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0 00:45
룰이 너무 대충이더군요. 뭐 kbs에서 문재인 엿 먹이고 싶어서 연구한 결과라고 하면 납득이 가긴 합니다만(...)
제가 이번에 민주당 쪽을 찍어 줄 생각인 것과는 별개로 정말 룰이 너무 별로였어요.
이게 뭐 그냥 토론회라면 모르겠는데 '대선' 토론회잖아요. 자기 지지율 얻고 남의 지지율 빼앗아 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프리스타일을 제공하니 개싸움이 될 수밖에요.
sbs 토론회를 봤을 때 너무 수박 겉 핥기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 토론회에 비하면 sbs는 거의 학술 논문 수준이었던 듯. ㅋㅋㅋ
개인적인 순위는... 뭐 저번과 똑같은데요.
1. 유승민
자기 정책 남의 정책 다 꿰고 있고 (거기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자기 논리도 탄탄하고.
뭣보다 말을 알아 듣기 좋게 잘 합니다. 문재인이랑 안철수가 대화할 때 보면 누가 지금 유리하고 누가 불리한 상황인지, 저게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맞는지도 헷갈리는데(...) 유승민은 그런 게 없더라구요.
심상정도 준비 엄청 해 와서 아주 잘 했지만 말투나 태도에서 뭔가 경직된 느낌이 있어서 유들유들 얄미운 유승민을 1번으로 꼽아 봅니다.
아. 노파심에 덧붙이는 거지만 주적이네 전술핵 재배치네 이런 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말 잘 하더라는 거죠.
2. 심상정
원래도 잘 하지만 저번 보다도 유난히 준비를 잘 해 왔습니다.
문재인에게 복지 공약 후퇴 관련으로 크리티컬(...) 먹이는 장면이랑 '사람도 챙기겠다'던 안철수에게 오징어잡이 배 얘기 하면서 니가 현실을 뭘 아냐는 식으로 한 방 먹인 장면이 인상 깊었네요.
3. 홍준표
아시죠?
'토론'을 잘 해서 3위에 올려 놓은 게 아닙니다(...)
왠지 오늘 지나면 또 구 여권 지지자들 조금이나마 더 결집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4. 안철수
일단 저번 보단 나아졌습니다. 공격이 거의 문재인으로 쏠리는 상황 덕에 굉장히 편안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처음 보단 확실히 덜 긴장하긴 하더라구요.
다만 '삐릿삐릿. 미션 수행 중. 여유로운 연기 모드.' ...와 같은 느낌이 좀 적나라해서 몇 번 웃었습니다. 특히 "하하!!!"에선 살짝 뒤집어졌...
다만 이게 뭐 지지율에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딱히 사람 다시 보게 만들만한 활약은 없었던 터라.
게다가 그 와중에 유승민 이용해서 문재인 디스하려다가 본인이 한 방 먹는 장면처럼 호감도 떨어지는 상황도 있었고 하니...
5. 문재인
어차피 토론 능력 같은 건 기대 해 본 적 없었던 데다가 오늘은 사실상 1 vs 4 라는 크나큰 핸디가 있었지만.
그리고 애시당초 문재인의 공약들이 너무 알흠답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심히 못 했습니다. ㅋㅋ
아니 뭐 그래도 제 낮은 기대치 덕에 그냥저냥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승민의 집요한 국민 연금 파고들기와 심상정의 복지 공약 후퇴 어택에 과하게 쩔쩔맸어요.
주변에 전문가들이 붙어서 과외 해 주고 있었을텐데도 답변을 못 하는 걸 보니 그냥 애초에 대책이 없는 공약이구나... 라는 생각 밖엔(...)
어차피 남은 몇 주 동안 토론 스킬이 확 늘 방법은 없어 보이니 차라리 저번 대선 때 박근혜의 토론 전략을 추천합니다.
어려운 질문이 들어 오면 그냥 대충 잘 해보겠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표정과 태도만 당당하게 하는 거죠. 안철수는 이미 시전 중이더라구요.
근데 뭐...
결론적으로 딱히 누가 이득 보고 누가 손해 보고 그런 건 또 없어 보이는 토론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문재인 일점사로만 이어지다 보니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집권하면 뭘 어떻게 하겠다고 홍보할 시간도 없었고.
유승민 심상정 말 잘 하는 거야 저번 토론으로 사람들 이미 다 아는 거구요.
안철수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냥 '이번엔 떨지 않았다능!' 이상은 없었고.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좀 얄미워 보이는 액션도 있었고. 또 오늘 문재인이 가장 편안하게 상대하던 게 안철수 같았다는 거(...)
어차피 토론회 같은 거 지지율에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지만.
