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탄의 베이비시터'라는 번역 제목에는 한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거든요. 원제는 그냥 '베이비시터'이고 이게 낫습니다.

하지만 뭐 애초에 영화 분류가 '호러'로 되어 있고 넷플릭스에서 자동 재생되는 짧은 예고편만 봐도 다 예상 가능한 반전이니 큰 문젠 아니구요.

하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예고편을 안 보고 보시는 편이 조금이라도 더 재밌을 겁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호러 버전 나홀로 집에...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기에다가 주인공의 성장담에 좀 더 방점을 찍고 흘러가는 이야기인데. 주인공과 베이비시터 역 배우들이 생김새부터 캐릭터에 잘 어울리고 연기도 꽤 충실해서 아무래도 허랑방탕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나름 진지함과 설득력을 부여해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렇긴 한데...


꽤 진지하면서 공감도 잘 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격 이야기에 비해서 정작 분량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러 파트가 너무 평이했습니다.

키치함을 애써 강조하며 드러내려는 맥지의 연출도 제 취향은 아니었구요.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했던 부분은 그냥 베이비시터 역의 사마라 위빙이었습니다. 참 예쁘고 매력적으로 나오거든요. ㅋㅋ

전에 이것보단 재밌게 봤던 '메이헴'에서 처음으로 각인된 배우인데, 어쩌다보니 둘 다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예쁜 여성 역할이네요.


암튼 그래서 전체적으론 좀 울퉁불퉁한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부분과 그저그런 부분, 좀 별로인 부분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2.


엠마 왓슨이 출연한 '더 서클'과 제목이 거의 같아서 검색이 짜증납니다. ㅋㅋ


아이디어 하나로 그냥 끝까지 가는 초저예산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컴컴한 공간에 사람 50명이 둥글게 서 있습니다. 서 있는 자리 밑엔 붉은 원이 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어요.

그리고 2분마다 이 사람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한 명씩 세상을 떠납니다. 이러다 마지막 한 명이 남으면 갸만 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지만 누구도 그걸 알아낼 방법은 없고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 흐르니 뭔가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라는 설정인데 프롤로그도, 해설도 없이 그냥 다짜고짜 시작되고 바로바로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2분당 한 명이고 최소한 49명 이상은 죽어야 하는데 영화는 86분 밖에 안되니 굉장히 스피디하죠. 주인공들이 대충 룰에 적응하고 상황 돌아가는 걸 이해할 때쯤 되면 이미 1/3이 죽어 있고. 그래서 자기들끼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면 또 1/3이 죽어 있고. 이렇게 속도가 빠르다 보니 관람 중간에 '내가 지금 쟤네들 잔머리 굴리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보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멈추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뭔가 되게 허세 쩌는 중2병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아이디어인데, 이야기의 전개도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단한 두뇌 싸움이나 반전 같은 것도 없구요. 주변 사람들이 마구마구 비참하게 죽어나가는 가운데 사람들이 자기 인격의 바닥을 드러내며 추한 꼴 보이는 걸 구경하는 재미(?)로 보는 영화인 거죠. 한 십년 전에만 봤어도 꽤 재밌게 봤을 것 같지만 이제 이런 류의 이야기는 좀 질려서... 뭐 그래도 길이도 짧은 데다가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보긴 했습니다.



3.


와! 클라이브 오웬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라는 반가움에 앤드류 니콜 감독이라는 찜찜함에도 그냥 한 번 봤죠.

사실 이 두 배우 커리어가 요즘엔 기대(?)보다 좀 시원찮긴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그래서 이런(??) 영화도 출연하는구나. =ㅅ=


사람들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구요.

심지어 모든 사람들의 시청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부에서 관리, 보관, 통제하면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통제 사회가 등장합니다.

당연히 그걸 맘대로 조작하는 해커가 등장하겠죠. 관련 범죄가 벌어지겠죠. 그리고 한 형사가... 뭐 이런 이야긴데요.

이런 SF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이야기인데 그 아이디어가 되게 식상하고, 또 그 식상한 아이디어를 전혀 발전시키질 않습니다. 위의 설정을 던져주면 아무나 10초 안에 생각해낼만한 발상들만 갖고 이야기가 끝까지 가요. 사생활 침해!! 누가 기억을 맘대로 삭제하면 어떡해!! 아이 무서워!!! 이런 수준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아요. 요즘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한 게 대단해 보일 정도. =ㅅ=;;


배우 캐스팅비 빼면 거의 돈을 안 들이다시피 하게 만든 영화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SF 분위기를 내는 시각 효과도 디자인이 참 구리구요.

결정타격으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참 허탈합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캐릭터는 그냥 만들다 만 듯한 수준이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 역시 작가가 쓰다 말고 '에에라 모르겠다!!!'하고 포기해버린 게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 orz


클라이브 오웬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팬이 아니시라면 그냥 비슷한 소재를 다룬 '블랙미러' 에피소드 하나를 보시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하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참 예쁘게 나온다는 거. ㅋㅋㅋ



4.


맨날 스티븐 킹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주제에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쿨럭;)

그냥 이야기 속에서 '쿠조'와 '돌로레스 크레이본'이 언급되고 활용되는 걸 보면서 괜히 옆에서 보던 가족에게 잘난 척을 했지만.

어쨌거나 원작은 안 읽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킹 선생님. ㅠㅜ


주변 사람 하나 없는 외딴 곳에 놀러가서 수갑 변태 놀이 하겠다고 자길 침대에 묶어 놓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버린 남편놈 때문에 생명의 위기를 겪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기발하면서도 아주 심플한 설정이라서 도대체 이 이야기로 어떻게 한 시간 반을 끌고 가나... 싶어서 더 흥미를 갖고 보게 되더군요. 물론 스티븐 킹 선생이 만든 이야기답게 계속해서 심심찮은 상황들이 던져집니다. 참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이게... 설정에서는 뭔가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 강력하게 전해오지만 궁서체로 진지한 페미니즘 영화입니다. 

그래서 중반 이후부터는 스릴 보다는 진지한 드라마의 비중이 커져서 좀 쌩뚱맞은 감이 있어요. 그래도 지루하진 않습니다만.

또 결말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느낌도 듭니다. 나름 반전을 넣으면서 깨끗하게 마무리하려는 아이디어겠습니다만 역시 좀 쌩뚱맞거든요.


그래도 어쨌거나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 글에 적은 네 편의 영화들 중 가장 좋았네요.



+ 이티의 엘리엇군이 장성하셔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 하나를 맡아 출연하시는데... 역할이... 역할이...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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