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30 00:55
원래 저는 이 시간에 EBS 영화 <와일드 번치>를 재밌게 보고 있어야 하는데...
밤 11시 40분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TV를 켰건만 영화는 이미 시작되어 있고...
EBS TV편성표를 보니 오늘만 영화가 밤 10시 55분에 시작하는 걸로 돼 있더군요.
이상하게 이 영화를 자꾸 놓쳐서 이번에는 꼭 보려고 달력에 시뻘겋게 제목까지 써놨는데
아무래도 저는 이 영화와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ㅠㅠ
영화 놓치고 허무한 마음에 아까 발견한 노래나 올려볼까 해요.
낮에 유튜브에서 동요를 찾아 듣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시에 곡을 붙인 한국 가곡이 몇 곡 보이더군요.
첫 번째 노래는 윤동주 시인의 <무서운 시간>에 김주원 작곡가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김윤권 - 무서운 시간 (윤동주 시, 김주원 작곡)
https://youtu.be/BLdAkbSi2-U (퍼오는 걸 금지해 놓아서 링크만...)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두 번째 노래는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에 역시 김주원 작곡가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이 시도 곡을 붙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들어보니 아주 멋지네요. 여러 가수들이 불렀는데 제가 이 시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비교해서 듣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여러 개 가져왔어요.
(노래가 은근히 어려워서 정상급 가수들도 소화하는 데 애먹는 것 같아요.)
김윤권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시, 김주원 작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우경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재형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박혜상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다음 두 곡은 몰랐던 시로 만든 노래인데 좋네요.
이정환 - 천리길 달빛 (현상언 시, 김주원 작곡)
송기창 - 마중 (허림 시, 윤학준 작곡)
('마중'이라는 말, 참 정다워요.)
좀 전에 밤 12시가 넘어서 하루에 글 3개 올리는 사태는 면했네요. ^^
(이 글이 어제 올린 제 글을 밀어내서 한 페이지에 2개만 남아 다행스럽습니다. ^^)
2017.04.30 01:17
2017.04.30 08:56
2017.04.30 09:56
시에 곡을 붙여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노래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시에 곡을 붙인 노래는 이제 밑천에 동이 나서 어제 발견한 동요 한 곡 붙여 보아요. ^^
오설빈 - 조금 느린 아이
시간보다 더 빠른 세상에서
친구보다 앞서라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천천히 걸어가는
한걸음 느린 아이
꽃향기 맡아보고 밤하늘의 별 쳐다보고
친구 얘기 들어주고
가끔씩 뒤도 돌아보는
조금 느리게 가는 아이
마음은 커다란 아이
저 길 끝에 보이는 꿈 따라가면
느린 걸음 걸음 마다
반짝 반짝 환하게 빛이난다
2017.04.30 09:26
2017.04.30 10:10
알려주신 노래를 지금 찾아 듣고 있어요. 시에 국악(?)을 섞어 노래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어요.
(처음에 찾아 올린 노찾사 1집 동영상은 그냥 그랬는데 안치환 노래로 들으니 좋아요. ^^)
갑자기 생각났는데 김민기의 <가을편지>도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거네요.
여기저기 숨어 있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궁금해집니다.
안치환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7.04.30 10:49
2017.04.30 11:43
이병기 시인의 별이 뭔가 했는데 이 노래네요. ^^
생각해 보니 운동권 노래 중에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많군요.
김광석 -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
들어보니 <그날이 오면>은 심훈의 시의 제목만 갖다 쓴 것 같고요.
2017.04.30 14:54
2017.04.30 15:33
항상 같이 있는줄 여겨요.
2017.04.30 20:40
2017.04.30 23:43
2017.05.01 01:50
이렇게 반기는 분들이 많으니 쑤우 님 이제 듀게에 자주 오셔야겠어요. ^^
피노키오 님도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여러 분들이 오시니 저도 어쩐지 신나서
흥겨운 동요를 한 곡 올릴까 했는데 밤이 깊으니 조용한 곡이 생각나서...
Ian Bostridge - 봄에 D.882 (슈베르트)
회복기의 노래
한강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2017.04.30 10:53
모두 아는 노래가 아닌 것 중에 특히 남촌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를 좋아합니다.
요즘 동요는 지금을 뺏는 아이 목소리 아니면 멋진 가요와 별다를게 없어요.
더우니까 눈
2017.04.30 12:07
<눈>은 김효근 작곡가가 가사도 같이 쓰셨군요. 찾아보니 이 분은 경영학과 교수시네요.
요즘엔 동요도 가곡도 다 가요 비슷해지는 것 같긴 한데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고
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고... ^^
송기창 - 내 영혼 바람 되어 (김효근 번역시, 김효근 작곡)
저는 시로 읽었을 때는 별 느낌 없었는데 노래로 듣고 가슴이 쩌르르 했던 게 <산유화>라서
예전에 한번 올렸지만 다시 올려봅니다.
이현숙 - 산유화 (김소월 시, 이현철 곡)
요새 글을 많이 올려서 댓글 달리기 힘들 것 같아 자급자족 댓글 하나 붙여볼까 해요. ^^
정야1(靜夜1)
조지훈
별빛 받으며
발자취 소리 죽이고
조심스리 쓸어 논 맑은 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은행 잎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