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K 모니터를 사서 한 달 남짓 사용 중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따져볼 게 많더군요. 돈이 많으면 안 그랬겠지만


일단 장안의 화제인 HDR 기능... 이건 그냥 패스했습니다. HDR 공식 규격에 맞는 화면 밝기를 확보한 모니터는 거의 없거나 입 벌어지는 가격이라서요.

뭐 실제 사용기들을 보면 규격보다 모자라도 충분히 화면빨이 좋아진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가격 차이가 있고 또 제가 그렇게 넉넉하지 못 한지라. ㅋㅋㅋ

그 다음은 화면 사이즈였는데. 아무래도 1080p 대비 4배로 픽셀이 많아지다 보니 화면이 어느 정도 크지 않으면 보람(?)이 없다는 게 중론이더라구요.

그렇다고 40인치 이상을 구입하기엔 이게 PC 모니터 겸용이라 너무 부담스러웠고. 20인치대는 좀 작은 것 같아서 32인치로 타협.

거기에다가 (사실상 게임용이니까) 프리싱크 기능 생각하고 HDMI 2.0 이상 버전으로 둘 이상에 디스플레이 포트까지 갖춘 것.

TN 패널은 패스. 반응 속도 너무 느린 것은 (역시 게임용이니까!) 패스. 


등등 따지고 따지다가 LG에서 나온 보급형 4K 모니터로 질렀네요.

엘지 제작 IPS가 아니라 대만산 VA 패널을 쓴다는 게 좀 걸렸지만 사용자들 평이 좋길래 눈 딱 감고 질렀는데...

생각 외로 크게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일단 4K 해상도라고 하면 뭐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알고 보니 제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 해상도보다 낮더라구요(...)

그래도 어쨌거나 1080p 사이즈로 리사이징된 사진을 보다가 4K 사이즈로 크게 보게 되니 같은 사진도 훨씬 좋아 보입니다.


예전에 1080p로 했던 게임들을 4K 해상도로 돌려 보니 화면 사이즈는 1.5배로 (전에 쓰던 모니터는 23인치였거든요) 커졌지만 픽셀 밀도는 오히려 높아져 버려서 확실히 더 선명하고 세밀한 느낌이 들구요. 게임 따라 다르지만 4K 해상도의 텍스쳐를 지원하는 게임들은 거의 새로 하는 게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엔딩 봤지만 다시 한 번 해 볼까 싶을 정도.


4K 도입 초기엔 윈도우 폰트나 각종 프로그램 UI가 너무 작아진다는 불만들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요즘엔 윈도우 자체에서 다 지원을 해서 괜찮구요. 그냥 케이블 연결하고 컴퓨터 켜면 알아서 감지하고 다 맞춰 줘요.


너무 크지 않나... 라는 부분이야 뭐.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ㅋㅋㅋ 한 3일 쓰고 난 후 부터는 그냥 이게 딱 적당한 사이즈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아직은 이것보다 더 큰 건 게임 전용이라면 몰라도 PC 모니터 겸용으로는 좀 부담스럽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몇 년 써 보면 또 달라질 수도 있겠죠. ㅋ


암튼.

구입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겐 급하지 않으면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말씀드리겠지만 (HDMI 새 규격이 곧 적용되어 나올 예정이기도 하고, HDR 기능 같은 부분도 시간이 좀 지나야 제대로 구현이 될 겁니다) 당장의 만족도는 꽤 높습니다.

굳이 복잡한 거 따질 생각 없으실 분들은 지금 나온 물건들 중 가격과 사용자들 평가를 보고 적당히 구입하셔도 만족할 수 있으실 듯.




2.

이번 세대 내내 플스의 위세에 몰려 고전을 면치 못 하던 엑박 진영에서 회심의 카드로 준비한 업그레이드 콘솔, 엑스박스 원 엑스가 얼마 전 런칭했습니다.

처음엔 촌스럽게 원래 이름에 X 붙이는 게 뭐냐... 싶었는데 문득 깨달았죠.

XBox One X.

대문자만 이어 붙이면 XBOX(...)

실제로도 이전 모델인 엑스박스 원을 외국 커뮤니티에선 XBO라고 줄여서 부르곤 했거든요.

심혈 기울여 내놓는 상품에 이런 말장난이라니 정말 맘에 듭니다(?)


