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총체, 선택)

2018.05.16 16:17

여은성 조회 수:399


 1.연애를 예로 들면...뭐 그래요. 처음(1페이즈)에는 일상이 아니예요. 가장 멋지게 꾸민 모습으로 첫만남을 가지고 가장 멋지게 꾸며진 태도로 대화하죠. 상대에게 호감과 즐거움을 어떻게 느끼게 해줄지, 상대를 둘러싼 지겨운 일상의 사람들과 내가 얼마나 차별화된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 서로가 온 힘을 다하죠. 그야 이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예요. 다만 지나치게 왜곡과 강화를 거쳐 보여지는 하나의 측면인거죠. 


 그러나 그렇게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사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들은 서로의 측면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총체를 상대해야만 해요.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측면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이 녀석을 손절해버릴지 말지 계산을 해야 하죠. 또는 계산을 당하거나.


 그래요 뭐...연애라고 해서 연옥 세계의 다른 것보다 크게 나을 건 없지만 다만 한가지 다른 건, 첫번째 한 입은 매우 맛있고 새롭다는 거죠. 그야 두번째 스푼을 뜰 때부터는 심드렁해지지만요. 그래도 첫번째 한 입이라도 맛잇는 게 어디예요?



 2.그래서 스폰 관계가 건전하고 좋은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헤어질 때도 소외받는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돈을 주는 쪽은 상대에게서 원하는 측면만을 자발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으니 좋고, 돈을 받는 쪽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리소스를 챙길 수 있으니까 좋죠. 서로 계산이 맞지 않으면 소외받는 씁쓸한 느낌을 느낄 것 없이 그냥 안 보면 되니까요.


 다만 스폰이 연애보다 못한 건, 늘 맛이 일정하다는 거죠. 보장된 맛의 프랜차이즈처럼요. 음식에 비유하자면 살기 위해 먹는 음식...딱 그 수준이죠. 연애가 인생의 목적인 남자는 있어도 스폰이 인생의 목적인 남자는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3.하아...지겹네요 인생. 여러분도 인생이 지겹겠죠? 어쩔 수 없죠. 살아 있기로 결정지은 한 우리들은 열심히 사는 것말곤 할 게 없잖아요?


 다들 그렇겠죠.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아니면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들 있겠죠. 하지만 전에도 썼듯이 사람은 자기 자신 외에는 될 수가 없단 말이죠. 그게 참 문제예요.



 4.휴.



 5.친구가 지적한 숟가락과 관한 비유는 사실이예요. 내 미래는 이제 더이상 내게 달려있지 않거든요. 내가 가진 숟가락들을 몽땅 남의 잔칫상에 올려놓은 상태와도 같으니까요. 내가 열릴거라고 여기고 있는...또는 그러기를 바라는 잔치들이 제대로 열리면 얼마간의 기쁨을 얻는 거고, 그 잔치들이 파토나면...나는 계속 나로 살아야 하는 거죠.


 그렇게 끔찍한 일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자기 자신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거 말이죠.



 6.잠재력이 있는(있다고 여겨지는) 자기자신으로 사는 건 괜찮아요. 그럭저럭 살아갈 만하죠. 하지만 더이상 잠재력이 없는(없다고 여겨지는) 자기자신으로 사는 건 꽤나 견디기 힘든 삶을 사는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으면 잠재력이 없는 버전의 자기자신이 되는 거죠. 


 문제는 잠재력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아 버린 후부터는, 모든 게 실체의 문제가 되어버리거든요. 무형적인 리소스가 아닌 실체...즉 실체로 된 리소스가 얼마나 있느냐만이 중요하게 되어버리니까요. 존나 팍팍한 인생만이 남아있는 거죠.



 7.위에 썼듯이 살기 위해 먹는 것들은 그저 그런 것들이예요. 우리들은 우리들 인생에 '이걸 먹기 위해 살아왔던 거야' 라는 역전이 느껴질 만큼 맛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하죠. 그게 피아노든...바이올린이든...벤치프레스 120kg이든 제빵이든 독서든 말이죠. 각자가 다르겠죠.


 오늘은 뭘하죠? 아침에 번개라도 쳐볼 걸 그랬네요. 하지만 이미 늦었으니 그냥 혼자 놀 수밖에 없어요. 사실 선택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어차피 캬바쿠라를 가는 것 말곤 할 게 없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캬바쿠라를 갈지 뿐이니까요. 강북 강남 중구 강동 서남...어딜 가죠? 


 하아...역시 결정이 안 돼요. 차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내서 그들에게 결정하게 해야겠어요. 어디 가서 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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