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전혀 진지한 글이 아닙니다. 뻘소리 좔좔.



일단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http://www.ytn.co.kr/_ln/0103_201808141035061777


기사 말미에 초간단 요약이 있지만 괜히 부연하자면,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작년에 그 학교로 입학을 했는데 입학 후 성적이 쑥쑥 올라서 1년만에 둘이 나란히 문,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 둘의 성적 향상이 주변 학생들 보기에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아서 (전학년 전과목 시험 문제를 보고 결재하는 위치인)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구요.


어차피 알 수 있는 게 대략의 정황 밖에 없는 저 같은 구경꾼 입장에서 보면 의혹 제기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단 이게 수능 성적이 아니라 내신 성적이거든요.

고등학교 내신 경쟁, 그것도 최상위권 경쟁의 빡셈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여고라면 그 난이도가 대략 두 세 배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문제의 학생들 성적을 보면 중상위권에서 그냥 상위권 정도의 성적으로 입학을 했던데, 거기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일 자체도 흔치 않고 하물며 전교 1위까지 가는 거야 거의 만화 속 이야기에 가깝죠.

게다가 이 기사를 본 후로 찾아보니 숙명여고가 특목고를 제외한 전국 여고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명문고' 기준인) 서울대 입학생 수가 두 번째로 많은 학교더라구요. 그만큼 더더더욱 힘든 일이라는 얘기죠. 

유일하게 가능한 시나리오는 입학할 때 무슨 사정이 있어서 시험을 와장창창 망쳤다가 입학 후 본래 폼을 되찾았다... 라는 정도인데. 역시 언론에 공개된 학기별 등수(정말 쓸 데 없이 디테일하게 공개가 되고 있더군요;)를 보면 흠...;


더군다나 한 명도 아니고 쌍둥이가 나란히 그랬고. 

그 학생들 아버지가 하필 시험 문제를 다 볼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라는 정황까지 추가하면 외부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선 부정이 있었음을 거의 확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와 학생들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사건 관련 기사들을 읽다가 문득 제 고교 시절 기억이 떠올랐어요.

저 쌍둥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을 성적 향상을 보여준 친구 녀석이 있었거든요.

평소에 머리 좋기로 유명했던 녀석이고 90년대 고교 특성상 새벽부터 새벽까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 녀석이 얼마나 독하게 공부했는지를 다 봐 왔기 때문에 별다른 얘기 없이 걍 '우와 대박!' 이라는 반응으로 끝나긴 했지만 암튼 결론적으로 저는 현실에서 저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는 거죠.

물론 그 친구의 부모는 학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



그리고 덩달아 한 십 수년 전에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엔 부모님과 살고 있었는데. 출근에 늦지 않기 위해 핸드폰 알람을 세 개를 맞춰 놓고 탁상 시계 알람까지 맞춰 놓고 자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늦었어요.

왜지? 하고 봤더니 일단 탁상 시계가 새벽 네 시쯤에 배터리 고갈로 운명하셨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니 꽂아 놓은 충전기가 접촉 불량으로 역시 새벽에 꺼졌고.

마침 그 전날 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셔서 집에 혼자 있었던 거죠.

그래도 아직 늦지 않을 희망은 남아 있어서 1분만에(...)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뛰쳐 나왔더니 비가 옵니다.

차도 없던 시절이라 버스를 타러 가다가 버스는 완벽하게 지각일 것 같아 택시를 타려는데 비가 오니 잘 안 잡히죠.

그나마도 드디어 차례가 왔는데 저~ 앞에서 다른 사람이 새치기를 해서 놓치고 이후로 한참을 더 기다려 간신히 탔습니다.

그런데 한참 잘 가던 택시가 갑자기 이상한 차선을 타면서 반대 방향으로 가길래 '어디 가세요?' 라고 물어봤더니 행선지를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거기 말고 여기요! 라고 말하며 하소연했더니 기사님이 많이 미안하셨는지 과감하게 불법 유턴을 시전하시고.

근데 바로 뒤에 경찰차가 있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경찰관과 한참 얘기한 후 출발. 이미 늦었죠.

그래도 기사님이 속죄의 칼치기(쿨럭;)를 시전하며 열심히 제 직장을 향해 달리는 와중에 드디어 직장이 저어 멀리 보이게 되는 순간...

앞에서 접촉 사고가 나서 교통 정체가.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이 드라마틱한 지각길을 완료한 후 제 담당 부장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니 일찍 오시던 분이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늦으셨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을 그대로 말 하면 안 되겠더라구요. 지각한 직원이 읊어대는 저런 스토리를 누가 믿겠습니까.

솔직하게 말했다간 오히려 거짓말쟁이 되고 평판만 떨어질 것 같아서 걍 간단하게 말씀드렸죠.

'늦잠을 잤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이런 얘길 왜 하냐면요.


저 숙명여고 교무부장과 두 딸이 만약에 정말로 무고하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알려진 정황을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저 사람들이 결백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죄가 없고, 그래서 저 두 학생이 아버지의 해명대로 '죽어라고 열심히 공부해서 이룬 성과' 때문에 지금의 비난을 받고 있다면... 흠;


상황이 이쯤 되니 의심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 말할 순 없겠구요.

교육청에서 조사를 나온다지만 뭐 이건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수준이 아니라 검찰의 압수 수색 정도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결백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죠. 하지만 마찬가지로 만약 부정이 있었다고 해도 교무부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야 교육청의 조사도 별 성과가 없을 것 같고 걍 '결백한진 모르겠지만 죄가 있다는 건 입증 못 하겠으니 죄가 없는 걸로 하죠' 정도로 마무리하게 될 확률이 높아 보여요.

그리고 그 학교의 2학년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부정이 있음을 확신한채 1년 반을 더 지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쌍둥이와 교무부장도 같은 시선을 받으며 그곳 생활을 버텨 내야 하겠죠. 더불어 저 같은 구경꾼들 중 대부분 역시 부정이 있었다는 쪽으로 생각하게 될 거구요.


...이럴 거면 차라리 실제로 교무부장이 문제 유출을 했다는 쪽이 낫겠네요. 그 쪽이 그나마 억울할 사람 숫자가 적어질(...)



그냥 이렇게 이 글은 끝입니다.

뻘글이라서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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