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4 21:36
요 몇년 극장가서 영화를 보는 건 일년에 세네번도 안되었던 거 같아요. 요즘 같은 세상에 개봉영화들 금방 집에서도 볼 수 있는데 요 몇년 좋다는 영화중에 본것보다 놓친게 더 많습니다. 어제 netflix에 Spotlight이 있길래 혼자 조용히 봤습니다. 참 좋더군요. 어떤 평론가가 처음 볼때는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볼때 보니 그 속도가 맞는 거 같다, 저널리즘이란 그렇게 많은 시간을 mundane 한 일들을 하는데 소비하고 그래야만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니까, 라고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한테 제일 좋았던 장면은 spotlight 팀원들이 전화로 Richard Sipe 랑 통화할 때 입니다. 보스턴에 아동들에게 성폭행을 행한 사제들이 숫자가 우리가 알기로 무려 13명이다, 이 숫자가 맞는 거 같냐는 질문에 Richard Jenkins이 건조하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음, 너무 낮다, 아동성폭행을 하는 사제 숫자는 전채의 6%정도가 된다 라고 답할 때, 계산해 보면 90명이 된다고 할 때, 13명도 많다고 생각했는 데 90 명이라니 팀사이에서 침묵이 흐르는 순간 카메라는 점점 뒤로 멀어저 갑니다. 왠지 머리를 골프채로 맞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 90명이라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을 이야기 하는 건가, 멍함과 동시에 많은 생각들이 파편적으로 튀어오르는 것이 보여집니다.
마지막 미팅 장면도 좋았어요. Marty Baron의 소위 명대사가 때문이 아니라, 기사 초본 읽으면서 뭔가 지우죠. 뭐냐 고 묻는 질문에 another adjective 라고 하는 장면. 영화 전채의 성격과도 잘 맞고, 제가 박사 시작했을 때 받은 조언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때 누군가도 저보고 필요하지 않은 형용사는 지우는 게 더 낫다고 했어요. 지금 제가 제 박사 과정들이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작년 12월 20일에 영화에 나오는 추기경 Law가 사망했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하필 스포트라이트 직후에 감상한 영화가 <귀향>이어서 실망과 분노가 더 컸었습니다. 언제나 이 나라에는 좀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을 가진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기껏 나오는 게 <1987>이니 갈 길이 멀고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