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 14:21
지난주 <포스트>를 보러 극장에 갔더니 바로 옆자리 관객분이 영화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열어 문자를 보내시네요. “불빛이 보여요”라고 속삭였더니 (문자 다 보내고) 핸드폰을 닫기는 했으나 전혀 미안한 눈치가 아니라서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좀 지나니 다시 문자를 확인했는데 이때 핸드폰 닦는 장식이 커버와 화면 사이에 끼어서 이후 화면의 불빛이 꺼지지 않고 계속 세어나옵니다. 몸을 비틀어 불빛을 피하려고 하지만 바로 옆자리라 빤히 보이거든요. 다시 “불빛이 보여요”라고 했더니 이번엔 못들은 척 합니다. 좀 있다가 또 “불빛이 보여요”했더니 “영화나 보세요”라고 쏘아 붙이면서(“당신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못보겠잖아!”라고는 마음속으로만 말했습니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서 다행히 여기서부터는 영화에 집중해서 봤습니다.
중간중간에 먼 자리에서 누군가 스마트폰 화면을 여는게 보였지만 거리가 있어서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영화에 흠뻑 빠져서 본 다음에 근사한 영화음악이 흐르는 엔딩크레딧을 듣고 있는데 옆자리분이 자기 물건을 챙겨서 나갈 것처럼 일어나더니 다시 저에게 와서 말합니다.
“저기요, 내가 보니까 그쪽 태도가 너무 까칠하고 예민하네요. 아니 영화관이라도 다들 볼일도 보고 그러는 거지(영화 도중에 핸드폰 사용한 다른 관객들을 지칭하는 듯 합니다.) 그걸 가지고 그렇게 사람을 다그쳐요.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이분이 얼마나 진지한 훈계조로 이야기하는지 영화관에서 소리내어 통화하지 않는 이상 핸드폰 확인하고 문자보내는 건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내가 정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인가하는 생각까지 잠시 들었네요. 설마 요즘 극장예절이라고 그렇지는 않겠지요....?
(다행히 바로 다음날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전 관객이 숨을 죽이고 영화에 집중하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보았답니다. 앞으로 이런 시사회 성격의 행사를 더 열심히 찾아 봐야 하나….)
2018.03.05 14:30
2018.03.05 14:37
2018.03.05 14:57
2018.03.05 16:04
저도 무려 10년도 전에 이런 비슷한 일을 당했네요. 옆에 고등학생 무리들이 계속 폰보고 왔다갔다하고 해서 열받은 친구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문자질하던 폰을 가려버렸어요 ㅎㅎ 근데 영화 끝나고 그 무리가 우리를 흘겨 보면서 뭐라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더군요. 우리는 기가차서 헛웃음만 ㅋㅋ
2018.03.05 16:14
올바른 관람 문화가 정착됐나 했더니 아직도 저런 인간이..
2018.03.05 16:16
누가 누구보고 조심하라는 건지. -_- 기본 매너를 지켜달라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예민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부류가 많아진 걸 느껴요. 상식이 통하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2018.03.05 16:19
2018.03.05 16:22
2018.03.05 16:31
영화 시작 전 대피요령 방송에 이어 극장 에티켓 안내, 특히 왜 이것을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용의 방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 많아요..
저에게 <곡성>은 영화보다 현실의 인간이 더 무섭다는 것만 알려준 기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영화 중반부부터 클라이맥스 부분까지 어떤 중년 여성분이 20분 동안 평온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셨거든요... 나중엔 주변에서 여러 관객들이 제지했지만 아랑곳없이 끝까지 통화를 하시더라는...
2018.03.05 16:50
2018.03.05 16:40
2018.03.05 17:12
2018.03.05 19:04
2018.03.05 23:49
대박이네요…진짜 뻔뻔한 사람들 많군요;;
저는 그냥 극장에 가면 아예 폰을 꺼버리고 가방에 넣어둡니다. 평소 업무 때문에 스마트 폰을 끼고 사는 터라 이 때만이라도 그냥 폰에서 해방되려고요. 두세시간 지난 다음에 폰을 켰을 때 가득 달린 (업무상)메시지를 보는 것도 은근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