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헛점(서로의 몸이 몇 번이나 바뀌는데 그것도 기록의 매개로 공책도 아닌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를 모를 수가 있나요!! TV CF부터 유행가까지 엄청 많은 게 달라질 텐데요.

더구나 고등학생들이라면 더 모를 수가 없죠!)이라거나 보통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시껄렁한 요소들

(동네를 지루해하는 시골 고등학생들, 짝사랑의 대상인 멋진 여자 선배, 팔랑팔랑 스커트를 휘날리며 여고생 팬티를 보여주고 마는 부분 등)

때문에 이 영화를 대단한 수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는 많이 울게 되더라고요.


예술이라는 게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지만,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감정이나 기억 같은 것을

이야기로 아니면 선율로, 혹은 아름답거나 추한 이미지로 풀어내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많은 일본인들에게 바로 그걸 해준 거구나 싶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참혹한 재난을 막을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허무하게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과 그 상처를

신카이 마코토라는 창작자가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내줬구나 

12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 데는 단순히 영화가 재미있다의 이유는 넘어선

더 큰 집단 무의식 같은 게 작용했기 때문일텐데 그 거대한 생각의 덩어리(사념이라고 해야 할지…)가 너무 슬프게 느껴져서

참극을 막으러 주인공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반 이후부터는 눈물이 그저 주룩주룩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국가가 나를 버리는, 재난이 벌어져도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떠안게 되었잖아요. 그 기억을 <터널> 같은 영화들이 어느 정도 이야기로 풀어서 보여줬긴 하지만

저는 터널이라는 영화의 상업영화적인 영리함을 온전히 긍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좀 더 진실된 새로운 이야기가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고 들었어요.    


 

저는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세월호 천일을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는데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이날은 친구를 잃은 생존 학생들과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 같이 무대에 올라오셨어요.

집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에게 이분들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장 힘주어 부탁한 것이 바로 진상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거였어요.

영화에서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결국 서로의 이름을 결국 잊었지만

마음 한 켠에 그 기억을 남겨두었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겹쳐 보여서 또 엄청 울었고요 






한국에서 흥행 순항 중이긴 하지만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하던데 아무튼 저에게는 꽤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랏도윔프스의 음악이 좋아서 계속 듣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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