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매소)

2016.12.13 05:33

여은성 조회 수:716


 


 1.또다른 월요일을 겪었네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어요.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피해도 가지 않는 그런 일이라는 거죠. 그곳에서 발생하는 풍요도 기근도 분산되는 일 없이 온전히 나에게 닥쳐오는 일이니까요. 


 '네가 쏜 총알의 유탄에 맞는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한다면 당연히 헛소리죠. 전쟁터에 나왔으면 유탄을 맞고 유폭에 휘말리는 것 또한 스스로 초래한 기근이니까요.


 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심심한 건 정말 해결이 불가능해요. 내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남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죠. 순간적으로 잊는 것 정도가 최선인 거예요.



 2.하지만 이게 인간의 인생 아닌가 싶어요. 할 일이 사라지면 심심해하다가 언젠가 죽는 거 말이예요. 그래서 아마 은퇴한 노인들이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한데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지가 않거든요. 전혀...손톱만큼도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나라니...맙소사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세상에 도움이 되면서 심심함을 해결할 바엔 그냥 계속 심심해하는 게 차라리 기분이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거리를 찾아다닐 일은 없어요.



 3.예전에 듀게글에 잠깐 쓴 사람이 있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친구도 아니고...앞으로는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는 걸로 하죠.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에겐 유감스럽게도 키다리 아저씨는 아니예요.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키다리가 아니라고요. 


 그도 나처럼 징징거리는 걸 좋아하지만, 사실은 아니기도 해요. 왜냐면 어른이니까요. 나처럼 진짜로 징징거리는 일 같은 건 없어요. 징징거리는 척 하는 거죠. 그는 내가 하는 냉소적인 레퍼토리가 듣고 싶어질 때마다 그러는 것 뿐이거든요. 내가 말을 냉소적으로 할 수 있도록(해도 되도록) 돗자리를 깔아 주는 거죠. 어느날 그가 또 인기 없는 자신을 탓하길래 나는 그에게 아첨을 해줬어요. 아첨이라는 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니까요. 


 '이봐 아저씨. 거울을 잘 봐봐. 아저씨가 '가지고 싶어지는' 종류의 남자인지 말이야. 이 세상을 뷔페에 비유해 보자고. 자, 이 세상이라는 뷔페에 온 여자들은 아저씨를 집어들지 않을 거란 말이야. 거들떠도 안 보고 그냥 지나친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집는 맛있어 보이는 걸 집어드는 거지. 애초에 아저씨는 여자들이 아저씨를 집어들게 만들 만한 노력을 전혀 안 하잖아. 그런 걸 정말 절박하게 원한다면 이 시간에 나랑 앉아서 모듬치즈와 술을 먹고 있지도 않겠지.'


 이렇게 어두운 면을 말했으니, 다음엔 밝은 면을 말할 차례겠죠.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건 교환이라고요. 사람들이 서로를 맞교환하는 것처럼 아저씨 또한 아저씨가 가진 좋은 것과 상대를 교환하면 되는 거라고 말이죠. 적어도 아저씨는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는 있다는 게 좋은 거 아니겠냐고요. 그야 그게 아저씨가 원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말이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이 아니라 혼잣말을 중얼거리죠. 언젠가는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날이 올거라고요.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하겠어요? '배때기가 불러서 과정 욕심을 내게 된 녀석들의 최후를 되새겨봐 아저씨.'라고까지 하는 건 그가 원하는 아첨이 아니거든요. 말없이 어깨를 으쓱 한번 해주고 말아요.


 하지만 이해해요. 자의식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계속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하도록 만든다는 거요.  



 4.휴.



 5.요즘은 자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어요. 자의식이 없었다면 원하는 것들을 시행착오 없이 손에 넣을 수도 있었겠죠. 자의식을 숨기지 못하고 버켓의 물을 들이붓듯이 던져 부어버리곤 해서 될 일도 안되곤 하니까요. 하지만 반대로...자의식이 없었다면 원하는 것들도 처음부터 없었을 거지만요. 


 자의식이 없다면 그냥 밥을 먹고 아무데서나 술을 마시고 아무 핸드백이나 들면 되는 거거든요. 자의식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인간은 브랜드에 집착하게 되는 거라고 봐요. 언젠가 듀게에 썼듯이 인간은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거나 아니면 브랜드를 살 돈을 마련하거나 둘 중 하나는 시도해야 해요.


 그래서 가끔은 '진정한 이익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해요. 자산을 보존하는 것이 이익인지, 아니면 폭죽처럼 날려 버리는 것이 이익인지 말이예요. 나는 후자인 것 같아요. 어차피 죽을 거고, 죽기 전에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겪을 거란 걸 생각하면 우울해요. 늙는 거 말이죠. 이 우울함은 귀중한 걸 폭죽처럼 터뜨려 버릴 때 잠깐씩 잊어지는 것 같아요.



 6.요즘은 잘 될 수 있을까 불안해요. 어떤 사람은 가진 돈을 몽땅 긁어모아서 파생상품에 투자한 뒤에 안 되면 자살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해요. 하지만 그건 자살이 아니거든요.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냥 벼랑에서 떨어지는 거죠. '자살밖에 할 게 없는'상황에서 자살하는 건 선택이 아니니까요. 방아쇠만 자기 손으로 당길 뿐이지 실제로는 타살인 거죠.


 어쨌든 자살한다면 일정 이상의 풍요로움, 여유를 남겨두고 자살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내가 수많은 선택지를 놔두고 자살을 선택했다는 걸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는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죠.



 7.좀 우울한 말을 썼지만 그래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일이예요. 요즘은 아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어요. 주식은 그렇잖아요. 이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계량해보고 사거나 안 사죠. 


 하지만 아이는 없어야 할 이유 99가지가 있어도 있어야 할 이유 한가지때문에 가지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해요. 인생이 삐걱거릴지언정 어쨌든 멈추는 것보다는 나아가는 게 삶이라고 본다면요. 하지만 나는 멈춰버리더라도 삐걱거리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요. 


 언젠가 썼듯이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요. 둘 중 하나겠죠. 지나치게 파편화되었거나...아니면 일정 이상의 나이부터는 아이가 삶의 동력이 되도록 신에 의해 설계되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 지는 대충 보여요. 천금매소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 한 번을 사는데 점점 많은 돈이 들다가 언젠가는 한 번의 웃음을 천금으로 사야 하는 지경이 되겠죠. 


 그리고 언젠가 천금으로도 웃음을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뭘 해야 할지 늘 생각해보는 중이예요. 아니면 천금이 없을 때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거나. 사실 같은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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