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카톡 2

2019.03.23 13:02

어디로갈까 조회 수:1289

머저리> 어, 누나. 김학의 사건을 대하노라니 요즘 그분이 생각나더라.
머저리 누나>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 1절만 하자. 누구?
머저리> 거쳐야 할 길은 다 거쳐야 하는 거니 포기하고 놀아. 김기영 감독.
머저리> 살아계셨으면 이번 줄줄이 사탕 사건을 영화로 다루기에 가장 적임자 아닐까?
머저리 누나> 아우님. 이렇게 놀 시간이 없어요 내가.

머저리> 호러스릴러 정치물을 만들기엔 최적의 감독인데. 결정적 장면을 얼마나 잘 만들까.
머저리 누나> ......
머저리> 실은 내가 어젯밤 꿈에서 감독님을 만났지 뭐야.
머저리 누나> 하고 싶은 거짓말 다 해보셈~

머저리> 감독님. 모르시겠지만 둘째누나가 감독님 열성 팬이에요. 그래서 저도 영상원에서 작품들 다 찾아봤어요.
머저리> (내 손을 덥석 잡으시며) 자네, 눈밝은 누나를 뒀네 그려~ 
머저리 누나> ...... 
머저리>  <하녀>나 <화녀 82> 만들던 시절 얘기 좀 해주세요 했더니 
머저리> 사전검열이 심했지만 변태라고 경멸하면서도 중정요원들 중 감독님 팬이 많았대.
머저리 누나> ......

머저리> 울 누나는 화녀에서의 윤여정의 깜찍발랄시크한 모습이 우리나라 여배우가 보여준 최고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달걀이 얼마나 크고 실한지 몰라요"라는 엽기 대사에서 뻑 갔다더라고요.
머저리누나> 그 좋은 기억력을 학문에 좀 써보지.
머저리> 윤여정은 분위기가 요즘 김민희와 비슷했대. 유작인 <악녀>를 마무리 한다면 김민희를 고려해볼 거라시더라.

머저리 누나> 뭐  돌아가시자마자 김기영 마니아들이 순식간에 그분을 잊어버린 감이 있긴 하지.
메인스트림에서 그를 거장으로 추앙한 한편 급 심드렁해진 이유가 나도 궁금하긴 해,
머저리> 그의 영화들이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정신분석을 제대로 한 거라는 평도 있었는데 왜 급싸분했을까.

머저리 누나> 그의 예술 속성이 직접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표현주의는 파시즘을 예감한다"고 하셨던가.
머저리> 아냐. 난 그의 시리즈 연작을 보면서 이건 완전히 우리 불행했던 현대사의 밑바닥을 제대로 파헤친 내면의 기록이라고 느꼈어.
머저리 누나> 리얼리즘 쪽으로 기울지도 않았어. 스타니슬랍스키 전문가지만 체제 재현을 하는 건 시시하다고 생각하신 듯해. 현실과 허구가 뒤섞여야 리얼리티가 살아난다는 걸 알았던 분이었음.

머저리> 아무튼 귀환해서 요즘 사태 찍어주면 딱인데!
머저리 누나> 세상의 모든 신데렐라는 자정이 넘기 전에 돌아가는 법이야~
머저리> ??
머저리 누나>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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