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이야기가 없네요?!

2019.11.09 02:16

노리 조회 수:1155

소설은 안읽었습니다. 

영화도 사실 당기지는 않았는데 파트너의 요청+약간의 사명감으로 보았어요. 


왜 이영화가 당기지 않았을까...  중산층 여성이 여성을 과잉대표하는 듯 해서 그런 것 아닐까? 라는 파트너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영화는 생각보다 볼만했고요, 스카프 아줌마 장면이랑 주인공이 외할머니에 빙의돼서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 줄줄 나고 그랬습니다. 

영화 보고 나니 82년생 김철수 이런 식으로 미러링 하는 남초 게시글들이 더욱 어이없...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성폭력에 대한 위협을 절대 체감할 일이 없으니 저런 미러링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름에 휴가갔을 때 수영복 갈아입으러 해수욕장 화장실에 갔더니 화장실 문 앞으로 커튼이 있더군요. 그 왜, 병원 입원실 침대 주위로 사생활 보호때문에 빙 둘러쳐지는 그런 커튼요. 처음엔 이거 뭐지? 용도를 몰랐는데 알고보니 몰카방지 커튼이었어요;; 


하여간, 


솔직히 정유미 캐릭터가 넘 답답, 공유도 넘 답답. 왜 저 부부는 대화를 안하지?? 빨리 동영상 보여주고 병원 가보라 했어야지. 그게 무슨 엄청 부인 생각해서 말을 아낀 양 묘사되는 게... 그냥 본인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있고, 그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건데. 이런 것까지 다루기에는 영화 주제에서 벗어나서 그랬겠거니 하지만 애초 별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정유미 캐릭터는 에피소드를 전개시키기 위해 도구화된 캐릭터여서 그냥 뭐 그래요. 정유미의 입을 빌어 경유하는 이야기 모음들이 중요한 영화라서요. 그럼에도 수동적이고 수난받는 전형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진 건 여전히 마음에 안들어요. 수동적이어서 당하는 것 같잖아요. 애초 캐릭터라는 게 없긴 하지만요. 


시어머니한테 취직했다고, 아범이 육아휴직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의 천진난만함에서는 기함하겠더라고요. 그런 건 남편한테 말하게 하고 시가에서 연락오면 쌩까고 나몰라라 하라고!! 감정노동이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시가에서 한약도 지어줬는데 며느리된 '도리'로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겠지? 라는 생각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요! '다음 이야기 전개를 위해 간다앗. 그니까 여기서 상대 반응 이끌어내주시고~' 하는 장면 설정이라서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둘째라는 성장환경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보통 집안에서 둘째는 맏이와 막내 사이에 끼어 인정 투쟁이 빡세다고 하더군요. 


공유가 좋은 남편인 양 나오긴 했지만 실은 아니에요. 시어머니 반발에 물러서는 정유미의 결정에 '어어.. 그럴.. 래?' (헐..)  하는 식의 비겁함이 잘 묘사됐어요. 이런 모습이 '잔잔한 모모모' 라고 회자되더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계 탄 캐릭터는 남동생이죠. (소설에선 어떤지 모르지만. 왠지 존재감 1도 없었을 것 같은데. 소설과 다르다면) 나름 이런저런 걸 고려해서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았어요. 


뒷 부분은 쳐내도 될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단적으로 한약 내팽개치는 장면까지는 없어도 됐다고 보고(과잉), 그 뒤로도 사족같은 씬들이 몇 있죠. (옛 상사 사무실 방문 장면이라든가) 영화적으로 눈에 띠는 부분이 있다면 고루 연기들이 좋아요. 예수정, 강애심과 같은 배우들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연기 디렉팅이 잘됐다고 느꼈습니다. 감독 경력을 보니 배우로서도 커리어가 꽤 있군요. 단편 자유연기 감독이었던 건 몰랐네요. 


조커는 안봤어요. 보기 싫었고, 그거 안봐도 인생의 쾌락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도 않고, 내 피같은 돈 보태주기도 싫었고. 82년생 김지영. 다 아는 얘기고, 막 사이다를 콸콸 멕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표 팔아주고 싶었어요. 메이저 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게 필요하고, <파업 전야>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이 영화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조커보다도) 영화관 앞줄에 단체로 온 여학생들이 보였습니다.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제 옆에 앉은 분은 훌쩍거리기도. 


결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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