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 방학 내내 거실 바닥에 모로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결국 허리가 나갔습니다(...) 그래서 며칠간은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만 있느라 한참을 멀리했던 책이랑 만화책들을 다시 꺼내봤네요.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라기엔 너무 불편합니다. 게시판의 여러분, 허리를 소중히 합시다. 허리는 완전 소중하니까요. ㅋㅋㅋ



 - 소설 1. 필립 K 딕 - 유빅


 필립 K 딕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긴 하지만 사실은 단편들을 좋아합니다. 이 양반 장편들은 뭐랄까... 좀 꽂혀서 한 번에 달리기가 어려운 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은 초반 몇십 페이지에서만 좀 겔겔대다가 탄력 받는 순간 그냥 그대로 쭉 달려서 읽어 버렸습니다. 장편인데 좀 단편 감각이라고나 할까. 미스테리가 강하면서 그 내용도 꽤 흥미롭고 사건들도 쉴틈 없이 터지면서 전개되는 편이라 그렇기도 하고. 또 주인공이 이 놈 저 놈 오락가락하지 않고 한 놈으로 딱 고정이 되어 있으며 나름 감정 이입할 요소도 있고... 뭐 그랬습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초능력자들의 존재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초능력자들의 힘을 무력화 시키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원하는 곳에 임대(...) 해주고 돈을 버는 회사. 죽기 직전의 사람을 냉동 시켜 놓고 가끔씩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게 해주는 서비스. 뭐 대략 이런 아이디어들을 엮어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여지껏 영화화되지 않은 게 신기하더군요. 이 양반 소설들이 영화화 잘 되기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크게 뜯어 고쳐지는 편인데, 그 와중에 개작 없이 원래 작품 그 자체로 가장 영화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모 유명 SF 영화에 영감을 준 게 분명하다는 평이 많이 보이던데 뭐 그런 것 같습니다만. 저는 모 유명 컬트 호러 영화 생각이 나더군요. 찾아보니 이 소설보다 그 호러 영화가 몇 년 먼저 나왔던데 혹시 작가 양반이 그 영화를 봤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음... 그런데 이걸 요즘 세상에 영화화하긴 또 되게 애매한 것 같아요. 이미 유사품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많이 나와 놓아서 신선한 느낌은 없을 거고. 게다가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걸 영상물로 만들어 놓으면 아마 시작하고 5분만 지나면 결말까지 빤히 다 들여다보일 것 같아요. ㅋㅋ

 여러모로 큰 돈 들여 극장판으로 만들기보단 걍 티비 영화 정도 규모가 어울릴 듯 하구요. 예를 들자면 블랙미러 에피소드로 간다든가.



 - 소설 2. 필립 K 딕 - 높은 성의 사나이


 원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드라마 버전을 보려고 했는데 이게 4시즌짜리인 데다가 시즌 하나가 더 나와야 완결이라길래 포기하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드라마판을 딱 1화만 봤었는데... 뭐 당연히도 내용이 별로 비슷하지가 않습니다. ㅋㅋ 나치와 일본이 2차대전에서 승리해서 미쿡을 반토막 내서 나눠 먹고 있는 대체 역사... 라는 세계관은 거의 같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혀 달라요. 드라마판 1화의 내용은 미쿡 독립을 위해 나선 평범한 (하지만 잘 생기고 예쁜!) 남녀가 펼치는 좀 '여명의 눈동자'스러운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소설판의 주인공들은 독립이니 해방이니 이런 데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는 일들도 거창한 세계관 설정에 비해 맥이 풀릴 정도로 사소한 일들이구요. 사실 이게 필립 K 딕의 주인공답죠. 


 주인공이 대략 네 명 정도였나... 이렇게 시점을 바꿔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또 사실 그렇게 극적이고 집중할 만한 사건도 소설 중반은 넘어가야 좀 벌어지구요. 뭔가 긴장되고 스릴이 느껴질만한 장면은 거의 막판 다 되어야 조금 나오고 그렇습니다. 그 전까진 그냥 꼬물꼬물 큰 그림을 알기 힘든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작품 속 세계관의 디테일들 구경하는 재미로 읽어야 해서 초반엔 읽기가 좀 피곤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중반까지 읽고 나니 그 뒤는 걍 한방에 술술 읽히더군요.


