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언젠가 살짝 언급했듯이 작년에는 모임 앱에서 원없이 놀았어요. 


 한가지 다행인 점은, 그곳에서 본 놈들은 꽤 좆같은 놈들이었단 거예요. 여러분은 '그게 뭐가 다행인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짜증나는 놈들이 좋은 점이 한가지는 있어요. 고르기아스의 매듭을 잘라버리듯이 그냥 관계를 정리해버려도 되거든요.


 하지만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픈 게...언젠가는 이 놈들도 잘라버려야 하는 날이 온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마음이 우울해요. 



 2.누군가는 이러겠죠. '아니 그럼 그냥 괜찮은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면 되잖아?'라고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늘 쓰듯이 나는 재수없는 놈이고...상대가 어떤 사람이든간에 길게 관계를 이어가지는 못해요. 누굴 만나든간에 결국 매듭을 1초만에 잘라버리는 것처럼, 어느날 그냥 휙 사라져 버리곤 해요. 


 왜냐면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봤자...그렇거든요. 가까워지게 되면 서로의 괴물성을 확인하게 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3.저번에 썼듯이 휴대폰의 모임 앱은 정글 같은 곳이예요. 다른 곳들은 살사를 배운다던가 다같이 여행을 간다던가 야구를 보러 모인다던가 하는 '핑계'라도 있거든요. 핑계라고 말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그건 그냥 핑계니까요.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모임에 그런 고상한 이유들-살사댄스, 야구, 여행-을 붙이거든요.


 하지만 소모임의 앱들은 그런 핑계따위조차 귀찮다는 듯이 없었더랬죠. 그냥 만나면 대놓고 술마시기와 어장질, 운영진 마음에 안 드는 놈 내쫓기, 이간질 등등이 횡행하는 곳이었어요.



 4.휴.

 


 5.여기까지 읽었으면 여러분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죠. '아니 잠깐만...여은성이란 작자는 요령이 좀 모자라다고 주구장창 쓰지 않았나? 일반적인 곳에서도 요령이 모자라다면서 저런 정글에서 어떻게 잘 놀았다는거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내가 헛발질하는 이유는 늘 스킨 때문이예요. 포장지를 걷어내고 상대하게 되면 내가 헷갈릴 일도 없거든요. 


 왜냐면 따로 목적이 있는 척하는 모임...독서라던가 영화라던가 등산이라던가 뭐 그런 모임은 나도 초반에 헷갈린단 말이죠. '어 이 녀석들, 독서나 영화가 목적인건가? 그럼 나도 이곳에 맞춰야 하는 건가.'라고 말이예요.



 6.어쨌든 정글같은 모임이 좋은 이유는 남자들의 쓸데없는 헛소리를 안 들어도 되기 때문이예요. 평범한 모임의 남자들은 진짜...온갖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스스로를 올려치기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얀테의 법칙을 매우 싫어하는 나조차도, 얀테의 법칙을 좀 읊어주고 싶을 정도로요. 그런 놈들을 보고 있으면 참 궁금해요. '쓸데없는 인문학 지식이나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선캄브리아 시대의 영화 이름을 읊는 걸로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이거 완전히 도둑놈 심보 아냐?'라는 궁금증이 든단 말이죠.


 하지만 휴대폰 모임 앱은 딱 세개예요. 이놈이 얼마나 돈이 많은가, 이놈이 얼마나 와꾸가 잘났나, 이놈이 얼마나 입을 잘 터나...이 세개만으로 인간들의 가치가 판단되거든요. 거기엔 올려치기할 것도 내려치기할 것도 없는 거예요. 인간의 가치가 있는 그대로 매겨지니까요.


 아, 위에 말한 '입털기'는 본인에 대해 입터는 능력이 아니라 분위기를 얼마나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가에 관한거예요. 그런 종류의 입털기는 일단 스스로의 자세를 낮추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맨유로 치면 박지성이 필요하듯이, 파티에 필요한 능력이죠. 호날두나 메시가 자신을 낮추는 법은 없잖아요? 하지만 게임이 조립되려면, 누군가는 자신을 낮추고 궂은 플레이를 해줘야 하니까요. 호날두나 메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요구되는 순간이 왔을 때, 그걸 메이드하기만 하면 되고요.


 하지만 어쩌면 '입터는 녀석'이야말로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해요. 왜냐면 그런 사람은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모임의 남자에게도-여자에게도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뭐 이것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해보죠.  



 7.뭐 그래요. 포장지가 걷어진 채로 만나는 곳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 사람의 전투력만이 중요한거죠. 왜 이런 말을 하냐면...휴우...


 아니 사실, 요즘 좀 꽁냥꽁냥한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그리고 앞으로도 여기서는 절대 나대지 않고 귀여운 소동물처럼 꽁냥꽁냥하게 한없이 순수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문제는 이거예요. 여기에 여자가 꽤나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남자들이 몰려들고 있단 말이죠.


 젠장! 이건 너무 뻔하잖아요! 저 남자들이 처음엔 관심도 없어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모임에 우르르 몰려든다는 건...이 모임의 '목적'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이 모임의 '여자'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 거잖아요!


 이 모임만큼은 꽁냥꽁냥...귀여운 소동물처럼 지내고 싶은데 문제는 이거예요. 이놈들을 몰아내고 싶어도 몰아낼 수가 없단 말이죠. 소동물이라는 텍스처...양의 가면을 쓰고 지내야 하는 모임이니까요. 위에 쓴 것 같은, 대놓고 전투력 대결을 펼치는 모임이라면 어떻게든 몰아낼 수 있을텐데...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단 말이죠. 텍스처라는 족쇄가 씌워져 있으니까요.


 흠...어쨌든 한동안 상황을 지켜봐야겠어요. 해로운 해충들을 구제할 방법을 좀 생각해봐야죠.


 '아직 보지도 못 한 사람들이 해로운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죠. 하지만 볼 필요도 없이 알아요. 보통 이 타이밍에 나타나는 남자들은 해충! 정원을 오염시키는 해충이란 말이예요. 그걸 봐야만 안다면 그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거나 어린 사람이겠죠. 나는 보지 않고도 그냥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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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를 마치려다...오해받을 것 같아서 써봐요. '이 녀석 여자들이 많은 모임에 혼자서만 있고 싶어서 이러는거잖아!'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서요. 


 전에 썼듯이 인생의 완벽한 모듈화 작업중의 하나예요 이건. 이곳에서는 이 단면...저곳에서는 저 단면...이런식으로 나자신을 잘게 쪼개서, 각각의 장소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별개의 다른 욕구를 해소하려는 거죠. 그리고 위에 쓴 모임에서는 완벽한 꽁냥꽁냥...완벽한 소동물 모드로 있고자 하는 거고요. 완벽한 귀요미가 되고자 하는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욕구가 끼어들 틈조차도 없는 거죠.


 아니 진짜로요. 그야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 모임의 나를 보면 여러분도 감탄할걸요. 데려다가 키우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소동물이 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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