 거예요.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니거나 전혀 상관없을 자영업을 하거나 그랬어요. 요즘은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라지만, 디자인과도 그럴 줄은 몰랐어요. 디자인과는 그냥 성적을 맞춰서 오거나 뭘할지 몰라서 오는 곳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방향성을 잡고 오는 곳이잖아요. 그렇게 여기던 것치곤 전공을 살린 사람이 많지 않아서 꽤나 놀랐어요.


 

 4.흠.


 

 5.한데 의대...그것도 학교 옆에 떡하니 거대한 직장이 있는 연세대 의대라면 어떨까요. 잘은 몰라도 보이는 것만 본다면 세브란스 병원은 의대생들이 갈 수 있는 곳에선 삼성이나 LG같은, 제일 좋은 곳 중 하나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런 곳에서 인간과 인간이 학생과 교수로 만난다고 하면 대체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압력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게다가 연세대 의대쯤 되면...가기 위해 들였던 공이나 의대에서 공부한 기간을 감안하면 의대를 나와서 전공을 안 살린다는 선택지는 거의 없겠죠. 역시 잘은 모르겠지만. 


 

 6.대학교 교수들을 굳이 신경쓰지 않은 건 미대생 특유의 에고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걸 빼고 봐도 그래요. 만약 패션디자인과라고 해 봐요. 백화점에 가기만 해도 DVF, 비비안 웨스트우드, 소니아 리키엘, 드리스 반 노튼, 맥퀸(이젠 사라버튼이지만) 같은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실컷 볼 수 있잖아요. 그야 그들은 먼곳에 있는 거물이지만 현실적으로 접근성 좋은 곳에 그들이 만든 결과물들이 널려 있단 말이죠. 그러면 도저히 그들을 존경하는 만큼 대학 교수를 존경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마찬가지로 시드미드나 르네 그뤼오, 다운튼, 잇코, 구스타프슨 같은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감명받아서 미술 대학에 왔다면 아무래도 대학 교수들은 그렇게 존경스러워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 않겠어요? 글쎄요...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한데 의대를 다니진 않았지만 의대생이 보는 교수는 왠지 다를 거 같아요. 의대생이라면 당장 강의에 들어온 사람...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현실적인 워너비가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의대생들은 몇 달 정도 사라졌다가 나타난다고 해서 외과 수술 능력이나 논문 쓰는 실력이 향상되는 게 아니잖아요. 성적이 떨어질 뿐이죠. 미대에는 몇 달 정도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레벨업되는 사람이 종종 있을 수도 있지만, 의대생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교수에게 배울 기회를 무조건 살려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미술이나 글, 음악 같은 거야 무조건 남과 달라야 좋은 거기 때문에 방향성을 잡거나 레벨업하는 데 어느 정도 자유롭지만 의대는 당면한 커리큘럼을 있는 그대로 소화해내야 할 테니까요.


 

 7.아래에 쓴 것들은 모두 '대충 이렇지 않을까?'하는 예측, 혼잣말 같은 거예요.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인 게 분명한 대학병원 건물과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의사들,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직 앳되어 보이는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도 보이는 서열관계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큰 대학병원을 소유한 의대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저런 곳에서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어떨까? 한 개인이 저기서 언터처블 소리를 들으며 마음대로 생활할 수는 없지 않을까?'같은 궁금증들이 생겨요. 


 위의 궁금증들은 결국 대학이 아카데미뿐인지, 아니면 필드에 얼마나 손을 뻗치고 있는지의 차이겠군요. 미대는 교수에 따라 다르지만 일러스트가 아닌 디자인 계열은 아카데미와 필드가 꽤 분리되어 있거든요. 그야 추천서를 써준다던가 회사에 입사시켜 준다던가 하는 말은 들었지만 의과는 교수가 필드에서 현업으로 돈을 벌고 있기도 한 곳이니까요. 


 그런 곳에서 교수에게 안 좋게 보인다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 건지 참 궁금해요. 보통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글을 끝내지만 이 글엔 저의 호기심을 어느정도 해소해 줄 만한 일화나 썰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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