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6 12:14
1년전 쯤에 바르토크 현악사중주에 빠진 얘기를 하면서 베토벤 현사는 아직 잘 안 와닿는다라고 썼었는데(http://www.djuna.kr/xe/board/12534626 지금 이 글을 보니 농심 짜왕에 대해 넘 심하게 감탄했었다 싶네요;)
근데 말입니다! ㅋ 한달전쯤 밤에 정말 우연히 채널 돌리다 MBC TV예술무대에서 에네스 사중주단(용재오닐이 있는)이 무슨 곡을 연주하길래 봤는데, 첼로랑 나머지 세 현악기가 주고받는 게 독특한 거예요. 그래서 저 곡은 뭐지? 했는데 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의 끝부분이었어요. 그 다음으로 현악사중주 10번(곡명 '하프')을 연주했는데 이것도 개성이 느껴지면서 16번 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았어요.
아, 베토벤 현사들 이 두곡 포함해서 나머지도 듣고싶다 해서 지난 한달간 중기 현사들(7,8,9,10,11번 총다섯곡), 후기 현사들(12,13,14,15,16,대푸가 총여섯곡) 들었는데(참고로 Suske 사중주단과 Takacs 사중주단의 연주들로 들었어요) 위대함이 팍팍 들어오는 겁니다. 예전엔 못 느꼈던. 아 이래서 베토벤 현사 현사..(특히 후기현사) 하는구나 실감했달까요. 그 안에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소나타들에서 감탄했던 명상적,우주적 느낌도 이미 들어있고, 어떤 곡에선 시규어로스 노래에서 들었던 어떤 마디까지 들어있더라니깐요! 그리고 제가 바르토크 현사, 엘리엇카터 현악곡들에서 좋아하던 요소들도 베토벤 현사 안에 이미 일부 있었어요. 13번 초반부에선 스트라빈스키 '병사이야기'에서 개성있게 생각했던 부분도 들렸고.
1년간 내 귀가 숙성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내가 연주회에서 베토벤 현사를 직접 들었으면 더 일찍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TV로 그 짧은 부분-16번 끝부분-만 보고도 확 와닿았으니 어떤 곡들은 시각감상의 위엄의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얼마전 홍상수의 낮과밤을 봤는데
영화는 볼게 없어도(개인적으로)
자꾸 나오는 베토벤 교향곡(아마7번)만은 느무느무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