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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의 2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추억의 마니]는 조앤 G. 로빈슨의 [When Marnie Was There]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전작 [마루 밑 아리에티]처럼 영화는 원작 배경을 일본으로 옮겼습니다.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후 법적 후견인 보호 아래에서 자라온 12세 소녀 안나는 천식 때문에 홋카이도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그 마을 근처에 자리 잡은 낡은 유럽식 저택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거기에 사는 마니라는 또래 나이의 소녀와 친해지게 되는데, 당연히 마니에겐 어떤 비밀이 있지요. 시작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확연히 다 보이고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사실도 미리 짐작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편하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는 지브리 기성품입니다  참고로 본 영화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가 [바람이 분다]와 [가구야공주 이야기]에 이은 또 다른 고별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은 좀 찡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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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세상을 만나다]

 [추억의 마니]와 함께 최근 깜짝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은 브라질 애니메이션 영화 [소년, 세상을 만나다]는 ‘아빠 찾아 삼만 리’로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여러 좋은 시각적 순간들을 제공합니다. 애들 그림이 연상되는 영화 속 2D 애니메이션은 정말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주인공 소년이 도시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에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광경들은 풍성하고 아름다운 볼거리입니다. 단편 영화에 더 적절할 것 같은 이야기를 장편 영화로 늘인 티가 간간히 나긴 하고 후반부에 가서 좀 덜컹거리긴 하지만, 결말에서 풍기는 씁쓸하면서도 찡한 여운은 잊기 힘들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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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사]

 찰리 카우프만과 듀크 존슨의 공동감독 작품인 오스카 후보작 [아노말리사]는 카우프만이 쓴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의 라디오 드라마 공연에 가까운 무대 연극과 달리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카우프만의 전작 [시네도키, 뉴욕]에 비해 단순하고 소박할지언정 결과물은 여전히 독특하게 웃기면서도 치열하게 진지합니다. 한 외롭고 우울한 유부남이 그의 눈앞에서 말 그대로 주위 사람들과 전혀 다르게 보이는 한 낯선 여성에게 서투르게 접근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가슴 뭉클한 면도 있고, 카우프만과 존슨은 능란하면서도 도전적이기도 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상당히 감정적인 순간들을 연출합니다. 원작 연극 초연에 참여했던 데이빗 튤리스, 제니퍼 제이슨 리, 그리고 톰 누난의 목소리 연기도 좋은데, 튤리스와 리야 믿음직스럽고 누난은 시치미 뚝 떼고 일부러 단조로운 연기를 하는 재미를 상당히 보고 있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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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매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신작 [세기의 매치]는 미국 체스 선수 바비 피셔의 전기 영화입니다. 어릴 때부터 체스 신동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던 피셔는 젊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도전하게 되는데, 그의 적수가 된 소련 체스 선수 보리스 스파스키는 세계 챔피언답게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는 동안 피셔는 가면 갈수록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이면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지요. 냉전 시대의 신경증적 분위기 배경을 바탕으로 영화는 피셔의 상승과 추락에 대한 극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정작 영화는 인간 피셔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니 토비 맥과이어를 비롯한 영화 속 배우들은 적절히 캐스팅되었음에도 불구 낭비된 감이 듭니다. 평탄한 줄거리 전개도 문제이지만, 체스 경기 장면들도 그리 많이 흥미를 끌지 않으니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 맥 빠진 기분이 드는데, 본 영화 대신 다른 체스 선수 실화 영화인 [Searching for Bobby Fischer]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비 피셔가 주인공은 아니어도, 그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고 감동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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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데니즈 겜즈 에르구벤의 장편 영화 데뷔작 [무스탕]의 배경은 터키의 한 작은 외딴 마을입니다. 막 학교 방학이 시작되어서 신이 난 랄리와 그녀의 네 언니들은 학교 끝나자마자 해변으로 가서 남학생들과 즐겁게 같이 놀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이들은 그들의 할머니와 삼촌에 의해 감금당하는 신세가 됩니다. 가부장제 전통을 따르는 보수적인 친척들 때문에 결혼할 때까지 집에 갇혀있어야 되는 그들의 상황은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많이 활기에 차 있습니다. 한순간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는 자매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감동과 웃음이 있다면, 그들이 결국 각박한 현실과 부딪히는 모습엔 아픔과 절박함이 있지요. 결말에서 엿보여지는 작은 희망에 대해선 전 많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뭔가 더 나아지길 바라지 않을 수 없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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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푸팬더3] 

