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새털, 번개)

2018.10.10 17:05

안유미 조회 수:386


 1.이전에 썼었죠. 호해가 명대사 하나는 남겼다고요. 그가 주색잡기를 벌이고 있는 시간에 이사가 국정을 논하러 찾아가자 '새털 같은 시간을 두고 왜 지금이란 말이냐!'라고 일갈했던 그 말이요. 그건 정말 적절한 말이예요. 호해 같은 남자들의 인생을 한 마디로 농축시켜서 표현하고 있죠.


 왜냐면 호해같은 남자들은 그렇거든요. 그야 호해의 케이스는 운좋게 황제가 되어서 처지가 대폭 업그레이드 되긴 했지만, 어쨌건 그런 남자들의 성향을 보자면요. 그런 남자들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예요. 열심히 노력해서 인생을 나아지게 하는 것도 귀찮고...누군가나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도 책임지는 것도 귀찮고...가지고 있는 모든 게 짐스럽기만 한 기분을 느끼며 세상을 살아간단 말이죠. 위에 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는 목숨도 포함이예요. 목숨조차도 귀찮은거죠. 그런 남자들이 유일하게 생동감을 느낄 때...소풍을 간 아이처럼 신날 때는 여자들을 옆에 앉혀놓고 주색잡기를 즐길 때뿐이죠. 


 

 2.그렇기 때문에 호해가 말한 '새털같은 시간'이란 표현은 정말 적절한 비유예요. 여자를 만나는 시간 외의 시간은 완전 쓰레기처럼 느껴지거든요.


 아니...솔직이 말하면 그건 쓰레기만도 못해요. 그게 진짜 쓰레기라면 그냥 치우지 않고 내버려두면 되거든요. 적어도 현실에 존재하는 쓰레기는 정 귀찮다면, 아예 상대하지 않고 냅둔다는 선택지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쓰레기 같은 시간은 달라요. 대낮부터 몸을 배배 꼬면서 놀러갈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그건 정말 고통스럽다고요. 그 시간 1초 1초가 나의 몸을 관통해 지나가는 걸 일일이 느껴야 하니까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간신히 밤이 되어서 여자를 보러 뛰어나가려는데 느닷없이 차가 막힌다거나 갑자기 비가 온다거나 누군가 방해한다거나 하면? 정말 저 말이 절로 나오는 거예요. '새털 같은 시간들을 두고 왜 하필 지금이야? 왜 하필 지금 방해하냐고!'라는 말이요.



 3.이 글을 왜 쓰냐면...요즘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이런 의문이 들어서요. '호해는 의외로 건실한 놈이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이요. 왜냐면 나같은 보통 남자들은 그렇잖아요. 주색잡기를 즐기려고 해도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어요. 주색잡기를 즐길 만한 돈이 있어도 그런 가게가 여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런 가게들 중 괜찮은 가게가 있는 장소도 주로 정해져 있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엄청난 수준의 부자가 아니고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매우 심하게 받는 처지인거죠. 그래서 전에 썼듯이 '언젠가는 돈을 많이 벌어서 내가 술집에 가는 게 아니라 술집이 내게 오도록 만들겠어!'라고 마음먹은 거고요. 물론 그 정도의 돈은 아직 없어요. 


 그런 돈이 생기거나, 그런 돈을 벌 때까지는 이쪽에서 술집에 가야 하는 신세죠. 술집이 이쪽으로 오게 하는 게 아니라.



 4.휴.



 5.한데 아무리 바지사장이더라도 호해는 당시 진나라의 황제였다고요. 주색잡기 따위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었을 거란 말이죠. 아침 9시든, 정오든, 저녁이든...언제든 호해의 주색잡기를 위해 온갖 자원들이 스탠바이되어 있었을 거란 말이예요.


 그런 호해가 이 시간이 줄곧 기다려왔던 시간이라는 듯 '왜 하필 지금이냐'라고 일갈했던 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애초에 호해가 나랏일을 열심히 돌보는 놈도 아니고...새털 같은 시간들을 보내느라 참을 필요가 없잖아요? 나같은 권력이 모자란 남자들이나 새털 같은 시간을 보내느라 참는 거지, 황제쯤 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주색잡기를 즐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6.그래서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니...호해는 알려진 것보다는 제법 성실한 놈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어느 정도는 황제 행세도 하고 체면도 차리고 하느라 아무 때나 술판을 벌일 수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하루 죙일 기다려서 정해진 시간에만 주색잡기를 즐겼기 때문에 이사에게 저토록 역정을 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7.뭐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그런 여자들 만나지 말고 진짜 여자를 만나라고 말이예요. 하지만 그건 곤란해요. 위에 썼잖아요. 여자를 좋아한다고요. 하지만 돈을 주고 만나지 않는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의 여자만이 아니라 그 여자의 인간의 부분까지도 상대해야 하거든요. 상대에게서 인간의 부분은 잘라내 버리고 여자의 부분만을 만난다는 점이 좋은거예요.


 이렇게 쓰면 또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그러면 그래봐야 그 여자의 여자 부분만이 아니라 장사꾼의 부분도 상대하는 거잖아? 네가 상대하기 싫은 부분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똑같다고.'라고요.


 하지만 이건 모르는 소리예요.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는 장사꾼의 부분이 늘 있거든요. 일반인 여자를 만나든 일반인 남자를 만나든 화류계 여자를 만나든 화류계 남자를 만나든 말이예요. 그들은 늘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만 해도 아무나 만나러 나가주지는 않잖아요? 상대에게서 무언가는 얻을 게 있어야 만나러 나가주겠죠. 어차피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을 상대한다는 점에서는 다 똑같으니 그냥 돈을 주고 만나는 여자가 나아요. 아니...어차피 어떤 사람을 만나든 돈은 무조건 주게 되어 있는 건데, '돈만 주고 만나는'이란 표현이 옳겠네요. '돈을 주고 만나는'이라는 표현은 꽤나 잘못된 표현이긴 해요. 어차피 돈은 줘야 하잖아요? 당신이 남자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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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털 같은 시간이 끝나가네요. 두 시간...두 시간은 좀 그렇고 넉넉잡아 세 시간 정도 남았네요. 당연히 내일은 해장하고 싶은 기분이겠죠. 고속터미널-삼성역-잠실역 이렇게 다녀야 하는데 고속터미널 메리어트에서 점심이나 먹을 분 없나요? 마고 그릴 아니면 플레이버즈 가고싶어요. 한데 혼자 가면 친없찐처럼 보일까봐 무섭거든요. 


 여러분도 그렇겠죠? 식당에 갔는데 '아니 친구도없는 찐따가 밥먹으러 오셨네요? 저기 구석에 가서 눈에 띄지 않게 먹고 가세요.'라는 말은 듣기 싫겠죠. 돌아와서 쪽지 확인하고 잘 테니 오실분 있음 새벽 5시까지 쪽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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