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9 00:20
1. 원래부터 정우성이면 사족을 못 쓰는데...웬만하면 챙겨보는 황정민과 범죄와의 전쟁때부터 진짜같은 검사로 유명한 곽도원이 나온다고 하니..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 없었습니다. 준비한다는 단계때부터..정우성은 나이를 먹고는 멋져야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서 좋은 거 같아요..황정민처럼 아주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정우성한테 연기력까지 기대하면 너무하잖아요..그럼 진짜 다 갖는건데..
2. 감독은 솔직히 기대를 안했어요..무사 이후로 자기 스타일을 잊어먹었다고 생각했고..딱히 스타일도 없어진 것 같아서..
3. 그런데 오늘 보고난 후 소감은...비트 그 감성 그대로 돌아왔단 생각이 들어요..비트에서도 사내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찌르고 그랬지만..
정신연령은 딱히 높지 않은 그런..오늘 본 아수라 속 사내들도 끊임없이 서로를 때리고 부수고 찌르고 하지만..결국은 정신연령이 딱히 높지않은..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도 따지고 보면 딱히 의미깊은 이야기는 안해요..그런거보면..이노므 대한민국이 망가지게 된 이유 중 큰 거는 권력이나 돈을 가진 남자들이 유아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신연령이 낮은 남자들이 끝도 없이 찌르는 하이라이트를 보고나니, 진화하진 못해도, 본인스타일을 다시 찾아내는 게 차라리 더 낫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꼰대 감독들이 국뽕 중독이나, 어설프게 스타일 진화를 시도하다 망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기스타일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중간에 카체이스신이나 염습실 앞 좁은 통로 액션도 나름 좋게봐서..김성수 감독은 적어도 액션은 나와바리를 지키는구나 이런 생각이..중반에 가면 나름 꾸민 플롯도 있어서 나쁘진 않았고..
제가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장례식장에서 상황이 벌어진 후 김차인이 박성배에게 .....하는 신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메세지를 주고 싶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헬조선에선 내가 살려면 그 어떤 비겁한 짓이라도 하게 된다는..
정말 김차인이...그럴 줄 몰랐거든요...어이없을 정도였는데..이해는 되긴 하지만요..
4. 이 영화는 액션 장면과 헤모글로빈의 스타일리쉬함도 좋지만, 가장 장점은 역시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요..어떤 어설픈 분석기사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을 떠올렸다고 하지만, 이번에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는 정말 사이코패스도 이런 사이코패스가 없을 정도로 역대급 악당입니다. 곽도원의 김차인도 악인이긴 한데, 박성배가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게 악당이라 명함을 못내밀 정도에요..거의 5년동안 본 영화에서 이 정도 악당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물론 잔인한 연쇄살인마도 많이 있었지만, 황정민의 캐릭이 현실적이면서도 엄청나게 악당이라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느와르물의 한 축이 완벽히 거대하게 세워져있으니, 정우성이 연기하는 한도경+@가 고만고만해도 무난하게 극의 긴장이 끝까지 잘 지나간 것 같아요.
정우성의 한도경은 나름 열심히 하긴 했는데, x발이라는 욕을 달고 다니는 게 되게 어색했어요..배역은 비트의 민이가 큰 것 같은데, 민이는 제 기억에 욕을 별로 안했던 것 같거든요..만약 새로운 캐릭을 만들고 싶었으면, 욕설 대신에 목소리를 카랑카랑하게 허스키톤을 만드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목소리는 동굴같은데, 톤이나 말투까지는 생각을 안해서 그랬는지, 욕하고 욱하고 그런 상태에서 대사를 치는 게 많아서..오디오는 참 많이 뭉개져있더라구요. 아쉬워요..
대신 피지컬 쪽으로는 진짜 고생많았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만큼이나 고생은 참 많이 했단 생각을..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주지훈의 연기도 꽤 좋았어요. 단순히 잘생기지만 않았고 참 다양한 표정을 품어내더라구요.
정우성은 이병헌처럼 변신의 고수가 되긴 어려워도..충무로에서 자기 지분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완벽히 연기력만으로 칭찬받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주지훈은 정말 좋은 연기자가 될 것 같아요..뭐라도 잘해낼 것 같아요
곽도원의 김차인은..범죄와의 전쟁때보다는 입체적인 캐릭이었고..특히 그 장면에서 눈돌아간 연기를 감탄하고 보긴 했는데, 필모자체에 많이 플러스되진 않은 것 같아요.
많은 해석을 해낼만한 여지가 없어보였으니깐요
정만식은 분량이 적어서 거의 김원해급으로 한구석을 잘 지킨 조연급이었고(대신 인상적인 액션장면을 따냈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을듯)
조연 중에 윤지혜양이 있었는데,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늘 보여준 섹시한 이미지는 없었는데, 적당히 강단있는 모습으로 자기분량은 잘 찾아먹은 것 같아요
5. 결론은, 비트시절의 김성수를 좋아하면, 볼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트도 돌아보면 꽤나 잔인했어요. 본투킬도 조금은 생각났고요..
6. 제목은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장례식장 장면에는 "아수라판"이라는 말 외에는 나올 게 없으니
후기들 읽어보면 그렇게 최악이란 얘기 들을 정도는 아닌 것 같던데.. 정우성의 연기는 할만큼은 했다와 최악의 연기였다로 갈리고요. 한도경 캐릭터는 '비트'의 민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는 감독의 인터뷰를 봤는데, 그럼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민이를 기반으로 한 거라 욕을 해도 어색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공통적인 평이 정우성은 평소에 욕 안하고 사나보다, 욕하는 게 너무 어색하다는 건데, 그게 의도적인지 아님 진짜 못해서 못한 건지는 주말에 가서 보고 평가해야겠지요.
라인하르트님 후기 보고 나니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