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10:56
안녕하세요, 우선 인사부터 드려요 :)
가입한 지는 꽤 오래되었고 이 게시판을 드나든 지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는데 제대로 된 글은 처음 남겨보네요.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라 매번 댓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항상 많은 분들의 글 잘 읽고 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어제가 라라랜드 마지막 상영이어서 밤늦게 라라랜드를 보고 왔어요.
주위 사람들의 인생영화라는 추천이며, 눈에 띄는 예매율과 평점이며, 기사에서 힐끗 본 수상 내역이며, 가기 전부터 기대치가 엄청 높았던 상태였지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던 영화였어요.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많이 엉성하게 느껴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500일의 썸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왜 비슷하다는 말이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제가 본 리뷰에 현실적인 남녀 간의 연애 이야기라는 평이 꽤 많았던 걸 보면 그 부분 때문인가 싶지만 저에게는 라라랜드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거든요.
(여자친구 집까지 찾아가서 밤을 새우는 걸 보면 투어밴드는 그만둔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꿈에 그리던 카페를 인수해서 수입이 꽤 나오는 재즈바를 운영하게 되는 남자주인공과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일인극에 우연히 영향력 있는 캐스팅디렉터가 오고 그 덕에 바로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결국에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무비스타가 되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요.
중간에 두 사람이 감정적 갈등을 겪는 부분이나 서로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는 부분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많은 로맨스 영화에도 나오니까요.
여타 취미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개인마다 취향이 있는 것이니 라라랜드 별로던데 도대체 왜 좋아요 라는 식의 의문은 절대 아니에요.
잘 짜여진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음악, 영상미 등을 더 중시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감동받으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라라랜드가 이렇게 선풍적인 대중적 인기를 얻는 걸 보면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른 요소들도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어요.
저는 느끼지 못했던 스토리 상의 울림이라든지, 제가 미처 찾지 못했던 작은 장치들이라든지, 또는 그 외의 어떤 부분이라도 괜찮아요.
정말 제가 크게 놓친 게 있구나 싶으면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물론 다른 의견도 환영이에요. 저처럼 라라랜드가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고 대부분 그래왔는데,
라라랜드만큼은 제 주변에 인생영화라고 추천하는 분들만 계셔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조심스럽네요.
이곳에서도 라라랜드 보고 왔다고 하셨던 글을 몇 개 읽었던 기억이 나서 여기에 질문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혹시나 라라랜드를 굉장히 감명깊게 보고 오신 분께 이 글이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7.01.11 11:23
2017.01.11 11:42
저도 500일의 써머와 비슷하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라라 랜드는 헐리웃 뮤지컬 전성기의 영광을 회상하고 오마주를 바치는 영화죠.
그래서 어린 시절 TV에서 헐리웃 뮤지컬을 많이 봤던 구세대들에게는 다른 감상이 느껴지는 거고 미국에서 그만큼 선풍적인 반응을 보이는거구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전체적으로는 그런 진부함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부분적으로 좋은 면이 많았어요. 특히 저는 끝부분이 아니라 중간에 엠마 스톤이 Fools who dream인가
그 노래 부를 때 눈물이 나더군요.
2017.01.11 18:55
2017.01.11 12:52
내용 연출 장르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데 그게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할 만한 부분만 잘 골라서 보여준달까요. 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2017.01.11 14:13
2017.01.11 14:57
두 사람의 커리어 흐름은 비현실적인 게 맞죠.
리뷰에서 현실적이라고 하는 건 그냥 (스포) 두 사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일 겁니다.
2017.01.11 15:13
2017.01.11 18:57
2017.01.11 22:33
2017.01.12 02:20
2017.01.12 02:30
이 영화에서 현실적인 면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 라이언 고슬링은 투어 밴드를 그만둔 것 같지는 않아요.
중간에도 한번 투어 없는 날 와서 음식 해놓고 기다리는 장면도 나오구요.
투어가 매일 매일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모든 아울렛을 활용해서 너무나 아름다운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는 거예요.
감독의 미적인 감각과 상상력에 놀라고 감동했어요.
500일의 서머랑은 요만큼도 비슷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2017.01.12 11:31
댓글 남겨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다 찬찬히 읽어봤어요!
스토리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미적인 부분이나 뮤지컬 분야, 전체적인 분위기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다시 보면 좋을 영화인 것 같네요 :)
2017.01.13 00:27
저에겐 인생영화 까지는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두번 봤는데, 여전히 중반 부터는 졸았습니다 ㅋㅋ첫번째 볼때도 졸았거든요.
그러다가 갈등 장면부터 다시 몰입 하기 시작했구요.
역시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다는걸 느꼈어요..내가 하는 일이 만족하고 좋아야 모든 관계가 다 잘 풀리는거 같아요.
괜찮은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