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이들은 사는 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마땅히 '내'가 가져야할 것을 잃지 않으려고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그러나 이데아에 대한 집착이나 다부진 소유욕만으로 그 삶이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의 대국이 끝난 후 '졌습니다' 라고 단정하게 머리를 숙일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최소한의 기본 자세예요.

2. 강고한 포즈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생각도 마음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저도 인식의 변화 단계를 여러 번 거쳐왔는데, 다음 단계의 여는 문에 씌어진 단어들은 언제나 무연無聯이었습니다. 
한 국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건 큰 판국을 그르치는 첩경이 된다는 걸 깨달은 저 자신이 대견합니다. 물론 집착으로만 열어젖힐 수 있는 문과, 집착으로만 연결할 수 있는 단애들 또한 존재하죠. 그러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집착과 고별이 음악적인 균형을 이루어야만 해요.
존재에게 '지금' 필요하며 충분한 것은, 오직 한순간의 편안하고 평화로운 숨결과 그것을 위한 만큼의 공기입니다. 고요히 내쉬고 들이키는 숨만큼만 존재할 것. 한순간. 그리고 또 한순간.

3. 시지프스는 서양의 낡은 전형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죠. 시지프스에 대한 카뮈의 영웅적인 재해석을 외면하고 저는 이 새벽,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시지프스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의 고통은 개관하는 자의 입장에 설 때 그 총량이 더욱 확연히 들어오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겐 한 걸음, 또 한 걸음이었지만, 개관하는 자에겐 그의 운명이 무익한 노동으로 규정됩니다. 어쩌면 시지프스는 그 고통의 와중에도 남모를 작은 신화들에 매달려 있지 않았을까, 라는 짐작을 해봐요.
개관은 극복의 환상을 주기 쉽지만, 개관이란 이미 체험과는 다른 차원의 삶이죠. 체험에 대해서 개관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일 뿐 아닐까요.
'당신'은 체험을 선택합니까? 그렇다면 개관이란 다른 우주의 일입니다. '당신'은 개관을 선택합니까? 그렇다면 체험을 안다고 하지 말기를... 극복했다고도 하지 말기를... 

4.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한 관료의 발언으로 개, 돼지는 자조적인 지칭으로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는 위정자들이 우리를 개, 돼지도 과분하다며 벌레 취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벌레. 사람이 벌레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벌레들이란 '그럼에도'의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터져도 아물대는 벌레들이 풍겨내는 '그럼에도'의 감각상들 말이에요.  거기에 生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캄캄한 계시가 빛나고 있다는 걸 한국 위정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5. 어떤 사람들 :
그들을 파괴하거나 파멸시키기 위해서 특별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지 그들을 방해하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들의 어떤 '시도'를 다만 응시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장담컨대, 그러면 그들은 자멸의 궤도에서 가속도를 냅니다.  어둠 속에서 그/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 모두가 아는 풍경 속을 아무도 모르는 거리인 듯 지나, 이윽고는 사라지고 말아요. 
(어디로 가는가 그들은? 그렇게 묻는 건 실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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