암튼 뭐 탁월한 저소음에 작은 크기, 그리고 적당한 성능의 PC에다가 1070급 그래픽 카드를 달았을 때의 성능을 보여줄 거라고 부지런히 홍보를 해대더니 매우 놀랍게도 정말 홍보 그대로의 성능으로 나왔습니다. 가격이 60만원 조금 안 되는지라 비싼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많았는데 가상 화폐 열풍으로 인해 그래픽 카드값이 폭등하고 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램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가격 대 성능비가 쩌는 물건이 되어 사람들의 예측보다 훨씬 잘 팔리며 품귀 현상을 겪고 있죠.

이번 세대 들어와 엑스박스는 거의 전멸에 가까웠던 한국 시장의 형편상 소량만 배정 받아 적당히 팔아 보려고 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대거 몰리며 구매 페이지 오픈 즉시 매진되어 버리고. 저 역시 예약 구매에 실패한 후 짜증나서 그냥 미쿡 아마존에서 질러서 배송 받아 며칠 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구매, 배송 대행지 처리와 관세 납부까지 칼 같이 처리해주신 제 가족님께 감사를!)


결론부터 말 하자면 지금껏 사용해 본 콘솔들 중 기기 만족도는 최고입니다.

호언장담한 대로의 성능으로 (회사의 최적화 노력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만) 4K 해상도로 게임들을 즐길 수 있구요.

그러는 와중에 소음은 거의 없는 수준. 플스4와 플스 프로가 엄청난 소음으로 악명 높은데 그냥 비교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제 PC보다 조용해요.

덧붙여서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취향 차를 넘어선 우월함이 아닌가... 싶은 엑박 컨트롤러까지.


뭐 그래봤자 매니아들이 원하는대로 4K 해상도 칼같이 지키면서 고품질 그래픽 효과 팍팍 넣고 60프레임 이상으로 게임을 돌릴 스펙에는 한참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만.

어쨌든 블럭버스터급 게임을 4K 해상도로 돌릴 수 있는 최초의 게임기이면서 동시에 기기 완성도도 높다는 것에 의미가 있죠.

플스 프로는 정말 여러모로 애매한 성능으로 나온 물건이라서 4K는 홍보용으로 박아 놓았을 뿐 거의 달성한 적이 없었던 데다가 소음 대박이고 뭐 이래저래 단점이 많았거든요. 반면에 엑박 엑스는 워낙 향상된 요소들이 확실해서 가격은 비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 성능비가 훌륭하다는 인상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한국 한정으로는, 특히 일본산 게임들 좋아하는 한국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애매한 점이 많은 게 엑스박스이긴 합니다만.

꼭 소니 독점 게임이나 일본 내수용 마이너한 게임들을 즐겨야만 하겠다... 는 분이 아니라면 가장 큰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기기라는 느낌입니다.

특히나 저는 이상할 정도로 소니 독점 게임들(언차티드나 라스트 오브 어스, 호라이즌 등등)에 시큰둥한 사람이어서 이제 플스 프로를 켤 일은 자주 없을 듯.


한 줄로 요약하자면,

돈 적게 들여서 최선의 성능으로 게임용 PC를 맞추고 싶으신 분이라면 그냥 엑박 엑스 사시는 것도 가격 대비 좋은 선택이라는 얘깁니다.

한글 패치 같은 PC만의 장점이 있으니 그리 단순한 계산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만큼 엑스의 기기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로 이해해 주시면.



3.

이제부턴 게임 얘깁니다. ㅋㅋ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그냥 짧게. 먼저 이스8부터



'그래픽 빼곤 완벽한 게임이다' 라는 게 유저들의 중론이었습니다만 전 도저히 동의는 못 하겠구요... ㅋㅋㅋ

참 희한하고 괴상한 게임입니다. 

스토리, 캐릭터 설정, 음악, UI 같은 면에서 80~90년대 일본 rpg의 향수가 진동을 하는데 그게 의도인지 그냥 발전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스토리 측면에서 요즘 일본 게임들 특유의 '어떻게든 튀어야 한다!!' 는 느낌이 전혀, 아예 없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건전 명랑 무난하게 그냥 왕도를 갑니다.

그래서 좀 싱거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요즘 세상에 중2병, 소수 오타쿠 취향이 이토록 완벽하게 안 느껴지는 일본 게임이 있다는 게 참 반갑기도 하더라구요.

뭐 어쨌던 저 같은 아재 게이머 입장에선 반가워서 좋았구요.


전체적으로 게임이 참 쉽습니다. 액션도 쉽고 퀘스트 해결도 쉽고. 시스템도 전혀 복잡하지 않구요. 진행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었네요. "하이퍼 스피드 액션 rpg!!' 운운하는 오골거리는 카피로 홍보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로 액션도 빠르고 (뭐 그냥 몇 대 치면 몹들이 녹는 수준이라;) 게임 진행도 빠르더군요.