 재미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보통 널리 알려진 이 양반 스타일이랑 좀 이야기의 결이 다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다가 결말에서 허허 웃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가만 생각해보면 딱 오스카 작품상 노리는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영화' 류의 소재로 이 작가 양반이 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무도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보네요. 마지막에 '위대한 성공! 인간적 드라마와 감동의 화해와 깨달음!!' 이런 게 나올 틈이 없는 인생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어쩌다 주역 점치기에 그렇게 꽂혀버렸던 걸까요. ㅋㅋ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심지어 이 작품 내용 구상하는 데에까지 활용했다던데. 확실히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생을 살았던 양반 같습니다.




 - 만화책 1. 데츠카 오사무 - 아돌프에게 고한다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으실 텐데, 위의 '높은 성의 사나이'를 읽은 김에 함께 읽었습니다. 2차대전 중 독일과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거든요.

 2차 대전 시작 전에 일본의 고베에서 살고 있는 두 명의 '아돌프'라는 어린이가 절친이 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만 이 중 한 명은 아버지가 나치 간부이고 다른 한 명은 유태인... 이니 앞으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는 뻔하겠죠. 그리고 이 둘의 사이에서 '나치를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비밀!!'을 쫓게 된 일본인 전직 기자 아저씨가 주인공 겸 나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당시 독일과 일본 사회의 이런저런 모습들, 그리고 이윽고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데츠카 오사무라는 사람이 워낙 명작 걸작 소리 듣는 작품들을 많이 쏟아낸 작가이고. 이 작품은 작가의 경력상 딱히 상위권에 올려 놓을만한 평가나 인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초반에 이미 할배였던 일본인이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21세기 들어온지 20년이 되고, 그동안 쌓인 2차 대전에 대한 작품들을 이것저것 봐 온 사람들 입장에서 특별히 새롭다거나 강렬하다거나 하는 인상을 받을만한 이야기는 아니기도 합니다. 또 이게 2차대전 이야긴데 읽는 저는 한국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당시 일본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 좀 성에 안 차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래도 꽤 훌륭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잘 봤어요.

 까놓고 말해서 데츠카 오사무쯤 되는, 자국 내에서 만화의 신이니 뭐니 하며 추앙받고 존경받는 위치의 대가니까 이런 내용의 만화를 그리고도 무사했던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시 일본 내 공산주의자들이 '행동하는 양심' 같은 역할들로 나오는 반면에 일본 공권력과 정부는 전쟁에 미친 잔혹한 탄압 세력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일본군이 만주를 비롯한 아시아 등지에서 저지른 만행들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클라이막스는 일본이 미군에게 폭격 받는 부분이다 보니 '뭐야 결국 니네도 피해자라는 거냐?'라는 생각이 얼핏 들 수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또 그런 뉘앙스는 아니에요. 뭐 애초에 데츠카 오사무가 고독한 예술하던 만화가도 아닌데 자기 나라의 역사를 이 정도 수위까지 건드린 건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봐요.


 뭐, 결말이 너무 드라마틱하면서 나이브하긴 합니다만. 작가 양반 스타일이란 게 엄연히 있는데 '쥐' 같은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고 따질 순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일본인 주인공 아저씨의 '시마 과장'스런 여성 편력 묘사는 좀 웃김... 을 넘어서 요즘 사람들 보기에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특히 맨 처음 만나는 동생 전여친과의 장면 같은 건 빼박 성폭행이라 아무리 28년생 할배가 80년대 초에 쓴 이야기라도 해도 쉴드가... (쿨럭;)



 - 만화책 2. 유키에 나츠 - 여기는 그린우드


 사실 이 만화 아시는 분이라면 100% 중년 이상... 하하하.

