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름 사연 있는 지름입니다.


원래 이번 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은 패스할 생각이었습니다. 

왜냐면 일단 전 엑박 패드의 노예라서 플스 패드로 게임 하는 게 싫습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런 얘길 강하게 하면 싸움 나기 쉬운 떡밥이라 다들 '취향이죠 뭐' 이러고 넘어가는 게 매너인데. 어차피 사람도 없는 듀게이고 하니 강하고 솔직하게 질러 보겠습니다. 플스 패드는 십자키 하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엑박 패드보다 캐구려요!!! 비교 자체가 엑박 패드에게 모욕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그 와중에 플스로 나오는 독점작들 중 꼭 하고픈 맘이 드는 게 없었구요.

이제 플스도 x86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에 언젠가 플스5가 나오면 아무 문제 없이 플스4 게임들을 구동할 수 있게 될 확률이 높으니 이번 세대 패스하고 다음 세대 때 몰아서 즐겨도 되고.

결정적으로 애 보느라 게임할 시간이 넉넉치 않아서 엑스박스 원에 위유에 PC게임까지 하면서 플스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 밤에 문득 "난 너무 오랫동안 지르지 않고 살아왔구나" 라는 깨달음이 저 높은 곳으로부터 저를 찾아왔고.

네이버에서 검색한 제가 사는 도시의 아무 오프 게임샵에 전화를 했더니 딱 한 대(...)가 남아 있으니 당장 입금을 해달라는 타임 어택이 들어왔으며.

확인을 해 보니 제가 사는 도시에 딱 네 군데 쯤 있는 오프라인 게임샵 중 제가 전화 한 그 아무 오프 게임샵이 바로 저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게다가 알고 보니 그동안 품귀 현상으로 프리미엄 붙여 팔리던 플스4 프로의 추가 물량이 입고되는 날이 하필이면 바로 제가 전화한 그 다음 날이었더군요.


아.

이건 하늘의 계시구나.


그래서 질렀습니다.


마침 요즘 몇 달간 계속 슬럼프(?) 상태여서 기분 전환이 필요하기도 했구요. 

역시 기분 전환 하면 지름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의 노예니까요!



2. 지름 보고는 역시 박스샷이죠.


무의미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지른 전자 제품이라 기념 삼아 예쁘지도 않은 박스를 열심히 찍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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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딱히 예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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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무성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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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50만원 돈이나 하는 데다가 덩치도 크고 무게도 4kg에 육박하는 박스에 손잡이 하나 없습니다. 

소니의 원가 절감 스피릿을 잘 느낄 수 있는 무성의함이죠. 

샵에선 거대한 비닐 봉지에 넣어 주더라구요.

집에 두고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려 했으나 박스 모서리에 네 뒤퉁이가 찢어져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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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면 이렇게 맨 위에 세계 각국 언어로 적힌 쓸 데 없는 가이드가 얹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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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어내면 역시나 저렴한 비주얼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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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냈습니다.

좌측은 본체. 오른쪽 작은 박스는 부속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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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컨트롤러, 파워 케이블, HDMI 케이블, 싸구려 이어폰, 컨트롤러 충전용 usb 케이블입니다.

뭔 차이인지 모르겠으나 보통 핸드폰들에 쓰는 usb 케이블로 컨트롤러를 본체에 연결하면 충전만 되고 조작은 안 되더라구요.

애초에 무선 컨트롤러이긴 하나 유선으로 쓰고 싶으면 왜?;; 저 케이블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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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극심한 혐오를 사고 있는 컨트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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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면 뭐 걍 옛날 옛적 듀얼 쇼크 모양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제발 큰 차이를 좀 뒀으면 좋겠습니다(...)

학창 시절 논술 쓰던 기분으로 "오래 되었다고 다 전통이 아니라구요!! 이런 건 사라져야 할 인습입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

터치 패드 버튼이나 라이트바 같은 괴상한 거 만들어 넣고 뿌듯해 하지 말고 기본을 바꾸라고 기본을. 도대체 무슨 x고집이냐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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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냥 네모난 모양인데, 경사진 네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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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분께선 이걸 보시더니 '책 세 권 쌓여 있는 줄 알았다' 라고. ㅋㅋ

버튼이 없어 보이는데, 잘 보면 중단의 아래 쪽 왼쪽 끝과 오른쪽에 하얀 점 같은 게 보이죠. 저기가 버튼입니다.

근데 미관을 우선시해서 그런지 저 버튼이 좀 괴상합니다. 독립된 버튼 둘이 아니라 기-----다랗고 얇고 휘는 막대기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왼쪽 끝을 눌러서 휘게 하면 파워, 오른쪽 끝을 눌러서 휘게 하면 디스크 꺼내기.

뭐 집에서 애들이 막 누를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에겐 좋겠네요. 버튼 찾기가 어렵고 누르기도 어려우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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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 후면샷.

납작하고 넓습니다.

열 배출구는 후면과 사진에 안 찍힌 반대편 측면에 조그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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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 원과의 비교샷 1.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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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 원과의 비교샷 1. 전면.


발매 당시 '커다랗고 못 생겼다'고 욕을 잔뜩 먹었던 엑스박스 원과 비교를 해 봤는데.

