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5 21:57
심각한 바낭 글입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감기나 알러지로밖에 판정되지 않는(병원에서요) 증상들로 정말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물론 눈이 툭 불거진, 그리고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이 낮은 제 왜소한 동생은 "나는 자취까지 하면서 막 부딛히고 싸우고 다쳐보는데 너는 왜 편하게 사냐"라고 했죠.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수준이 낮아서 벌어진 문제가 가까웠어요, 제가 보기엔. 저는 여름에도 열이 들끓었다가 다음날 한기를 느끼면서 열이 식어내리고 콧물은 한번 쿨타임 오면 코가 막히고 또 막히도록 나왔죠. 병원 갔더니 알러지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이제 20대 중반 바라보는데 2~3년 지난거로 참 억울하게 시간도 지났고 한 건 없는데 대학교 학년은 올랐죠. 휴학도 한 2년은 했는데, 학년이 올랐네요. 유급보다는 낫지, 그런 생각 하면서요. 동생은 다니던 전문대를 졸업했고 온갖 착취의 온상인 블랙기업(이 단어 모르시는 분들은 검색을 추천드립니다)을 전전하면서 살고 있어요. 종종 집안 식구들에게 호통치고, 밖으로 나돌면서 밖에서 유희를 위해 보는 "언니"들에게는 예,예 하고.
저는 요즘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중입니다. 정말 생각 그 자체라서 이 생각으로 뭐가 되지는 않는다는것이 중요하지만 또 제가 뭘 생각하는지가 남들에게는 중요한 건 아니죠. 왜 저는 행복하지 않을까요? 남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이런 것이. 그런데 또 웃기죠. 저는 왠지 "내가 행복해지는 상상"을 꺼려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줬다 뺏는건 억울하니까, 상상 속에서도 저는 행복을 못 얻어요. 대학 졸업을 하던지 안 하던지 나중에는 직장 빨리 얻어서 돈 벌면 행복한거야, 안 굶고 고기먹고 배채우면 행복한거야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세뇌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네요. 왜냐면 줬다 뺏는 건 억울하니까.
어차피 남은 저에 대해 잘 몰라요, 그렇죠? 그래서 남들은 어차피 뭐 내가 길가다가 칼맞아 죽어도 신고도 안하고 깔깔 웃을텐데 왜 나는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고민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요.
2016.05.25 22:08
2016.05.25 22:11
오랜만에 글을 쓰셨네요.그만큼 진짜 많이 힘드신것 같다는 말은 겉치레 인사말 같아서 싫어하실것 같지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힘드신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모든 상황을 백프로 아는 저 자신이 힘든 이유도 몰라서 고민하고 있는데 어찌 글 몇개만 보고 남을 알겠어요.
하지만 이 글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마지막 문단에서, 님이 칼맞는데 깔깔 웃을 사람은 없습니다.님은 옆에서 누가 칼맞으면 그리 웃으시나요? 그렇게 모두가 내 상처를 비웃는다는 오해가 원인의 일부가 될것 같네요.
그리고 진짜 남이 상관하지 않는다면 왜 이런 글을 쓰셨죠?그래도 누군가가 와서 도와줄거란 믿음이, 그러길 바라는 소망이 있어서 쓴 글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게, 이렇게 공격적으로 위악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싸잡아서 나쁜놈으로 모는것보다는 나을겁니다.아마 이렇게 타인을 미리 나쁜사람으로 규정하는건 솔직하게 애정을 구했다가 거부당하는게 두려워서일텐데, 리스크 없이 얻을 수 있는건 없고, 리스크 테이킹은 연습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공격적인 동생 역시 님의 자존감을 흔드는 원인중 하나인것 같습니다.동생을 이제와서 고치긴 힘들테고, 동생을 받아들이는 맘가짐을 바꾸는게 어떨까요.동생의 공격에 상처받는건 당연한 말이지만 동생이 님에게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죠.그치만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면 그냥 남취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줍잖은 충고 저도 싫어하지만, 그리고 아마 님도 제 글을 싫어하실지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필요하실까 싶어 몇자 적었습니다.
2016.05.25 22:19
저 같으면 신고를 하는데 저는 조작변인이나 종속변인이고 남은 독립변인이잖아요.
참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2016.05.26 08:37
블랙기업이나 다니면서 남들 비위나 맞추는 동생은 그냥 무시해 버리세요.
괘씸한 건 둘째치고 내가 종속변인이 되어서 동생이 말하는 거 한마디 한마디에 속을 끓이면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 때문에 매일매일이 힘드실 거 같네요.
2016.05.25 22:11
2016.05.25 22:55
저도 답을 못찾는,답이 없는게 답이라는걸 또 쓰면서 알아차리는 유능한 점도 많습니다.
답을 알았으면 문제는 해결된거나 마찬가진데 여전히 답을 안쓰고 백지로 그냥 내고 떨어지려는지.
2016.05.25 23:14
2016.05.27 00:21
작은거라도 시작해보세요. 방향없이 뭔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하루하루 강해진다는 느낌을 갖는게 중요합니다. 왜 강해져야 하나 그런거 아무도 몰라요. 베지터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