 왜냐면 이건 뭐 작가가 레전드 작가인 것도 아니고 작품이 인기가 시대 초월급인 것도 아니고 딱히 완성도가 높다고도 볼 수 없고 후대에 영향을 준 것도 없고...

 이래저래 평범한 '그 시절 잠깐 히트작' 정도 밖에 안 되는 일본 코믹 순정 학원물이거든요. 아재스런 비교를 하자면 '우리들의 천국'급은 아니고 '서울 시나위' 정도 되는 만화였다고나 할까요.

 근데 밥값 아껴가며 이것저것 돈 되는대로 닥치는대로 만화책을 긁어모으던 덕후였던 제 손아귀에 어쩌다 이게 걸려 들었고. 오랜 세월 몇 차례의 내다 버림 와중에도 운 좋게(정말 운 좋게입니다. 딱히 많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ㅋㅋ) 살아 남아서 책장 구석에 숨어 있던 것을 며칠 전에 발견했어요. 그래서 읽어봤죠. 아마 대략 20년만이었을 겁니다.


 뭐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만한 알멩이가 있는 작품은 아니구요, 그냥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 7일 등교(...)해서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학교에 처박혀 수능문제 풀이와 낮잠으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 이런 빤따스띡한 일본 만화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던 나는 참으로 애잔한 짐승이었구나... 뭐 그런 생각. ㅋㅋㅋ 강경옥의 '17세의 나레이션' 같은 순정 만화 보면서도 막 감동 받고 그러던 시절이네요.


...이것도 역시나 세월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 남자 학교 기숙사 이야기라 당연한 듯이 동성 커플이 나옵니다만. 주변 사람들은 물론 본인들조차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호모'라는 표현을 씁니다. 허허허. 허허허허허.



 - 영화 1. 서커펀치


 예쁜 여성들이 섹시한 차림으로 우루루 몰려 나와서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며 거대 사무라이, 나치 좀비, SF 로봇들을 무찌르는 내용의 영화가 이토록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구나... 라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건 이게 되게 진지한 영화라는 점이었죠.

 60년대를 배경으로 인권 탄압 정신 병원에 억울하게 끌려온 소녀들이 힘든 현실을 도피하게 위해 망상을 한다... 까진 알겠는데 저 시대 배경과 주인공들 사정에서 '섹시 여전사가 되어 좀비와 로봇을 무찌르자!!'라는 상상이 나온다는 건 좀 심각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잭 스나이더 본인이 덕후인 건 알겠지만 굳이 저런 액션 찍고 싶으면 이야기를 좀 가볍게하고 그런 상상이 어울리는 이야기를 짤 것이지 도대체 이 괴상함은.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영화 전체가 문제 덩어리였어요.

 결국 영화 내용의 절반은 어두침침한 정신 병원에서 억울한 소녀들이 모여 나누는 감정 교류와 성장, 뭐 이런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SF 액션인 구성인데요.

 소녀들의 이야기가 얄팍하고 지루하기 그지 없을 거라는 건 감독 이름만 봐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감독 특성상 잘 찍었어야할 SF 액션 부분까지도 축축 늘어지고 지루합니다. 액션이 무슨 화면 캡쳐용이라고나 할까요. 장면장면으로 보면 그림도 멋지고 그럴싸한데 이어서 보면 긴장감도 없고 리듬감도 없고 드라마도 없고... '맨 오브 스틸' 찍을 때쯤엔 정말 많이 성장한 상태였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 있어서 본 건데. 아무리 무료라고 해도 이런 건 보지 마세요. 문자 그대로 인생의 낭비입니다.



 - 영화 2. 감시자들


 관심이 있었고 평도 좋아서 보고 싶다... 라고 찍어 놓은 영화도 어쩌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무기한으로 숙성시키게 되고 그러잖아요. 이것도 제 그런 영화 리스트에서 6년을 숙성하던 물건인데 넷플릭스 덕에 해결했습니다. 고마워요 넷플릭스.