글쎄 뭐 제 취향엔 엑스박스 원이 낫습니다.

제 기준으로 바람직한 가전 기기의 디자인의 요건이란 1. 튀지 않고 2. 특별히 못생기진 않으면서 3. 기능에 충실할 것. 

이렇게 세 가지인데 그 기준으로 플스는 참 별로입니다.

일단 튀고, 그래서 시간 지나면 질릴 모양이고, '얇음'에 집착해서 기기 내부의 열 배출 구조가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입니다.


여담으로, 마소(런칭 엑스박스 원), 소니(플스4 프로), 닌텐도(위유)의 거치기 삼종 셋트 '박스 구성'을 비교해 보면


마소 >>> 소니 > 닌텐도


이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뭐 중요한 건 내용물이니까요. 현실의 콘솔 흥행은


소니 >> 마소 >>>>>>>>>>>>>>>>>>>> 닌텐도


요렇게 전개되고 있죠.

이러나 저러나 닌텐도가 꼴찌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3. 그래서 주말 동안 잠을 삭제해가며 굴려 본 소감은 이러합니다.


1) 좀 시끄럽습니다.


먼저 제가 지금까지 굴리고 있는 (구형) 엑스박스 원이 지금껏 굴려 온 콘솔들 중 역대급으로 조용한 기기였다는 설명을 덧붙여야겠습니다만.

일단 디스크 구동음이 상당히 크구요.

디스크 설치가 끝난 후에도 그래픽상 부하가 좀 걸리겠다... 싶으면 여지 없이 맹렬한 팬소리로 알려줍니다. ㅋㅋ 게다가 또 제가 지금 굴리고 있는 게임이 플스 성능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내기로 유명한 너티독의 언차티드4라서.

거실 티비 밑에 게임기를 두고 반대편 소파에 앉아 즐기실 경우 게임 볼륨을 좀 키우면(...) 그럭저럭 할만한 수준은 되는데,

피씨 모니터에 연결해서 게임기를 바로 사람 앞에 두고 플레이하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거슬릴 것 같습니다.

밤에 애들 신경 안 쓰고 플레이하려고 피씨 모니터에 연결할 생각이었는데, 포기하고 그냥 거실에 두기로 했네요.


2) 컨트롤러는 그냥 '플삼 패드 기준'으로 좋습니다


여러모로 전설의 레전드급 쓰레기(...)였던 플삼 패드보단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립 부분이 길어져서 손에 잡기 편해졌고. 트리거 버튼도 예전보다 조금은 개선이 되었더라구요.

하지만 엑박 패드와는 여전히 비교 불가입니다. 당연히 개선판이 나와야할 것 같은데 기기가 잘 팔리니 만들 생각을 안 하네요;;


3) 성능은 뭐... 말 하기 애매한 부분인 게


제가 플스4를 써 보질 않아서 비교가 불가능하거든요. 고사양 PC랑 비교하는 건 애초에 무의미하고. 엑박보다 나은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다만 굉장히 애매한 물건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일단 발매시 소니에서 호언장담했던 '이미 발매된 오리지널 플스4용 게임들의 퀄리티도 향상될 것' 이라는 약속이 사실상 공염불로 밝혀지고 있구요.

심지어 소니에서 제작한 게임들 조차도 그냥 지원 해상도만 올라가는 정도의 지원으로 끝내고 있으니 서드 파티들 까지야 바랄 수도 없겠고.

앞으로 발매될 게임들도 올해 까지는 오리지널 플스4와 플스 프로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들 밝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 이후 발매 게임 정도나 되어야 오리지널과 프로의 성능 차이를 제대로 활용해주지 않을까... 싶은 상황인데 내년이면 이미 플스4 발매 5년차라 2~3년 안에 플스5가 나오겠죠(...)


게다가 한국 유저들에게 플스 패밀리의 가장 큰 매력은 아시아권에서만 인기 있는 일본 내수용 게임들이 플스로는 거의 모두 정식 발매가 되고 또 요즘 현지화까지 잘 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게임들은 거의 휴대기 비타 스펙 정도에 맞춰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오리지널 플스4로도 떡을 치고도 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1TB 하드 디스크 버전 기준으로) 굳이 15만원을 더 주고 플스4 슬림 대신 프로 버전을 사야 하는가... 라고 하면 뭐.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프로가 낫겠지만. 예산이 좀 빡빡하다면 그냥 슬림 사고 게임 두어개 구입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4K 디스플레이가 없다면 더더욱 말이죠. 게다가 어차피 성능이 딸려서 프로의 4K는 다 업스케일링이니


그리고 어지간한 코어 게이머가 아니라면야 플스4와 플스4 프로의 성능 차이는 크게 체감 되지 않아요.



4. 총평


돈이 넉넉하고 집에 4K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프로를 사시고. 아니면 걍 저렴하고 조용한 슬림 사세요.




5. 사족


전 정말로 사람들이 언차티드 시리즈에 보내는 열광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재밌는 게임인데 그래픽이 좋다... 라는 정도.

아마도 저번 세대에 360에게 발리던 플삼을 구원해 준 게임이라 전세계의 플스 팬보이 게이머 & 리뷰어들이 충정심을 담아 원기옥 버프를 넣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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