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제목이 '발칙한 동남아 산책'입니다만 영어 원제는 ' Jack Whitehall: travels with my father' 입니다.

영국의 코미디언 잭 화이트홀이 76세인 아버지를 모시고 (데리고?) 다니면서 동남아 여행을 하는 프로인데 엄청 재밌게 봤습니다.

이게 완전 다큐같지는 않고 '꽃보다 할배'처럼 어느 정도 픽션이 있.....으리라 사료됩니다만 어쨌든 엄청 자연스러워요.


잭 화이트홀이 29살이니까 나이차가 꽤 나는군요. 

잭은 요새 젊은이 답게 오픈 마인드로 동남아를 즐기고 싶어하지만 76세 영국 보수꼰대 아버지는 외국인과 외국음식을 싫어하고 까다로운 취향...

이 두 사람이 지지고 볶는 자잘한 여행기가 아기자기하니 재미집니다. 시니컬한 영국식 유머의 불꽃튀는 대결...ㅎㅎㅎ

아버지 마이클 화이트홀도 영화관련 일을 하셔서 그런지 이런 프로를 재밌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윈스턴, 히틀러 등등...

매우 거부감 들고 싫을 것 같은 캐릭터인데 은근히 귀엽기도 하시고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폭소를 안겨주시고 하시네요.


마치 각본을 짠 영화처럼 정교하게 묘사된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보면 만든 사람들이 참 대단한 능력자다 싶기도 합니다.

5주간의 여행이었다고 하는데 편집을 아주 공들여 한 것 같아요.


여행의 목적이 '동남아를 알고 싶다'가 아니라 낯선 곳을 다니며 '아버지랑 친해지고 싶다'에 방점을 찍다 보니

우리가 여행프로에서 늘상 보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구경거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프로였다면 여행 후 엄청 변했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행의 의미를 팍팍 강조하고 눈물짓게 만드는 나레이션과 신파가 들어갈 법도 한데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오히려 사실적이고 좋네요.


스티븐 시걸이 잠시 나오는데...아...진짜 간만에 배꼽잡고 크게 웃었습니다.


주인공 잭 화이트홀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이 동글동글...ㅎㅎ 막내아들같은 느낌. 적어도 이 작품에선 꽤 재밌네요. 실제 스탠드업 코미디 수준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게이인가? 싶기도 했고 마이클 아버님도 '사람들이 너보고 게이같대'라며 직접 물어보기도 했는데 아닌가봐요 (아...이 장면도 진심 웃겼음).


아, 한가지.

나이가 들면서 느낀 건데...여행에서 잠자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젊을 때야 딱딱한 바닥에서 하루이틀 자도 끄덕없지만...

일흔이 넘은 아버님을 모시고 도미토리 호스텔 방에서 숙박하는 걸 계획한 건 좀 무리같아요. 이건 아버님을 이해해 드려야 합니다. ㅎㅎ


또, 한가지.

한글 자막이...재밌게 하려고 시도한 건 좋은데, 너무 오바스럽다고나 할까..캐릭터상 쓰지 않을 법한 상투적인 표현이 좀 거시기 하더라고요.


시즌 2가 나올까요?

마이클 아버님은 솔직히 더 보고 싶긴 합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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