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기문이 팽목항을 가겠다고 밝혔죠. 물론 측근이 가서 깽판을 놨다고 합니다만, 제주도와 JP 그리고 안동을 들렸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게다가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불러 달랍니다. 역시나 반반 다워요. 아직 당 이름을 못정했을텐데, '민주공화당'이 어떨까, 추천하고 싶네요.


반기문 이외에도 소위 범보수 진영의 대권후보자 다수가 저런 진보적 보수주의자의 포지션을 잡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여파겠지요.

유승민은 안보는 보수 기타 영역은 진보라고 자신을 내세웠고, 남경필은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보수치고는 꽤나 참신한 주장을 줄곧 내세웠어요.


진보적 보수주의자의 색채를 보이지 않는 유일한 보수 대권후보가 있다면, 황교안이겠죠.

본인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한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수식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보수진영의 심정이 반영된 것일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보수후보들에게는 딜레마에요. 집토끼냐 산토끼냐.


물론 이 딜레마는 선거에 임하는 모든 후보들에게 존재하는 것이에요.

다만 탄핵이라는 정세가 보수 후보들에게 이 딜레마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조건이 될 거에요.

특히 박근혜가 지금처럼 탄핵반대가 30%만 넘으면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타지 위에서 행동한다면 말이에요.


다 아시다싶이, 박근혜는 박사모로 대표되는 자신의 코어지지층에게 끊임없이 자신은 완벽히 무죄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이들을 기반으로 한 때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렸던 자신의 지지기반을 복구하겠다는 의도일테고요.

실제로 탄핵반대 집회에 인원들이 꾸준히 모이고 있고요.


문제는 그렇다고 탄핵인용이 안될거냐는 겁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사 기각된다고 하더라도 기각 이후의 사태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 있음으로 차치할게요.


박근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한줄기 퇴로를 확보할 가능성을 이미 포기했어요.

탄핵 인용 시에도 비슷한 반응이겠죠. 나는 억울하다.

박근혜 코어 지지층 역시 여기에 동조할 겁니다. 극우매체, 극우인사들을 중심으로 탄핵 규탄이 줄곧 이어질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권후보자들은 탄핵 인용이라는 사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받을 겁니다.

이건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는 요구가 아니에요. 완벽하게 피아를 가르는 질문이니까요.

게다가 탄핵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뤄져야 하는 조건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후보가 취한 입장이 표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반기문을 비롯해 누가 되었든, 탄핵을 지지하는 후보를 박근혜 코어 지지층에서 우리 '보수' 후보로 인정하여 결집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보수후보들 전반이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형식으로 스스로 좌향좌하는 상황속에서 말이죠. 


저는 쉽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결국 탄핵기각의 꿈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박근혜는 보수의 파괴자라는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충실히 해낼 것이라고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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