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찰흙, 번개)

2018.05.18 14:33

여은성 조회 수:645


 1.술을 너무 마신 날은 먼 미래를 미리 체험하곤 하죠. 건강이 디폴트 상태가 아니게 될...노쇠한 노인의 기분을 말이죠. 그냥 1초 1초,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든 기분 말이예요. 언젠가 늙고 병들게 되면 24시간 내내 이 컨디션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라는 공포가 들곤 해요. 수요일날 밤-목요일날 새벽에 그랬어요.



 2.어쨌든 수요일엔 덤으로 빌어먹을 비도 맞았어요. 비를 홈빡 맞고 돌아와 보니 누군가(이하 PP)에게 연락이 와 있었어요. 이창동의 새 영화를 같이 보자는 톡이었죠. 정말 짜증났어요. 나를 이렇게 모른다니 말이죠.


 나는 그렇거든요. 내가 만드는 이야기도, 보는 이야기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이 있어요.



 3.나의 이야기에서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건 초인이예요. 물론 초인이 하나뿐이면 그건 지루한 이야기죠.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초인이 등장하고, 그들은 대립해야만 해요. 여기서의 초인은 초자연적인 강력함만을 가진 인물은 아니예요. 초인성을 띈 인물을 말하는 거죠. 이미 초인성을 띄었거나, 초인으로서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수행해내는 인물이요. 강력한 힘을 가졌더라도 초인성을 띄지 못한 인물은 역할을 완수할 수 없거든요. 


 나의 이야기에서 반드시 없어야 할 건 일상이예요. 연애 이야기, 섹스 이야기, 스스로의 에고와 우울감에 빠져 찌질대는 이야기...뭐 그런 거 말이죠. 가까이서 보면 그들 자신에겐 그럭저럭 중요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모래먼지같은 이야기들 말이예요. 초인들의 유탄에 잘못 휘말리면 사라질 모래먼지같은 놈들이 나대는 걸 2시간이야 봐야 한다는 건 미칠 일이죠.


 그야 내가 싫어하는 그런 영화에 나오는 놈들에게도 나름대로의 개성은 있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가진 유일한 것이 개성뿐이라면, 인간의 개성 같은 건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보이지 않거든요. 중요한 건 스케일이니까요. 체급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개성은 그냥 나대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믿게 됐어요.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4.휴.



 5.그야 그래요. 보거나 들을 이야기를 고르는 거야 소비자로서의 선택이지만...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건 좋지 않은 버릇이긴 하죠. 드라이빙에도 코스요리에도 완급은 필요하니까요.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를 모두 합치면 전색성을 띄어야 잘 만든 이야기인 거예요. 현자가 나온다면 더 높은 수준의 현자를 등장시켜서 대비를 주는 것보다는 우자를 등장시키는 게 대비가 잘 되니까요. 좀 뻔하긴 하지만.


 붉은색을 좋아하는 화가일수록 붉은색을 필요한 곳에만 쓰거든요. 캔버스 전체를 새빨갛게 만들지 않아요. 그들은 붉은색이 푸른색을 살려주고 푸른색이 붉은색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사실을 잘 알죠. 나는 모르지만요.



 6.하아...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7.승리의 금요일이네요. 승리라는 단어의 기준을 좀 관대하게 적용한다면 말이죠. 


 내 생각엔 실체가 있는 사물(물질)이 아닌 사상도 잠재력이 많은 시기와 그것이 굳어지는 시기로 나눠져요. 찰흙을 예로 든다면, 막 조형을 시작했을 때의 찰흙 덩어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잖아요?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으면서 그 모양으로 바뀌는 과정도 매우 쉽죠. 적은 힘으로도 많은 변화가 이끌어내지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굳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어떤 힘을 가해도 더이상 바뀌지 못하고 굳어져 버려요. 굳어진 상태에서 유일하게 형상이 변화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은 파괴뿐이죠.


 지금의 북미회담...남북회담이라는 사상도 그래요. '찰흙이 부드러운' 시기인 지금은 별것도 아닌 말, 뉴스 하나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요. 문재인의 미소 띈 얼굴이 1면에 실리면 관련 주식이 상한가를 가고 북한의 토라진 말 한마디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폭풍매도하죠. 평소의 상황이라면 볼 수 없는 천변만화의 시기인 거예요.


 이런 마켓을 상대하는 모래먼지같은 인간들의 운명은 둘 중 하나죠. 자신도 모르게 파도의 위에 실려서 높이 올라가 있기도 하고 갑자기 1분만에 곤두박질쳐져 바닥에 처박히기도 하고. 그야 모두가 할 수 있는 만큼 똑똑하게 상황을 마주해 보려 하겠지만...작은 충격에도 형상이 휘청거리는 시기에는 그러기도 쉽지 않아요.


 한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만 해도 주가가 출렁이는 시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이 미사일을 쏘든 말든, 밀접한 관련주 말고는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됐잖아요. 사람들이 모델을 만들 만큼 사상이 많이 일어나서 익숙해져 버렸으니까요. 사상이 찰흙처럼 말랑말랑한 이 시기는 북미회담까지는 이어질 듯 한데...할 수 있는 만큼 똑똑함을 발휘해는 보겠지만, 그래도 운이 좋아야겠죠.


 그야 제일 나쁜 건 실패하는 거지만, 두번째로 나쁜 건 이런 시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니까요. 어차피 우리의 인생은 실패이고 고통인 게 디폴트라고 여겨지고 있는 걸 감안하면...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순 없죠.


 

 8.저번 금요일날 쓴 것처럼 한 주가 끝나면 로얄샬루트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고 싶단 말이죠. 번개나 할까요? 어차피 나는 놀러갈거니까요. 결정을 내려야 하니 8시반까지 쪽지 기다려 볼께요. 2명이 연락와서 번개가 열리면 듀게 사람과 갈 수 있는 곳에 가고, 번개를 못 열면 듀게 사람을 데려가선 안되는 곳에 갈거예요. 생일파티가 아니니까 와서 맥주잔으로 샬루트 원샷할 필요도 없어요.


 아참, 듀게 사람과 같이갈 수 있는 곳과 같이갈 수 없는 곳의 가격은 똑같아요. 그러니까 그점은 고려해줄 필요 없어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나의 상황이나 입장을 고려해 주더라고요 요즘은요. 흠. 어렸을 때가 아니라 왜 지금 그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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