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2018.11.05 14:07

겨자 조회 수:1312

1. 연등님이 올려주신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의 강연 내용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풀이가 틀렸는데 답이 맞았다고 참고로 읽어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수학 문제 풀다가 답을 모르면, 0, 1, 무한, -1 중 하나를 찍으라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가르쳐주셨죠.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 그 둘 중의 하나가 답인데, 답이 맞는다고 저 풀이를 맞다고 해야 옳은가? 싶었습니다. 도입부분 지니계수 부분부터 촘촘히 실망스럽더군요. 한국 불평등의 특징은 김창환 교수가 이미 포스팅을 써놓은 바 있습니다. 포인트는 "절대다수인 80%가 하위 20%를 저버렸기 때문" 이고, 이에 대한 보론은 다른 포스팅에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 교수면 위키피디아가 아니라 월드 뱅크 정도에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 게 아닌지요. 참고로 미국 gini coefficient 는 41.5 (2016)이고, 미국의 경우는 right tail 소득이 대단히 큽니다 (부자들이 아주 큰 부자임). 그래서 gini coefficient가 큰 게 놀랍지 않은 거죠. (참고로 한국은 31.6: 2012).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교수의 이 문구가 정론일 것입니다. "지니계수는 숫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불평등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에서 불평등을 측정해야 불평등의 전체 윤곽을 알 수 있음."


통계가 아닌 르뽀로는 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기사가 읽을 만 할 것입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던 바로 그 기자입니다.)


그런 통계가 있다 해도 숫자는 진실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한국의 빈곤율은 약 15~20% 수준이다. 중위소득 50% 이하일 때 '빈자'로 분류되는데, 2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이 300만원이고 그 절반이 150만원이므로, 한국 인구의 15~20%는 월 150만원 미만을 버는 가정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매년 바뀌는 통계 기준으로 인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약 150만 명이다. 사실상 기초수급권자이지만, 아들 또는 형제가 어디선가 돈을 번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된 '기초수급 경계집단'은 약 400만 명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열의 하나가 근근이 산다. 그런 가족의 구성원인 10~30대가 마냥 푸른 시절을 보내고 있겠는가.


링크는 다른 시리즈


도입부만 해도 지적할 점이 많은데 나머지는 어떻겠습니까. 


2. 제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몇가지에 충격 받았습니다. 첫번째는 노인 빈곤입니다. 노인들이 시장에서 폐지를 줍고 있습니다. 집밖에 폐지를 내놓으면 3-4시간 안에 없어집니다. 이 분들에게 이만한 노동은 정말로 고통스럽겠다 싶습니다. 이 분들이 어떻게 살아있나 생각해봤는데, 보건소와 노령연금 때문에 그나마 살아계신 것 같습니다. 미국 같으면 모두들 몇 달 안에 죽었을 것입니다.


또 놀란 점은 의료진에 대한 무례입니다. 환자들이 의료진들에게 무례합니다. 응급실에 조폭이 실려온 경우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일반 병원인데도 간호사들에게 오래 기다렸다면서 화를 내고 돈 안내고 가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의사들이 너무 친절합니다. 지금 의협 회장만 바뀌면 의사들이 뭔가 꿈틀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성 혐오가 곳곳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특히 강남의 부잣집 자식들이 전업주부 어머니 무시하는 게 놀랍더군요. 이래갖고는 지금 청소년 세대가 글로벌 취업시장에 나올 즈음, 쓴 맛 한 두번은 보겠는걸, 하고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HR 에서 용납되고 안되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성적만 좋으면 나머지는 괜찮다는 식으로 기른 청소년들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걱정이었습니다. 


3. 뮤지컬 '애니' (1982)와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보았습니다. 둘다 자본주의 하에서 운이 좋아서 신분상승한 어린이들을 그리고 있죠. 찰리는 기업의 후계자로, 애니는 행복의 전도사로.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윌리 왕카는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고, 안죽을 수 없는 존재다. 후계자가 필요하다, 라고요. 자본은 영속하지만 자본가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죠. 따라서 모범적이고도 창의적인 찰리를 후계자로 삼는 (실질적으로는 입양) 건 논리적인 귀결이죠. 


이에 반해 '애니'에서 천만장자 워벅스가 애니를 사랑하게 되는 흐름이 과히 논리적이진 않습니다. 그래도 돈 많은 아버지, 자상하고 똑똑한 어머니, 귀여운 딸 아이, 충성스러운 개 한 마리가 매력적인 인생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주변에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 성공한 남자들이 이런 루트를 타는 걸 보았어요. 사십까지는 미친 듯이 커리어에 몰두하다가 아내와 함께 서너명의 러시아 고아들, 혹은 흑인 고아들을 입양하는 거죠.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애니'는 자본주의를 미국식으로 치료하겠다 ('뉴딜'과 운)고 하고,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혁신과 후계자로 문제를 풉니다. 제가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보는 내내 인상을 찡그리고 보았네요. 둘다 아역들이 연기를 워낙 잘합니다. 어린 날에 저런 황홀한 경험을 하면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요? 누군가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되기도 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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