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만난지 다음주면 백일이 됩니다.

 

백일.. 벌써 3달이 됐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만날 때마다, 항상 싸워서요. 아니 싸운다기보다는

제가 화를 내요. 항상.

 

발단은 한 마디로...'제가 예상했던것과는, 제가 기대하는 부분과 항상 다르게 행동하는' 남자친구에요.

그렇다고 전부 남자친구탓은 아니겠지요. 제가 무리한 걸 바라고 기대했던 부분도 있을테니깐요.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게 정말 그렇게 무리한가, 할 수 없었나. 라는 생각이 들고

아냐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하지 않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서운하고 미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어서 따박따박 화를 내게 되요.

 

뭔가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문자를 하루에 열개씩 해달라고 한것도 아니에요.

 

그냥 편지 한 통 써줬으면 좋겠다고. 백일에 편지써주면 너무 좋을것 같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자기는 살면서 여자한테 편지 한번도 써본적 없다면서 좀 봐달래요.

그래서 그럼 처음으로 나한테 쓰면 되겠네, 라고 하니깐 허허 알았어 크리스마스땐 써주겠다고 하네요.

 

그리고... 좀 사소한거나마 날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이 사람은 솔직히 대체 어떻게 이런 자세(?)로 그렇게 많은 연애를 했나 싶을만큼,

'전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좀... 배려가 없어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라서 이건 니가 무리한거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거에요.

가령.. 어디 식사를 하러 가서 메뉴 고르는거 (자기만 메뉴판 본다거나) 길 걷는거 (왜 앞서 성큼성큼 걷는지, 제가 가다가 돌부리 걸려 휘청해도 모르고가는거보고 정말)

버스를 타서는 핸드폰 게임에 정신없는거 (나랑은 얘기도 안하고) 2주에 한번 만나는거 관계 하고 나면 피곤하다고 그 길로 자 버리고 (난 안 피곤한데)

쇼핑을 할때는 10분도 안되서 지루하다는듯 표정 짓고 영화관에 가서는 팝콘이나 쳐묵하면서 내가 마치 없는 사람인마냥 굴고...

 

그나마 제가 뭐라고 하니깐 알았다고 맞추겠다면서 미안하다면서 대부분은 이제는 저렇게 안해요. 저런 상황(?)이 되면 제 기분을 살펴요. 아니 눈치를 살피는건지. 

아무튼... 안하는데.

 

그래도 정말 만날때마다 뭔가 하나씩 어? 하게 되요.

그래 매일 내내 업무 시달렸을테니깐 일찍 자고 싶겠지 각자 존중하면서 살면되지 싶으면서도

어느 순간 제가 너무 서운해져서 못참고 말하게 되요.

그렇게 지적질할때마다 너무 스트레스에요. 남자친구도, 네네 사모님. 이러면서 대부분 맞춰주면서도 약간 버거워하는듯 하구요.

 

친구한테 이런 말했더니 저한테, 그건 니 전 남자친구랑 자꾸 비교해서 그런거라고 그러네요.

네 지난 남자친구랑은 너무, 너무 달라요. 그 사람은 편지도 한달에 한번은 써줬고 낯간지럽다 싶을만큼 배려심도 깊었어요.

4년 2개월을 그런 사람한테 익숙해져있다가 그런 보통 남자를 만나니 니가 어색해져서 그런거라고.

적응되면 다 또 지낼만하다고 하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하네요.

 

친구 말이 맞겠지요. 맞을거에요 아마도..

제가 너무 그 사람, '잡는'거겠죠.

 

저 사랑한다고..그렇게는 믿어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전화해주고 회사 일보면서 잠깐 잠깐 짬내서 전화해주고 밤에도 전화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2주에 한번씩 만나는 날엔.. 제가 항상 알바 끝나고 만나게 되는데, 힘들었지 하면서 항상 다리랑 발 주물러주고.

자고 일어났을때 이마나 볼에 뽀뽀해줄때, 길 가다가 가끔씩 손을 붙잡고 손등이나 손바닥에 키스해줄때,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긴 하는구나.. 마음은 느껴져요.

 

그리고 가끔씩 뜻밖에 말을 할때, 그런걸 느껴요.

가령 오늘은, 오늘은 그러는거에요. 제가 물어봤어요. 왜 나를 좋아하냐고.

그러니깐 자기도 잘 모르겠대요. 꼭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냐고.

다만 너를 생각하면 가끔 가슴이 아픈데..

그때 느낀다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구나...

 

 

네 ... 그러면 그걸로.... 충분해야 되는데

저는 왜 이렇게 이기적인건지.

 

알아요... 제 잘못인거...

 

 

오늘 '제가' 화낸것도 너무 사소한거였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저는 너무 서운했어요.

다음주에는 100일이니깐 그래도 뭔가 기대했었어요. 이제 가면 3주는 못보는데.. 뭔가 어디 가지 않을까,

선물 바란건 아니에요. 편지 한통, 정말 그거 원했는데. 아니면 먼저 우리 곧 100일인데 같이 못 있어서 아쉽다, 이 말 한마디 바란건데

헤어질때까지도 아무 말을 안 하는거에요. 그때 아, 정말 못견디겠다. 너무 서운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가기 전에 잠깐 걸으면서 얘기 좀 하자고 했죠.

