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미스테리 하나

2019.04.15 10:15

흙파먹어요 조회 수:899

어느 조직의 어느 건물이든 유난히 한산한 화장실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듯 움찔거리는 괄약근을 독려해가며 '그 화장실' 을 몇 층이나 걸어 찾곤 하지요.
맛집이라는 이유로 줄 서고 부대껴가며 밥을 먹느니, 좀 맛이 없어도 여유있게 먹는 걸 선호하는 쪽.
비유가 좀 이상한가? 여튼..

방금도 변방의 화장실에 앉아 항문으로 열심히 북북 북을 치고 있는데, 괴이한 일이 벌어졌어요.
사람이 들어오면 입구의 센서가 삑~ 하며 머릿수를 세잖아요? 그런데,
구두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건만, 삑빅 삑 삑.. 센서가 울리는 겁니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소변기들 물 내려가는 소리..
이내 고요한 가운데 또 다시 저 혼자 울리는 센서의 소리. 아, 이래서 여기가 고요한 응가방이 된 것인가?

믿기로 했으면 그냥 믿으면 될 것을, 믿음이 빈약한 탓인지 굳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자들이 있어요.
바로 창조과학자들이죠. aka 미국 사이비.
저도 한때 그들처럼 굳이 귀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리고자 혼자 별 잡생각을 다 했더랬습니다.
그때 만들었던 가설 중 하나가 "귀신 에너지 설"

영혼은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라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는 사람과 접변하거나,
혹은 일정한 상황에 놓이면 영혼이라는 에너지에 기록된 영상과 음성이 재생된다는 겁니다. 티비가 VHF 전파를 수신해서 재생하듯이요.
가령, 지박령의 존재가 일정 공간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전파가 가진 자연손실 특성 때문.
전파는 3D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아무리 고출력으로 쏜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손실이 됩니다.
원래부터 희미했던 건 아니지만, 희미해져버린 외계의 전파를 잡기 위한 세티의 안테나가 거대한 것도 이 이유

군에서 쓰셨던 FM무전기도 송수신 가능 거리가 대충 8km 정도 되지요? 더 된다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 계곡에 들어가면 더 떨어지고.
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단순하게도 출력을 높이는 건데, 귀신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을 방법이 없으니
사람이 유령의 집을 벗어나면 지박령이 제 아무리 까꿍을 하고 싶어도 놀래킬 수 없다는 겁니다.
충주에서 대전 FM 라디오를 못 잡듯.

무당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영화 <알포인트> 에는 무전기로 귀신의 음성이 들려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그들이 사용한 무전기는 P77 무전기. 수신 범위가 대강 30~60Mhz 정도인 FM 무전기입니다.
만약 그때 그들이 싸제 단파 무전기를 가지고 갔다면 귀신은 아무리 까꿍을 하고 싶었어도 그들을 놀래킬 수 없었을 겁니다.
단파는 3~30.주파수 대역이 다르니까요.

요는 일반인이 FM전용 라디오라면 무당은 FM/AM 라디오.
신령님 버프 받아서 안테나와 출력을 쭉 올리면 물에 잠긴 영혼의 저출력 해적방송과도 교신!
그렇다면 한때 초딩들을 열광케 했던
"내 몸이 타고 있다.. 여기는 화장터"
괴담은 왜 때문이었을까요? 정답은 간단하게도 유선!
유선은 여전히 그 어떤 발전했다는 무선통신 기술 보다 우월합니다.
5G의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그건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얘기고, 여전히 그리고도 당분간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는 결국 유선.

만약 그 괴담이 무선전화 보편 보급의 시대에 퍼졌더라면 귀신은 무척이나 바빴을 겁니다.
반복 공연하는 연기로 매너리즘에 빠진 채 매니저가 사다주는 커피나 마시며 카니발에서 대기하고 있던 귀신.
누군가 문제의 번호를 누르면 작게 "옘병" 욕을 내뱉고는
가가호호 분주하게 출장을 다니며 비교적 고출력인 무선 주파수에 호응할 수 있도록 힘을 팍 쥐어가며 대사를 읊어야 했을테니까요.

그러니 귀신? 혹시나 보신다고 해도 절대 무서워 마십시오.
선명하게 영상을 쏠 수 있어 통신사가 호시탐탐 노리는 지상파 티비용 vhf가 고작 출력 5w.
마른 오징어 짜내듯 용을 써서 그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영상을 한정된 주파수로 쏘는 게 귀신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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