 일단 보면서 되게 홍콩영화스럽네... 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서 듀나님 리뷰를 읽어보니 홍콩 영화 원작인 게 맞군요. 영화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성격이나 분위기, 경찰팀과 범죄자팀들을 묘사하는 방식 같은 게 정말 그냥 딱 홍콩 범죄물이라서. 바꿔 말하면 한국 영화로서는 사실 좀 어색한 소재에 어색한 인물들이 어색한 분위기로 튀어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뭐 어쨌거나 재밌으면 된거죠.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대립하는 양측 집단이 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묘사가 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원작 덕이 크겠죠 당연히. 범죄와 사건, 그리고 양측 '집단'의 대결을 메인으로 삼다 보니 인물들이 대체로 얄팍하긴 했지만 뭐 그 대신 얻은 재미가 더 크니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막판에 스토리상 한 쪽으로 훅 기울어져버린 밸런스를 맞춰서 클라이막스를 만들기 위해 다른 한 쪽에게 지나친 행운을 몰아주는 전개가 좀 거슬렸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능력으로 얻어낸 기회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그냥 딱 봐도 천하에 둘도 없는 운빨이 고작 한 두 시간 동안에 대략 5~7연발 정도 적중해서 이루어진 찬스인지라.


 정우성에게 대사 없는 악역을 맡기니 이렇게 엄청난 볼거리가 되는구나... 라는 점에서 감탄했고 (근데 이걸 보고 있자니 요즘 정말 나이 많이 먹으셨구나... 싶더군요.) 또 한효주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또 감탄했네요. 개인적으로 이 분 연기 안 좋아하고 이 영화에서도 사실 좀 혼자 붕 뜬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그 붕 뜬 느낌도 스토리상 캐릭터 특성으로 대체로 납득이 가능하면서 또 예쁘니까... (쿨럭;)


 암튼 영화가 맘에 들어서 원작도 보고 싶어졌는데... 볼 방법이 없군요? ㅋㅋ iptv vod 리스트라도 한 번 뒤져봐야겠습니다만. 이런 류 영화들은 거의 없더라구요.



 - 영화 3. 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의 '트루 그릿' 그거 맞습니다. 번역제 참...; '그릿'이라는 단어가 어려워서 비슷한 뜻으로 바꿔본 것 같은데 개성도 없고 재미도 없고 영...

 얼마 전에 넷플릭스로 같은 양반들이 만든 서부극 '카우보이의 노래'를 봤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무언가를 예상하고 봤다가 한 방 맞았네요. 이토록 사랑스럽고 심지어 감동적인 코엔 형제 영화라니. ㅠㅜ


 뭔가 길게 주절거릴만한 건 없으면서 그냥 아주 좋았던 영화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 꼭 보세요.



 - 영화 4. 바바렐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최근에 업데이트가 됐는지 눈에 딱 띄게 노출되어 있어서 그냥 봤습니다. 원래부터 유명한(ㅋㅋ) 영화여서 궁금했는데 잘 됐죠.

 드높은 악명 그대로 요즘 세상에선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입니다. 뭐 섹스씬이 노골적으로 나오지 않을 뿐이지 이야기 수준은 포르노거든요.

 우주 정보요원 바바렐라가 시작부터 우주복 스트립쇼를 하구요. 임무를 받고 어디로 갔다가 기절하고. 묶여서 옷 찢어지는 고문을 당하는 중에 남자가 와서 구해주고. 고마우니 한 번 하고(...) 다른 장소로 떠나서 기절하고. 다른 남자가 구해주고. 고마우니... 라는 패턴이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반복되고 영화 끝. 그리고 이걸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 바바렐라는 그냥 임무를 받고 돌아다니기만 할 뿐 정말 아무 일도 하질 않아요. 여기 가야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데!! 라고 징징거리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서 고민 해결. 뭐 이러다 그냥 끝. 정말 놀랍습니다. ㅋㅋㅋ


 근데 뭐 애초에 로제 바딤 아저씨가 예쁜 여배우 엄청 예쁘게 찍어주려고 만든 영화잖아요. 그런 면에서 분명히 감독은 제 할 일 했고 심지어 잘 했습니다.