만약 영향을 미친다면 문재인 아주 소폭 하락, 홍준표 아주 소폭 상승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 재미가 없었어서 다음 토론회도 같은 룰이면 그냥 안 보고 나중에 요약본이나 찾아보기로 맘 먹었습니다. =ㅅ=
2017.04.20 01:00
2017.04.20 01:23
홍준표가 국민들의 마음을 스트롱하게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뻘소리를 엄청 해대는데 가끔씩 너무나 멀쩡하면서 심지어 조금은 예리한 말이 나와서 더 당황스러운 양반이네요.
2017.04.20 01:04
문캠에서 신경민이 TV토론 책임자라고 하는데 비언어적, 비콘텐츠적 얼렁뚱땅 스킬만 전수해주고 정작 해야할 공부는 전혀 안시키나 봅니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TV토론이 지지율에 소소하나마 영향이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그래서 지금 참 걱정인 동시에 문재인에게 그간 조금씩 쌓인 호감도가 한순간에 날라가버렸어요. 자신이 말한대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맘 편히 심후보를 찍을 수 있는데....참 답답하네요.
2017.04.20 01:27
이건 그냥 정치 모르는 사람의 혼자 생각일 뿐입니다만.
공부를 안 시켰다기 보다는 그냥 내놓는 공약들이 원래부터 대체로 대책 없이 아름답게만 만들어진 거라 대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얼마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저번 대선 때 무턱대고 좋은 건 자기가 다 하겠다던 상대 박 모씨(...)를 살짝 벤치마킹 하고 있... (쿨럭;)
분명히 그 때 그 아름다운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묻던 게 문재인이었는데. 이번엔 정반대 입장에 서 있는 게 완전히 우연 같지는 않네요.
2017.04.20 01:38
아 잘 보신거 같은데요? http://policy.nec.go.kr/svc/policy/PolicyList.do
아직도 공식선거공약서도 등록을 못했어요. 주요후보중에 심상정과 안철수만 선거공약서를 등록했는데 안철수는 아시다시피 몇몇 공약이 급조된거라 털리고 있어 별로 자랑거리는 못돼고.... 정의당과 비교해도 심하게 디테일이 떨어지는 수준....인데 그런 수준조차 아직도 못 내놓고 있는게 문재인입니다. 이건 후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민주당에서 내부정리가 안되었다고 보아야겠죠. 내부경선과정에서 좌-중-우 스펙트럼이 넓게 경선이 이루어져 흥행은 성공했지만 그걸 봉합하는 뒷감당은 만만치 않을겁니다.
문재인을 까는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이 자기 공약이 뭔지 모르거나 헷갈리는게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말씀하신 닭그네 사례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결국 까봐야 알듯요.
2017.04.20 01:35
2017.04.20 08:33
제 생각에 그건 심상정의 잘못이라기 보단 정의당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한계...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요.
뭐 현실적으로 타격이 있으니 전략적으로는 미스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던 정의당이 민주당의 2중대 역할로 존재하는 당은 아니다 보니 흠...
참 어려운 문제네요;
2017.04.20 01:46
2017.04.20 08:35
저도 홍준표 그 발언에서 '오옹? 주적 쉴드 쳐주는 거야? 홍지사님 상냥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유승민이 요즘처럼 활약할 수 있는 건 사실 (물론 기본적으로 능력치가 받쳐 주니까 가능한 일인 건 사실이고)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본인 정책 홍보할 필요 없이 온전히 상대방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까요.
2017.04.20 02:00
2017.04.20 08:37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의 마력(...)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찍으려다가 홍준표로 맘 돌릴 구 여권 지지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주적은 문재인이라면서!! ㅋㅋ
'햄스터와 토끼의 세기말 대결전'에 좋아요 눌러 드리고 싶네요(...)
2017.04.20 02:01
심상정의 복지 후퇴 얘기는 근거없는 얘기라는 소리가 있던데 발언들 모아서 팩트체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군요..
유승민 썰전 개소리도 마찬가지..
대체적인 순위는 비슷합니다만 구라가지고 장난질하는 건 다음 토론에서 패널티가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못한건 사실인데 구라가지고 여러군데서 공격해대는 상황에서 선방한거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ㅡㅡ
2017.04.20 08:39
대충 여기저기서 찾아 읽어 보니 근거 없는 얘기까진 아니고 보는 관점에 따라 '과장이 들어갔다'라고까진 생각할 수 있을 정도... 라는 느낌이더군요.
심상정 입장에선 그렇게 지적할만 한데 또 문재인의 억울함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박쥐 같은 입장입니다. (쿨럭;)
암튼 이제 토론회가 jtbc에서 한 번, 중앙선관위 주최로 3번 남았는데 규칙도 좀 가다듬고 제대로 된 정책 '비교'가 가능한 토론이 되었으면... 하지만 가능할까요. ㅋㅋ
설거지...
스트롱맨...
이외에는 생각이 안 나는 이상한 토론회(???)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