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요. 노다메가 치아키가 지휘하는 악단의 연주를 듣고 자신도 어서 피아노를 쳐야겠다며 달려가는 장면이죠.


 음악만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글이나 그림, 이야기를 본 작가들은 그러는 법이거든요.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을 가진 작가들은 뭔가 잘 만들어진 걸 보면 '저 정도쯤은 나도 할 수 있는데.'라면서 마감 기간도 아닌데 작업에 착수하곤 하죠. 


 한데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나선 그럴 마음이 전혀 안 들었어요.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 하겠는데.'라는 마음만 들고 뭘 할 의욕은 전혀 안 들었죠.



 2.최근에 페이스북을 보는데 예전에 만화를 재밌게 봐 준 사람이 눈에 띄어서 마음이 좀 아팠어요. 언젠가 충분히 윤택해져서 대학교도 다시 가고 공기좋은 시골에 있는 쉘터에서 살며 만화를 그릴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혹시 내 만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정말 충격적인 전개가 기다리고 있어요. 재미있다거나 깊이있을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나는 한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거든요. 극중에 대단한 척 하는 무언가가 나올 듯 안 나올 듯 변죽만 울려대다가 결국 안 나오거나 두루뭉술 넘어가는 건 결코 안 해요. 외계 군단도 나오고 진짜 신도 나올 예정이거든요. '신들 중 하나'라거나 '그럭저럭 신 비스무리한'놈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진짜 확실한 유일신 말이죠. 


 물론 그런 걸 등장시켰다가 표현력 문제로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지만...그래도 등장시켜서 확실하게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걸 좋아해요.



 3.사실 이야기라는 건 늘 인위적이예요. 작가들은 이야기를 만들 때 이렇게도 틀고 저렇게도 틀고 하면서 등장인물들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평행세계를 구상하죠. 하지만 독자들이 볼 수 있는 건 그중 채택된 딱 하나의 시간선이거든요. 어떤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건이 제때 일어나주고, 어떤 캐릭터를 위기에 몰기 위해 사고가 제때 일어나주는 가장 인위적인 세계 말이죠. 상품성을 더하면 더할수록, 이야기는 좀 인위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예요. 산 위에서 눈덩이를 굴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굴려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 말이죠. 아무리 다시 뜯어봐도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작가가 저 두 사람을 억지로 만나게 한 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게 말이죠. 물론 돈 받고 그리는 만화는 간을 좀 쎄게 해야 하니 그러기 힘들지만요.



 4.휴.



 5.일기글 쓰다보니 이사벨더부처 가고 싶네요. 어니언수프를 먹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아서요. 그러나 너무 늦어버렸죠. 못해도 12시 반까지는 가야 하거든요. 지금 번개를 치면 12시까지는 쪽지가 와야 한단 뜻이고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번개를 쳐놔 봤어요. 혹시 강남구청 쪽에서 스테이크 좀 썰고 싶은 분 계시면 12시까지 쪽지주세요. 이사벨더부처 도산공원점이예요.  

 

 ...어쩌면 오겠다는 사람이 넘쳐서 5명이 번개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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