 제인 폰다는 영화 내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게 나오고 쉴 틈 없이 갈아입는 옷들도 다 예쁘고 잘 어울립니다. 뭐가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나면 '바바렐라의 제인 폰다는 정말로 예뻤더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뇌리에 박혀요. =ㅅ=


 그리고... 다시 한 번 스토리니 캐릭터니 이런 거 다 쓸 데 없고 그런 데 신경 쓸 생각도 없었다는 걸 박아 놓고 생각해보면 나름 괜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바바렐라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의 옷차림이나 분장들이 꽤 예쁘고 보기 좋아요. 듀나님 리뷰를 보니 파코 라반이 직접 디자인한 것들인가 본데 수십년전 '미래지향' 컨셉의 런웨이 패션쇼 옷들 입고 돌아다니는 모델들 같은 사람들이 엑스트라로 내내 화면을 채워줍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도 뭔가 옛날옛적 미국 SF 코믹스에 나올 것 같은 그림들을 꽤 그럴싸하게 살려내고 있구요.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뇌만 잠깐 내려놓으시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에요.



...에서 끝내려다 생각해보니 티비시리즈도 하나 봤네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더 로어' 입니다.


 옴니버스 호러 시리즈라고 소개가 되고 있고 한 시즌 6편 밖에 안 되길래 봤는데... 일단 드라마가 아니더라구요? ㅋㅋ

 아주 간단히 소개하자면 '미국판 서프라이즈' 같은 겁니다. 미국의 유명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자신의 히트 프로를 영상물로 만들었나 보더라구요.

 매 에피소드마다 주제 하나를 잡아서 그것과 관련된 사건들, 이해를 돕기 위한 시대 배경 같은 걸 중얼중얼 설명해주고 수많은 자료 화면들과 함께 그 회의 재연극 하나가 진행이 되는 그런 형식입니다만.

 애초에 원작이 팟캐스트이다 보니 투 머치한 인포메이션이 계속 튀어나오는데 뭐 그게 매력 포인트입니다. 위에서 '서프라이즈'에 비유했지만 성공한 팟캐스트 컨텐츠답게 그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렇게 던져지는 정보들이 그냥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계속 주워듣다 보면 끝부분에서는 나름 하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자료들로 수렴이 돼요. 결국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을 지식들인 건 틀림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거 주워들으면 괜히 기분 좋잖아요. ㅋㅋㅋ


 다만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에피소드별 완성도 편차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첫 시즌의 3화 정도까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후로는 흥미가 뚝 떨어지면서 6화는 간신히 봤어요.

 두 번째는 시즌별 편차입니다. 편차라고 말하기도 웃기네요. 왜냐면 이게 두 시즌이 있는데 두 번째 시즌은 아예 형식이 다르거든요. 그냥 드라마에요. 아마 첫 번째 시즌의 진행자 아저씨가 감수를 했겠지만 어쨌든 진행자의 나레이션도 없고 자료 화면도 없습니다. 그냥 드라마. 그리고 그 드라마의 완성도가 참 그저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6편 중에 3편까지 간신히 보고 4편 조금 보다가 접었어요. 나중에 다시 시도할 생각도 없네요.


 이렇게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실망스런 소감으로 끝나지만 어쨌거나 시즌 1의 1, 2, 3화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회원이시라면 시험삼아 1편만 한 번 보세요. 재밌으면 더 보시면 되고 아님 말구요. ㅋㅋ

 


 - 이제 방학이 끝이라서 이것저것 한 번에 몰아서 적다 보니 재미도 없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ㅅ=

그래도 어쨌든 뭔가 정리를 끝낸 기분이라 나름 뿌듯합니다. ㅋㅋ 여기까지 보고 계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복 받으실 거에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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