 

우리 100일인거 아냐고. 하니깐 안대요. 그런데 왜 아무말이 없냐니깐..

그냥... 자긴 그렇게 큰 의미 안뒀다고 하면서 그거때문에 서운했구나 미안해 크리스마스랑 몰아서 하자, 라고 하는데

제가 더 할말이 없더라구요...네.. 그냥 딱 적당한 말을 했지요. 맞는 말을 했고.

그래서 알았다고.. 난 알바하러 가겠다고.. 그러고 오는데,

왜 그러냐고. 왜 그렇게 또 화를 내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알아, 내가 바라는거 많은거. 됐어 그만하자.. 나도 그만할게. 라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서로한테 바라는게 좀 너무 다른것 같아. 오빠도 벅차고, 나도 벅차고.

절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그래.. 이런거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거 아는데.. 근데 이상하게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했어요.

 

그러더니 남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안 싸우는 사람이 어딨냐고. 우린 싸우는것도 아니라고. 당연히 맞춰가는거라거 서로..

그리고 이상한 생각 하지말라고... 난 니가 나한테 먼저 헤어지자고 하기까지는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할 생각 없다고..

 

그래서 제가 나를.. 좀만 더 생각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니

남자친구가 갑자기 제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러는거에요.

 

나는 네가 옆에 있으면 항상 널 생각하고 네가 없어도 생각한다고.

너만 나를 엄청 좋아한다고만 생각하지 말라고.

널 진지하게.. 진지하게 만나고 있고, 만약 내가 부족했다면 미안하다고.

하지만 너도 나한테 바라는게 있는것처럼 나도 너한테 바라는게 있다고.

내가 원하는게 큰건 아니라고.

내가 나 웃으면서 반겨주는거,

그리고 헤어질때 웃어주는거.

난 오늘 너 만나면서.. 제일 기억나는게 너 화난 얼굴밖에 없다고.

 

이제 가면 크리스마스까지 못 보는데 그것 하나 못해주냐면서.

나를 좀 배려해달라고 하면서..

 

눈물이라도 흘릴것처럼 벌개진 눈으로 얘기하고 저를 안아주고는 생각 좀 해볼게.. 하면서

무슨 의민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고는... 집에 가더군요.. 터벅터벅...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저는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그냥 그 얘기밖에 할 수 없었어요. 미안해, 노력할게.. 그 말밖에.

 

지금 일하고 있는데 남자친구의 그 표정이 떠나지가 않네요.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나를 보던 그 벌개진 눈이랑 볼...

그 말도 자꾸 생각나요. 내 화난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

 

 

알아요 제 잘못이라는거..

제가 이기심 부린거 알아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좀 참고 서운해도 좀 말고 하면 되는데

자꾸 때마다 이러지 말라 저러지 말라고 하게 되고..

그 사람이 뭔가 제 생각대로 그래주지 않을때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는거 아는데도... 힘들어요. 

이 사람이 나만큼은 아닌것같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근데 이거 되게 이기적인거죠. 사실 저도 그 사람 생각대로 해주지 않는것도 있을텐데. 화내는것 같은건, 분명 '그 사람 생각대로'가 아닐텐데.

 

저는 왜 맞춰주지 못하면서 자꾸 요구하려드는거죠. 저는 미친건가요?

이런 식으로 자꾸 애정도 테스트하려들고 잣대짓는거 나만 힘들다는거 아는데.

그 사람 더 피곤하게 할거라는거 아는데도.. 미치겠어요 정말.

 

 

이 사람이랑 절대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고

계속 오래오래 잘 만났으면 좋겠는데,

2주전에도, 4주전에도, 오늘도,

처음 만났을때도 얼굴 붉히고 헤어질떄도 얼굴 붉히고

오히려 전화하거나 문자할때는 사랑해 뭐해 하트를 수십개를 붙여서 다정하게 지내는데

정작 만나면 이렇고.진짜 이게 무슨 조화인지 알수가 없고 답답하네요.

 

 

아직도 그 사람 체취같은게.. 제 손에 남아있는것만 같아서.. 생각나면 그립고.. 그리워 눈물도 나는데..

가끔은 멀리 떨어져있는 시간, 같이 할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고 적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질것처럼 아프기도 한데,

그만큼 그 사람 사랑하면서 아끼면서

왜 제 행동이나 말같은건 점점 미련스러워지는건지,

그런 진실함을 다 드러내주지 못하는건지...

 

 

멍청스러워 죽겠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뭐가 정답인지 아는데.. 왜.. 왜 잘 안되는거죠?

 

 

답장을 해주는걸 보니 화가 풀린듯도 싶으면서도

생각좀 해볼게,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안되는데 말이지요.... 그 사람.. 없어지면...

그 사람 없으면...

 

후.....

 

 

너무.. 너무 속상해요.

너무 속상해 미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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