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퇴한다고 했었지만, 이따금씩 하고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닉네임을 변경합니다.


2. 참고로 저는 남성이며, 강남역 묻지마 사건에 많은 생각이 들었고, 

제 입장은 해당 사건은 명백히 여혐 범죄가 맞다는 겁니다.

전체 남성혐오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도 동의하지만, 여성이 분개하고 더 들고 일어나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여혐 범죄가 맞습니다. 그게 1개 정신병자가 한 짓이든 간에,

해당 가해자는 여성을 기다렸다가 여성을 죽였고, 원한을 품은 지인 여성이 아닌 무작위 여성을 죽였는 데다가,

'여자라서 죽였다'라고 지 입으로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습니다.

따라서 여혐 범죄 맞습니다. 남성은 여성혐오가 극대화될 때 + 물론 정신도 이상할 때, 이렇게 무작위의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을 할 수도 있다, 라는 것도 팩트입니다.

물론 정신병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겠죠. 여기서 근데 정신병이 중요합니까? 남성이 '무작위'의 여성을 '여성이라서 + 여성을 혐오해서' 죽였다고 합니다.

남성인 제가 봐도 (네 뭐 남성이 봤든 여성이 봤든 나발이든) 여혐 범죄가 명백합니다.

+ 덧붙여, 정신병 걸린 여성이 묻지마 범죄로 무작위의 남성을 죽인 사건은 제가 기사로 접해 본 기억은 없습니다.

+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저지르는 게 살인인데, 정신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에 참작되는 건 모순이죠.


2. 강남역 묻지마 사건 10번출구 어제 갔다 왔습니다.

훨씬 많은 포스트잇이 있었고, 붙일 공간이 모자라 공간이 더 넓어지고, 심지어 포스트잇 위에 덧붙여지기까지 했고,

꽃도 수북히 쌓여 허벅지 정도까지 있었구요.

남성 몇 명이 마스크를 쓴 채 '이건 정신병 걸린 사람의 범죄이고, 남성 전체를 혐오할 게 아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들고 서 있었구요.

심지어 그 내용에는 '세계 치안 1위 한국에서' 라는 근거 없고 웃기지도 않는 보충 설명이 있었구요.

사람이 죽었습니다. 무작위의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은 사건입니다.

여기서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들어줘야 합니다.

'어떤 남성이 자기를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죽일 지도 모르는 세상'이 된 것이 팩트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고, 그들의 권리를 내세워야 하는 게 너무너무 당연합니다.

그 상황에서 꼴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극 무례함이며, 여성의 목소리를 지지는 못 할 지언정, 조용히 아닥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근데 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한 현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피켓 시위를 하던 남성들은 뭔가요?

그거, 꼭 그 자리에서 해야합니까? 차라리 광화문이나 온라인에서 하면 안 돼요?


남성 전체를 맹목적으로 혐오하게 된, 혐오하는 여성들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이것도 잘못된 거 맞죠.

근데 대부분의 여성이 그렇게 생각합니까? 극히 일부 여성이거나, 좀 더 보편적이다 하더라도, '김치남' 정도를 언급하는 가벼움 아닌가요?


3. 현장에서 실시간 토론도 이뤄지더군요. 현장에서 남혐 반대를 외치던 남성과, 한 여성이 가벼운 말싸움으로 시작하는 게

점차 언성을 높이더라구요. 이게 어제 무작위의 시간에 현장에 30분 동안 있으면서 발견한 일이었고,

그 짧은 무작위의 시간에서도 남녀의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지나가던 남성을 죽인 사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냐?' 라는 게 여성의 주장이었고,

'그건 그냥 정신병자죠.' 라는 게 남성의 주장이었구요.

남혐과 여혐은 존재합니다. 김치남/김치녀라는 언급도 소소한 남혐과 여혐입니다.

하지만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주최가 되는 건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죠. 팩트 아닌가요?

여성들이 분개한 것은, 여혐에 대해 분개한 게 아니라, "여혐에서 발전하는, 심지어 무작위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 입니다.

분개하는 게 당연합니다. (일부) 남성분들 제발 찌질하지 마세요.

같은 남성이지만, 현장에서 피켓 시위하던 남성분들 정말 찌질해 보입니다.


4. 포스트잇에는 남혐 반대 목소리의 글들도 꽤 많습니다. 어느 분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남녀비율' 이라는 출처불명 전세계 통계를

손수 그려서 붙였더라구요. 대부분의 나라가 남성 피해자가 더 많고, 남성이 70%가 넘는 곳도 있다라는 식으로 살인사건 피해자 수를 비교하던데,

그게 이 사건에서 먹히는 겁니까?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 '남혐/여혐에 의한' 피해자,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로 비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5.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체 맹목적 남혐, 저도 잘못됐다 생각하고 반대합니다만,

헤어지자고 했더니, 차에 태워 한적한 곳으로 가서 여자를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남성, 불을 끄려 개울가로 도망가던 여성을 다시 돌로 쳐 죽인 그 남성,

지나가던 행인이 있건 말건, 여성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차서 피를 토하게 한 후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한 남성,

이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되지 도 않은 채 조용이 묻혀 지나간 일부 사건일 뿐인데도 이 정도입니다.

여성이 남성을 혐오해서 남성의 직장에 그를 험담하여 잘리게 했다거나, 집 앞에 오물을 뿌릴 순 있겠지만,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죠.


6. 오래 전에 제가 글을 쓴 것 중에, 여성에게 너무 사소한 것까지 배려되어 있는 문화라든가, 여성 전용 택배함 얘기를 하면서

택배기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에 대한 내용을 적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여혐자가 아니며, 여성을 남성보다 더 배려해줘야 한다기 보다,

여성이 남성과, 남성이 여성과,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된다는 주장입니다.


7. 여성전용택배함은 택배기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강남역 사건으로 여성들이 분개한 것은 남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 맹목적 남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여성이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더 외쳐주세요.

물론 '여성을 무시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떤 제도적,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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