그 와중에 옛날 옛적 80년대에 리즈를 보냈던 팔콤의 JDK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들 역시 그냥 90년대 일본 게임 음악 그대로여서 리메이크 게임 같은 느낌까지. ㅋㅋ


뭐 이렇게 전반적으로 쉽고, 상쾌한 기분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rpg라는 면에서 충분히 호평을 할만 하긴 한데.


문제는 애초에 ps vita라는 성능 떨어지는 휴대기로 만들었던 게임을 플스4로 옮기면서 딱히 늘어난 성능에 맞춰 고쳐준 게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공들인 느낌 물씬 나는 2D 초상화와 게임 속 모델링의 충격적인 괴리감은 플스4 성능이라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전혀' 안 했구요.

오픈월드 형식으로 만들어 놓고 기기의 한계상 공간을 미세할 정도로 잘게 쪼개 놓고 일일이 로딩이 발생하게 만들어 놓았던 부분도 플스4라면 충분히 그냥 오픈월드로 고쳐서 낼 수 있었을 텐데 역시 전혀 안 했구요. (그냥 들판을 뛰다가도 갑자기 화면 암전되며 로딩이 되는 수준입니다. ㅋㅋ)


근데 이게 둘 다 게임의 몰입감과 쾌적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라 도저히 호평을 못 해 주겠더군요. ㅋㅋㅋ

일본 내수용 게임들 특유의 덜떨어진 기술력과 모자란 편의성에 이미 익숙해진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4. 페르소나5



어쩔 수 없는 중2 취향 스토리이지만 거부감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연출과 대사들.

참으로 일본 아니메스러우면서도 적절하게 거부감을 피해 가는 캐릭터 디자인과 보기 좋게 깔끔한 미술 디자인.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면서 듣기 좋은 bgm.

굉장히 복잡하고 뭐가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풀어갈 수 있게끔 잘 구현해 낸 게임 시스템.

미연시 + 던전 rpg의 조합에서 미연시 측면에서도 꽤 적절하고 던전 rpg 측면에서도 적절한 게임 완성도.


그야말로 장인들이 만들어낸 게임 같다는 느낌입니다만.

아쉽게도 그게 그렇게 막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ㅋㅋ 단점이 없다는 게 매력이 크다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일단 (이건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던전보다 미연시 파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데 캐릭터별로 전개 되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막 재밌지가 않습니다. 그림 참 예쁘고 시스템도 적절하지만 담겨 있는 내용이 그냥 so so한 느낌. 더군다나 공략(?) 해야할 캐릭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분산되다 보니 정작 주인공과 동료들의 이야기 비중이 줄어 들어서 엔딩 즈음에 나오는 몇몇 감수성 폭발하는 장면에서 그냥 시큰둥 했습니다.


그리고 던전 파트는 재미는 있으나 갯수가 적고 각각의 볼륨도 작아서 충분히 즐기기 전에 끝나 버린다는 느낌이 아쉬웠고.


뭣보다도 멍하니 컨트롤러를 내려 놓고 화면을 구경만 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게 결정적인 아쉬움이었습니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 게임은 좋아하지만 그게 그냥 무조건 보여주기만 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건 또 싫어하거든요.

엔딩 한 번 보니 총 플레이 시간이 100시간을 훌쩍 넘어 갔는데 아마도 그 중에 애니메이션 & 컷씬을 구경만 하는 게 1/3은 되었던 것 같아요. ㅋㅋ


한 줄로 요약하자면 '참 잘 만든 게임인데 이상하게 그렇게 재밌진 않았네요' 라는 정도.



5. 수퍼로봇대전V


여기에 대해선 긴 말을 않도록 하겠습니다.

왜냐면 초반 진행하다 접고 팔아 버렸거든요(...) 저는 원래 한 번 구입해서 시작한 게임은 무조건 엔딩을 보고 끝내는 성격이라 이런 건 정말 수년만에 처음입니다;;

옛날 느낌 나는 게임 좋아하고 일본식 S-rpg도 좋아합니다만.

아무리 수퍼 로봇들 액션 연출 보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라지만 정말로 액션 연출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무성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데다가 게임 시스템도 살짝만 과장하자면 msx 시절 게임 하는 기분... 40~50 시간을 해야 엔딩이라는데 도저히 그 시간을 견딜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팔아 치웠습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걍 유튜브로 즐기는 걸로.



