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봤습니다. 저는 조커 자체는 매우 잘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조커의 기원담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싫었어요.

조커나 로르샤흐 등이 흑화한 남자 인셀들의 영웅으로 취급받는 것은 더이상 농담거리만이 아니고, 미국에서 영화 <dark knight rises>

상영 도중 자신을 조커로 지칭하는 범인이 총기를 난사해 많은 인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죠.

그 유가족들은 이번 <조커>의 제작소식을 듣곤 말문이 막힌다고 했었고요.

네 저는 이 영화가 싫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까려면 보고 나서 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개봉일에 봤습니다.

놀랐어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무려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기도 하고, 저 포함 <조커>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던 많은 분들은 이 영화가

백인, 인셀 살인범을 아주 멋지게 묘사한 유해하지만 잘 만든 쓰레기일줄 우려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망작입니다. 평이한 수준도 안 돼요. 최악입니다.

역대 dc코믹스 영화화 중 최악 수준이에요. <배트맨과 로빈>은 섹시한 엉덩이라도 남겼죠, 이건 그것만도 못합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정도랄까요. 근데 이게... 베니스 황금사자라고요...? 그건 좀 웃겨요.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계속 자기가 코미디에 소질 없는 걸 자책하기도 하고, 영화가 웃기지도 못하는 수준인데 그 소식은 훨씬 고급스런 코미디입니다.


흔한 양산형 한국 범죄영화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한국 남자들의 가장 추접한 모습을 그득한 자기연민의 시선으로 미화하고 잔뜩 후까시 잡으면서 우상화하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조커에 우려한 점도 딱 백남들의 그런 꼬라지를 보기 싫어서인데... <조커>는 그만큼도 못합니다.

기본적인 시나리오 구조부터 개판이고 감독의 조커 캐릭터해석이 완전히 '틀렸어요'. 네 색다른 해석이 아니라, 틀렸습니다.


조커가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뉴스로 어떤 광대의 범죄라고 알려집니다. 그런데 그게 불만에 가득 차있던 (대체, 무엇에?)

시민들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돼서 폭동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게 폭동의 이유로서 전혀 납득이 안 가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건이 영 달라붙질 않는단 말이에요. 아니 먼저, 고담 시민들의 궁핍한 생활상이나 지독한 빈부의 격차를 먼저 보여줘야

(이 영화의 부자-서민의 갈등구조가 고작 그 수준입니다. 부자=나쁜놈 / 서민-억울함 -> 웬 광대가 가면을 쓰고 부자를 죽였으니 우리의 영웅!! 일으키자 폭동! 수준)

아 그래서 폭동이 일어난 건가부다, 할 텐데 시민들의 생활에 대한 묘사가 전무하니 이게 전혀 붙질 않는 거죠.


심지어 주인공은 완전히 정신이 맛이 가서 조커로서 각성한 뒤에도, 저 사건 땜에 따라오는 경찰들을 보곤 혼비백산 도망칩니다.

이게 정말 맞는 조커의 캐릭터 해석인가요? Dc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의 캐릭터 묘사를 개판으로 해서 '전혀 안 미쳤는데 미친척하는 일반인' 으로 만들어놓더니,

이 영화의 조커가 딱 그겁니다. 전 솔직히 예전부터 조커 배역이 무슨 궁극의 연기파배우의 상징인 것에도 전혀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유투브에서 <더 룸>의 악명높은 배우, 토미 웨소가 조커 분장하고 (웃기려고) 연기한 영상을 봐도 어느 정도 그럴싸해 보일 정도로요.

조커란 인물상은 워낙 설정과다에 특유의 분장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캐릭터 아닌가요? 연기할 꺼리가 차고 넘치죠.

(당연히 조커 캐릭터 자체에 대한 비하나, 조커를 연기했던 배우들을 평가절하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특별히 좋았느냐하면 글쎄요?

솔직히 어느 나라의 웬 만큼 연기 한다 하는 어떤 남배우가 조커를 해도 아무나 가능한 연기일 듯 합니다.

방금 보고 나온 영화인데도, 조커의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가 없어요. 하나도. 트레일러에서 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 와중에 비장한 척 주인공을 오버숄더샷으로 천천히 트레킹하는 건 왜그리 좋아하고...

슬로우 걸고 재지한 음악 틀며 몸부림/춤추는 건 자꾸 보여줘서 조커를 우상화하려는 노력은 가득한데, 영화가 구려서 전혀 안 살아납니다. 안쓰러울 정도더군요.


음악도 최악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2010년대 영화들의 트렌드는 별 내용도 없는데 자꾸 무겁고 불길한 공간감 가득한 음악, 음향으로 영화 전체를 버무리는 건데요.

(언더더스킨, 란티모스, 예스터, 놀란의 일부 작품들 같은) 그런 식으로 영상보다 먼저 분위기를 강요하는 건 영화언어로서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커도 딱 그랬어요. 세상 불길한일 일어날듯 무거운 음향 반 (안 일어남), 아이러니한 희비극인 척 밝고 재지한 음악 반.


그런데 이 영화는 얄팍하고 유치한 시나리오로 희비극은 커녕 둘 중 어느 하나도 얻어내지 못합니다. <조커>는 제 기준 최악의 영화였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에도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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