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서 오이 팔다가 사이비교단 본 썰 쓰려고 했는데... 여튼,
때는 수 년 전, 지금처럼 독거뇐네가 되기 전의 일입니다.
그때 만나던 분이 길에서, 조실부모하고 인생의 쓴 맛을 삼키고 있던 아기 고양이 한 분을 업어 오셨어요.
버려진 아가 고양이들이 상자에 담겨 에요~ 소리를 낸다면 발라드지만,
길에서 태어난 애가 참치를 받아 놓고도 두려운 눈으로 올려다 본다면 그건 블루스지요.
우리가 또 블루스에 약하지 않습니까?
낯선 곳에 업혀와서 파들파들 떨던 녀석을 씻기고 먹이고 입혀... 입히진 않았고,
그루밍도 반만 할 줄 알기에 손등에 침 발라 시범까지 보여가며 가르쳐놨더니
제법 쓸만한 어린이 고양이로 성장하더라고요.
재밌는 것은 집이 익숙해진 녀석이 이따금 부엌의 한 구석을 유난히도 골똘이 바라보더란 겁니다.
길에서 태어나 그런지 조달을 제1의 국시로 여겨 밥에 집착하던 그녀인데,
돌격하는 군인처럼 식사를 하다가도 문득, 그곳으로 걸어 가 물끄러미 보더란 말이죠.
옆에 같이 앉아서 "뭐 봐?"라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물끄러미..
전 그래서 역시 고양이는 영물이구나 싶었어요.
사실 그녀가 주시하던 그곳은 제가 종종 낮도깨비처럼 슥 스치듯 뭔가를 보았던 곳이거든요.
생각 같아선 그곳에 달마도라도 걸어두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유물론자였던 그 분께 머리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
팥을 한 웅큼 컵에 담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뿌리는 걸로 불안을 달래곤 했지요. 훠이훠이 쉭~쉭~
사건은 미취학 고양이가 초딩 고양이가 되었던 여름밤에 터졌습니다.
제가 그 집에서 잘 때마다 그렇게 가위에 잘 눌렸는데, 늘 같은 여자가 나왔어요.
여자는 방문을 스르륵 통과해 들어와 저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는데,
오래된 대문이 열리듯 입이 끼익 하고 열리면 수백명이 내지르는 고함인지 웃음인지가 터져나왔어요.
우아악하하하와하하하까아하하하
전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었어요
야, 저게 바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비명이로구나...
무서운 거는 됐고, 너무너무 시끄러워서 끙끙대고 있으면 그녀의 얼굴이 제 얼굴로 훅 떨어져서는
"너 이거 쟤한테 말 하면 죽여버린다"
라고 협박을 하고 가버리는 걸로 가위가 끝나곤 했습니다.
여기서 "쟤"는 그때 제 옆에서 신나게 주무시던 그 분이었습니다.
아마 귀신도 그 분이 저만큼이나 무서웠나봅니다. 참.. 훌륭한 분이셨거든요.
여튼, 고양이 친구를 데려오고 한참을 잊고 살았던 그 귀신처녀.
그러던 그 여름 밤, 그녀와 정말로 간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을 통해 스르륵 들어온 그녀는 또 물끄러미 저를 내려다 보고,
저는 또 다시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지요. 아 또야? 아 시끄러...
그때였습니다. 몸이 굳어가던 저의 귓가로 초딩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에요~ 에요~
순간 쑥! 하고 뭄이 풀린 제가 고개를 돌려보니 '너 뭐 하냐?'라는 듯한 표정으로 초딩 고양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흐믓했습니다. 그래, 인마 너 알지? 내가 너 밥주고 똥꼬 닦아주고!
그로부터 보름쯤 뒤,
당시 애인님께서 밥을 먹다가 뭔가 재밌는 일이 있다는 듯 말씀을 하셨습니다.
(캣 초딩을 가리키며) 쟤, 웃긴다고. 가끔 뜬금 없이 ('그 곳'을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서 허공에 대고 죽일 듯이 털을 세우고 하앜 거린다고.
고양이가 똑똑하긴 똑똑해요.
멜리사 메카시 영화 용서해줄래에서 아주 별볼일 없는 매카시를 고양이가 아주 무시합니다 흥.
메카시 대단한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