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른이 된다는 것

2019.03.17 20:06

흙파먹어요 조회 수:898

아빠 환갑 때였을 거에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말 했습니다.
- 난 말이야. 실은 지금도 내가 그냥 열 일곱 같아.

세월이라는 거울만 없었다면
아빠는 열 일곱에는 당연히 열 일곱이었고,
엄마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걸었을 때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작은 인간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 놈이 결혼을 하겠다며 여자를 데리고 왔을 때도,
그 놈이 이별하자 빗자루로 등짝을 때렸을 때도
아빠는 쭉 열 일곱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도, 그냥 제가 열 일곱 같습니다.
침대에 엎드려 이어폰으로 전람회의 노래를 들으며
귤을 쌓아놓고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읽고 있으면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공부 좀 하라고 발로 걷어찰 것 같아요.

그렇게 아빠나, 저나 모두 여전히 열 일곱만 같은데
어른이 되어야 한다니 어른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른이 되는 준비만 하다 덜컥 늙어버린 것 같아요.
열 일곱에 열 일곱을 더한 숫자보다 더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어른이 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데.

종종, 자기 자신을 어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봅니다.
어른이 하는 말은 들어.
어른들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지혜가 있다.
어른들이 틀린 말 하는 것 봤니?
그 사람들은 정말로 어른일까요?
스무살에는 스무살을 살았고, 서른에는 서른을 살아
모두들 정말 어른이 되어있는 걸까요?

정말로 어른이 되었다면 그 비법을 배우고 싶어요.
저기요, 전 아직 열 일곱이거든요?
어른이 되는 법 좀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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