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9.24 16:49

여은성 조회 수:1146

 

 1.어떤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에 대해 설교해주곤 해요. 그러면 나는 그들이 무안해하지 않도록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주죠. 왜냐면 고맙거든요. 그들은 정말로 나아진 버전의 나를 세상에 보여주길 바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거니까요.


 그러나 무리, 무리예요. 완전 무리죠. 그들은 사실 나를 잘 모르거든요. 그러니 내가 나아지는 방법에 대해서 알 리도 없죠. 그들은 나를 아주 잠깐 봤을 뿐이지만 나는 나와 30년 넘게 같이 있었어요. 그래서 잘 알죠. 내가 나아지는 방법은 사실 딱 한가지뿐이라는 것과 그 한가지뿐인 방법이 뭔지 말이죠.


 어떻게 아냐고요? 그 방법을 깨닫고 시행하기 전에는 내가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나아지길 바라고 신경써주는 사람이 된 것만으로 목표 달성이예요. 물론 그들의 조언같은건 실행에 옮기진 않지만요.



 2.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만 않았다면 조금은 나았을 거예요. 그러나...보면 볼수록 실망이예요. 박근혜의 바닥을 이미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어요. 주식으로 치면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는 거죠.


 '기대하지도 않았다면서 어떻게 실망할 수 있지?'라고 묻는다면...그래도 인간이잖아요. 어지간히 허접하고 볼품없는 인간이라도 사랑과 기대를 담아 성원을 보내주면 어느정도는 보답하려는 노력을 해요. 그러나 박근혜는 아니예요. 박근혜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아마도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자신의 뇌를 먹어치우도록 놔둬버렸어요. 제가 늘 듀게에 쓰는 말이 있잖아요. 네 생각으로 네 뇌를 채워두지 않으면 다른 녀석의 생각이 네 뇌를 채워버릴거라는 말 말이죠.


 

 3.그리고...보면 볼수록 계급에 맞지 않은 투표를 해서 박근혜를 뽑은 사람들에게도 실망이예요. 그동안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수많은 철인과 초인들을 떠올려 보세요. 대한민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거든요. 일반인의 용량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의 초인이나 철인들도 되고 싶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나라였어요. 


 이명박에게 속은 건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이명박 같은 초인-좋은 쪽으로는 아니지만-에게는 뭐 속을 수도 있는 거죠. 이명박에겐 속았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박근혜는 아니잖아요. 어떻게 박근혜에게 속아서 투표할 수 있었던거죠? 기민하지도 않고 영민하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않은...그냥 치면 깨지는 달걀 같은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수차례나 흘려버렸는데 대통령이 되어버렸어요. 휴............



 4.휴.



 5.'나는 외모나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궁금해요. 그럼 뭘로 사람을 판단하죠? 다른 것들은 위조가 가능하잖아요. 됨됨이나 과거나 신념 같은 것들따윈 위조가 가능해요. 그야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만...몇 년 동안 속이는 녀석도 있거든요. 

 

 하지만 외모와 돈은 없는 걸 있다고 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돈은 실물자산 말고 눈앞에서 펑펑 쓰는 걸 기준으로요. 돈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라는 건 농담. 외모나 돈으로는 그 사람의 유용성을 판단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 자체를 판단하기는 좀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리티를 중요하게 여겨요. 이 녀석의 말이 어디선가 이미 누군가 했던 말투나 내용을 잘 흉내내고 있다면 저는 그 녀석을 믿지 않거든요. 특히 인터넷을 좀 많이 하고 책을 좀 많이 읽은 녀석일수록 이미 상황에 맞게 스크립트화된 말을 그때그때 잘 맞게 써먹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을 판단할 때 흉내의 냄새가 나면 나는 그녀석을 의심해요. 


 

 6.유용성이라...잘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의 카톡과 전화번호를 지웠어요. 차단은 안했지만요. 휴. 어떤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그야 오긴 오겠지만-그게 내가 쓸모있어서 연락한 건지 내게 쓸모있으려고 연락한 건지 알 수가 없겠죠. 



 7.아, 개인적으로 흉내내는 것과 인용하는 건 다르다고 여겨요. 인용은 좋아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06
126020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4.18 77
126019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new daviddain 2024.04.18 72
126018 프레임드 #769 [2] new Lunagazer 2024.04.18 32
126017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0] update 영화처럼 2024.04.18 347
126016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6] update 김전일 2024.04.18 216
126015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42
126014 체인소맨 작가의 룩백 극장 애니메이션 예고편 [1] update 상수 2024.04.18 97
126013 [웨이브바낭] 소더버그 아저씨의 끝 없는 솜씨 자랑, '노 서든 무브' 잡담입니다 [3] update 로이배티 2024.04.18 202
126012 이제야 엘꼴스럽네요 [3] daviddain 2024.04.17 180
126011 프레임드 #768 [4] update Lunagazer 2024.04.17 55
126010 킹콩과 고지라의 인연? 돌도끼 2024.04.17 129
126009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찍은 파리 바게트 광고 [1] update daviddain 2024.04.17 182
126008 농알못도 몇 명 이름 들어봤을 파리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daviddain 2024.04.17 126
126007 아카페라 커피 [1] catgotmy 2024.04.17 124
12600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4.04.17 343
126005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 [4] 로이배티 2024.04.17 257
126004 마리끌레르 영화제 예매 결과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수 2024.04.16 135
126003 프레임드 #767 [4] Lunagazer 2024.04.16 45
126002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 catgotmy 2024.04.16 203
126001 조지아 고티카 커피 [5] catgotmy 2024.04.16 2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