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의 적일 뿐인 일베와 동급인 그 남초게시판들 흐름 따위야 뭐가 문제냐~ 라는 의견이신 분들은 그냥 스킵해 주시고요.


현재 남초게시판들이 여혐성향들이 갈수록 커지고 공공연해 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반면 상당히 진지하게 여혐성향에 대해 태클을 걸고 진압하려고 애쓰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도 곤란합니다.


인터넷 게시판 초창기에만 해도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낙인이 아직 찍혀있지 않았고 진보적 자유주의 성향이 지배하던 시기라

지금과는 사뭇 달랐죠. 대놓고 마초성향을 드러내는 게 흔치 않던 시절


그러다 아마도 디씨를 기점으로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런저런 막가는 흐름들이 생겨나고 대세를 타고 등등~

그 와중에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남초 게시판에는 페미니즘까지는 아니어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정도는 지켜야 한다고 믿는 세력이 완강히 있었습니다.


그 남초 게시판들 어차피 주작 여혐글 넘치던 데 아니냐 라는 비슷한 코멘트를 본 것 같습니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주작 여혐글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주작 여혐글에 대해서 그게 주작이라는 걸 애써 증명하려고 하고 그에 잠재된 여혐성향을 지적하고 통계를 찾아서 반박하는 수고를 굳이 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죠. 김치녀니 하는 말들이 별다른 제재없이 남초들에서 유통되었다는 식의 과장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 제재를 하고자 꽤 성공적으로 노력해온 사람들에게는 불편(!)합니다. 무슨 시혜적 시각으로 그리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성평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왜곡된 여혐 성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와 불편함을 느끼는 남자들은 남초에 실제로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건 뭐랄까 기나긴 진지전 같은 거였죠. 일베와 일반적 리버럴 성향 남초게시판들이 달랐던 가장 큰 부분은 그런 진지전을 통해 브레이크를 거는 성찰이 존재한단 거고요. 한쪽 성향만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게시물들을 펌질하고 편집해서 극단화하는 것은 간단합니다만... 


그러던 것이 근래 2-3년간 뭔가 조직적인 (실제로 말 그대로의 뜻으로 조직적이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딱히 다른 생각나는 말이 없네요) 프레이밍 활동에 의해 이들의 입지는 꽤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뭐 간단히 말하면 명분싸움인데요.. 이른바 '친위대론' 이란 것이 급작스레 득세하기 시작했어요.


구질구질한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이 친위대론이란 것이 재미있습니다. 여혐 성향 게시물에 '주작이다' 는 댓글을 달고, 한국 여성의 왜곡된 성의식이 세계 기준으로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논하는 글에 이를 논박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찾아서 나르고 하던 남자들에 대해, 이들이 성평등이라든지 다수자로서 소수자 옹호라든지 인권이라든지 하는 그들이 보기엔 뭔가 거대담론적이고 고아하고 그래서 더욱 전혀 수긍이 되지 않는 그런 동기로 움직인다는 나름의 자긍심(?) 부분부터 망가뜨리는 저열하고도 효과적인 담론전략이죠. 그니까 늬들이 그런 여자들 빨아주는 짓을 하는 건 게시판 내에 존재하는 소수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자로서 자존심 내팽개치고 그런 쪽팔리는 짓을 하는 거야 수준의.. (어쩌면 조직적인 담론전략도 뭣도 아니고, 이 상상력 부족한 종자들은 개인이 자신의 성욕, 물욕, 식욕 같은 것 이외의 동기에 의해 다른 집단을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갔을 뿐이고 그래서 자기 수준에서 딱 이해가 되는 이런 동기를 찾자 의혹이 바로 확신으로 바뀐 것일 뿐인지도 모릅니다만....) 


거꾸로 말하면 이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 남초에서 쫓아내려는 저열한 프레이밍 진지전을 몇년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것이 그들이 쫓아내려고 한 사람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게 상당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근데 여기서 메갈이라는 잭팟이 터졌어요. 이제 친위대를 넘어서, 뭔말만 하면 메갈충으로 몰립니다.


메갈 자체에는 뭐하는 곳인지 별 관심도 없었고 가본 적도 없고, 빤히 보이는 여혐성향 유저들이 이게 한국 여자들 수준이라며 신나서 퍼오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냥 좀 빨리 잠잠해지고 묻혀라 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수준의 인식이었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메이저 데뷔를 했습니다. 성급한 예단일지 모르겠지만 이 진지전에서 저희들(듀게 유저들 말고요..)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 5년간은 재기가 어려울 거라고 봐요. 뭐 딱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일베와 관련된 모든 것을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커뮤니티들에서 대세화되면서, 한동안 노무현에 대한 어떤 비판도 "일베로 돌아가" "알바비는 얼마나 나오나요" 이상의 반론을 받지 못했던 것과 좀 비슷하려나요. (일베에 대한 배제노력은 메갈보다 못했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단연코 아닙니다. 일반적 리버럴 성향 남초게시판들에서 일베를 배격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란 말이 유행인가보던데 허락하고 자시고 하자는 건 아닙니다. 근데 우리야말로 남초게시판에서 진지전 좀 하게 허락해줬으면 좋겠네요..  (한국) 남자 전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젠더니 뭐니 다 집어치우고 양성 관계를 계급투쟁마냥 적대 투쟁 관계로 선명하게 정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일 수 있다고도 봐요. 그런데, 뭐 말 그대로 물질적 혁명이라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제도권 페미니즘이나 메이저 여초에서 저런 관점에 동의와 공감을 표하는 순간 남초커뮤니티가 문제가 아니라 일반 담론 공간에서 페미니즘은 NL이 되는 겁니다. 수명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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