6. 타이탄폴2



전 멀티 플레이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타이탄폴 1편은 fps 뉴비 꼬꼬마들에게 비교적 관대한 편인 게임이라 꽤 오래 즐겼었죠.

하지만 싱글 캠페인이 없다는 게 꽤 큰 단점이었는데 2편은 싱글 캠페인이 짤막하나마 들어 있다고 해서 싱글만 해 봤습니다. 결론은...


와. 대박.


이 회사가 fps 싱글 캠페인계의 전설의 레전드 '모던 워페어'를 만든 회사가 맞다는 걸 게임 플레이하는 내내 절절하게 느꼈네요.

플레이 타임이 많이 짧긴 한데 내용이 아주 충실하게 꽉꽉 들어차 있어서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엔딩 보고 곧바로 한 번 더 달려 보고 싶을 정도.


스토리는 심플하고 전형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주 적절하면서 연출이 좋아요. 정서적으로도 적절히 잘 찔러 주고 볼거리도 많구요.

또 게임 플레이 구성 역시 멀티 플레이를 위한 튜토리얼의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이 게임의 개성적인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콕콕 찝어서 충분히 즐기게 해 줍니다.

막판의 대규모 타이탄 전투와 비행선 위에서의 액션 같은 건 정말 일당백 총질의 로망 + 거대 로봇 전투의 낭만(?)을 지금껏 나온 게임들 중 최고 레벨로 구현해내서 이것만으로도 이 게임을 개인적 게임 오브 더 이어로 꼽아주고 싶을 정도였네요.


근데 뭐 판매량은 부실했고.


회사는 EA에 먹혔구요.


잘 가요 리스폰. 잘 가요 타이탄폴(...)



7. 언틸



폴리곤 덩어리로 뭉친 캐릭터들로 3D 그래픽이라는 것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영화를 게임으로 구현하고 싶다.' 라는 욕망을 품은 게임들은 꾸준히 나와 왔습니다만. 그 중에서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게임에 재현하는데 도전했던 게임들 중 크게 성공한 게임은 별로 없어요. 그냥 폭망해버린 게임은 아주 많지만요.

영화와 게임이라는 장르들이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재미'를 전달하는 포인트는 전혀 다르다는 걸 생각하고 게임 플레이에 반영하지 않으면 망하는 거죠.

그리고 이 게임의 경우는...


이 게임의 컨셉은 심플합니다. B급 스플래터 호러 무비를 게임으로 옮겨 보겠다!!! 겁니다만.

뭐 애초부터 망한 컨셉이었다고 봅니다. 


스플래터 무비의 매력이 뭡니까. 젊은 남녀들이 무언가(?)에게 최대한 창의적이고 희한한 방식으로 처단 당하는 걸 구경하는 거죠.

근데 이 게임의 목적은 플레이어가 그 사냥감들을 컨트롤해서 살아 남게 만드는 겁니다.

결국 게이머가 게임 플레이에 성공하면 굳이 빌려온 장르의 매력이 죽어 버리게 된다는 희한한 상황이죠. 

게임 시스템상 '전원 생존'까지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끝까지 아무도 안 죽는 스플래터 무비라니 이게 말이...;


거기에 덧붙여서 시나리오도 아주 나쁩니다.

시작하자마자 범인이 뻔히 보이고 (너무 뻔히 보여서 함정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무시무시한 반전!!) 또 한 시간쯤 플레이 해 보면 아, 이게 다가 아니고 뭔가 국면 전환이 있겠구나.. 라는 게 뻔히 보이고 또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그 국면 전환은 오히려 김 빼는 방향으로 이뤄지구요.

결정적으로 등장 인물들이 죄다 밥맛이거나 무매력이라 굳이 노력해서 살리고픈 사람이 없습니다. 게이머로서의 의무감(...)으로 어쨌든 살리긴 해야겠는데 귀찮구요.


이런 류의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이 멀티 엔딩을 채택하고 '당신의 결정에 의해 수만가지의 가능성이!'라고 강조합니다만.

결국 스토리는 그냥 똑같고 마지막에 살아 남는 사람 수만 달라지는, 그래서 에필로그에 등장해서 주절거리는 사람 숫자만 달라지는 식이라 사기 당한 기분이구요.


암튼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독점작 조성에 쏟아 붇는 노력은 알겠고 그러면서 장르의 다변화까지 신경쓰는 건 알겠지만 퀄리티가 이래서야 좀 그렇습니다.



8. 베르세르크 무쌍



무쌍이란 장르에 대해 길게 설명할 필욘 없으니 정말 간단하게.