  전편 끝에서 살짝 예고된 대로 [쿵푸팬더3]는 우리의 팬더 주인공 포와 그의 친아버지 간의 부자 상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갑니다. 물론, 본편에서도 또 다른 위협적인 악당이 등장하고 당연히 포는 그 악당과 조만간 맞서야지요. 전편들을 통해 익숙해진 이야기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다 보니 영화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고 시리즈도 지쳐가는 티를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가라앉아갔던 슈렉 시리즈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인 가운데 재미와 볼거리 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합격 점수를 줄만 합니다. 전편들에 비해 살짝 처지지만, 아직까지는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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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 시몬: 영혼의 노래]

    넷플릭스에서 제가 본 첫 다큐멘터리인 [니나 시몬: 영혼의 노래]는 유명한 미국 가수 니나 시몬의 굴곡진 인생을 둘러다 봅니다. 원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는 걸 꿈꾸었지만 흑인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 당했었던 그녀는 나중에 대중 가수로써 상당한 성공과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인생은 험난하게 그지없었습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매니저 남편과의 열렬한 막장관계도 문제였지만 그녀의 정신 상태도 꽤 불안했었는데, 1960년대 미국 인권 운동에 매진하는 동안에 그녀는 좀 안정되나 싶었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녀의 경력은 본인의 노골적이고 과격한 정치적 입장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지요. 다큐멘터리는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통해 시몬의 여러 면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그러기 때문에 경력 말기에 그녀가 재기하게 되는 모습엔 작은 감동이 있습니다.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으셔도, 최근에 오스카 후보에 지명된 본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이 가수에 대한 흥미가 절로 생기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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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브, 사막의 소년]

   얼마 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디브, 사막의 소년]은 처음부터 이야기 배경 설명을 그리 잘 해주지 않는데, 영화는 1910년대 후반 서부 아라비아 사막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베두인 부족 소년 디브의 관점을 통해 전개되는데, 어느 날 한 영국 장교가 모종의 임무 때문에 디브의 부족을 찾아와 길안내를 할 것을 부탁합니다.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지만 디브는 안내 일을 맡은 그의 형 후세인을 고집스럽게 따라오고, 당연히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나중에 상당히 절박한 상황에 빠지게 되지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지 않으셨다면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요구되는 가운데 영화는 아트하우스 영화답게 느릿하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마션]의 촬영 장소였던 요르단 사막 지역에서 슈퍼 16mm 필름으로 찍은 사막 배경들은 황량하게 아름답고, 사막의 법칙에 눈 떠가는 주인공 소년의 고전적 성장 모험 드라마는 장르 변주들과 흥미롭게 섞여지면서 독특한 인상을 남깁니다. 베두인 부족 출신 비전문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도 인상적인데, 듣자하니 본인들 동네에서도 반응이 좋았다지요. (***1/2)   


 P.S. 

  영화 속 영국 장교를 연기한 잭 폭스는 제임스 폭스의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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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War]

  뒤늦게서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하이재킹]의 감독 토비아스 린드홈의 신작 [A War]는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와 야누스 메츠 패더슨의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후보 상에 오르기도 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어느 지방 마을 근처에 주둔하고 있는 덴마크 부대의 지휘관인 페데르센과 덴마크에서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페데르센의 아내와 자녀들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전작 [하이재킹]처럼 본 영화는 담백한 사실감과 박진감을 통해 우리 관심을 붙잡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영화는 전투 중에 터진 예기치 않은 비극으로 페데르센이 송환되면서 법정 드라마 모드로 들어서는데,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페데르센의 처지를 담담하게 지켜보는 동안 여러 생각할 볼 거리들을 남깁니다. 건조하지만 생각보다 흡인력이 상당합니다.  (***1/2)   


  P.S.

  주연 배우 필루 애스백은 [하이재킹]에서도 주연이었는데, 참고로 [루시]에서는 여주인공의 그 형편없는 남자친구였고 곧 [왕좌의 게임]에서 중요 조연들 중 한 명으로 나올 예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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