 - 장점

 1) 본격 캐릭터 게임화된지 오래인 요즘 무쌍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원작 재현도가 아주 좋습니다. 캐릭터 모델링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고.

 2)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통째로 가져다가 뚝뚝 잘라서 컷씬 대용으로 쓰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높아서 괜히 성의 있어 보이구요.

 3) 나름대로 보스전들은 이전 무쌍들에 비해 조금은 신경 쓴 느낌이 납니다. '조금은'요. ㅋㅋ

 - 단점 

 1)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다루는 스토리가 게임 볼륨의 절반 정도여서 후반은 인게임 모델링을 활용한 컷씬이 나오는데.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고퀄 애니메이션의 수려한 그림체를 보다가 갑자기 컷씬으로 바뀌니 좀 아쉽다는 느낌이.

 2) 원작의 스토리 진도가 워낙 지지부진하다 보니 스토리 모드의 끝이 너무 쌩뚱맞고 급격한 느낌이 듭니다.

 3) 워낙 원작부터가 가츠의 원맨쇼 만화이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로 플레이하는 재미는 거의 느끼기 힙듭니다. 그냥 가츠만 플레이해서 스토리 모드 한 번 엔딩 보면 끝.


 - 결론

 베르세르크팬이자 가츠 캐릭터의 팬이라면 아무 기대 없이 그냥 스토리 복습 한 번 한다는 차원에서 즐겨볼만 합니다.

 하지만 원래 무쌍 안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냥 스킵하셔도.



9. 바이오 하자드7



게임판에서의 호러 게임은 영화계에서의 호러 영화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 만들어도 그렇게 많이는 안 팔리고 못 만들면 그나마도 안 팔리지만 매니아층이 있어서 최소한의 판매량 방어는 해 내는 정도.

그러다보니 업계의 메인 스트림에선 잘 다루지 않고 주로 인디 업계에서 선호하는 장르라는 점도 비슷하구요.


4편 이후로 줄곧 호러/서바이벌이 아닌 '괴물 나오는 총질 게임'의 길을 달리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드디어 개심(?)하여 본격 호러로의 복귀를 선언했습니다만.

그러면서 동시에 제작사는 최대한 제작비를 줄이고 게임의 규모를 줄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하다 보면 때깔 좋은 인디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좀 들어요. ㅋㅋ


많은 사람들이 '아웃라스트'와의 유사성을 이야기했고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엔딩까지 보고 나면 캡콤에서 이미 저예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로 밀고 있었던 '레벨레이션스' 시리즈의 컨셉을 메인 시리즈에 도입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력해서 화끈한 액션은 무리이고 주로 도망 다녀야 하는 주인공. 과거 현재를 오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게임 플레이 방식. 액션보단 호러 효과에 방점을 찍었으나 어쨌거나 막판 가면 다 쏴 죽이게 되는 게임 전개 등등.


후반에 가서 좀 맥이 빠지긴 하지만 초반(첫 번째 집 탈출까지) 전개는 거의 명작급이라 할만 합니다. 신선하고 무섭고 재밌었어요.

그 후야 뭐. 제작사 입장에서도 그 정도면 최선을 다 한 거겠거니... 합니다. ㅋㅋ


적어도 이전 시리즈들보단 (초반만이라도) 확실히 공포 효과가 살아 있으니 호러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하시길.

그리고 이전 시리즈들과는 달리 등장 인물들 디자인이 미쿡 영화 실사풍이라서 원래의 아니메풍 캐릭터들을 좋아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좀 별로일 것 같습니다.



10. 반교(detention)



대만제 인디 호러 게임입니다. 의외로(?) 한글 패치도 아주 우수한 버전이 존재하구요.

'인디' 게임과 '호러' 게임의 일반적인 장점과 단점을 다 갖고 있는 평작입니다만. 일본제가 아닌 동양의 호러 게임이 워낙 드물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대만식 비주얼, 대만식 분위기 등등이 다 좀 독특하고 매력적인 개성으로 느껴지는 거죠.

더불어 대만의 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한 내용이라 저같은 역사 바보들에겐 역사 공부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살짝 가산점을.


인디 호러 게임들이 다 그렇듯 게임 플레이는 그냥 평이하고 볼륨도 짧습니다. 

무섭다기보단 그냥 괴이하면서 우울한 느낌이구요.


하지만 서양 호러들의 무조건 다 찢고 뚫고 잘라 버리는 고어 효과 퍼레이드 없는 호러를 즐기고픈 게이머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전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즐겼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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