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후속작 <닥터 슬립> 봤습니다.


처음엔 뚀잉; 했습니다. 샤이닝 속편이라니 마치 전설의 명작 <타이타닉2> 같은거 나오는거아닌가 싶어서요.

그치만 스티븐 킹이 쓴 소설 <닥터 슬립>을 영화화한 거래서 일단 안심했지요. 


전작의 생존자인 꼬마 대니와 다른 샤이닝 능력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네 물론 대니....의 뒷이야기가 궁금할 순 있겠지만 영화 샤이닝은 그 자체로 거의 완결된 서사라서 (킹의 원작은 다른 내용이라고 합니다만)

약간 의문스런 기획이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유안 맥그리거가 중년 대니역이라니 아이고 감사합니다였지요.


네 영화는 제 기대대로(?) 뭔가 요상한 길로 갑니다. B급의 향취가 은은히 풍기는 능력자 배틀물로요. 

찾아보니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힐하우스의 유령> 감독이었더군요. 그치만 쌈마이 B급 그런건 아니고, 상당히 흥미진진한 결과물입니다.


영화 샤이닝은 오버룩 호텔이란 한정된 공간 자체가 주는 압도적인 긴장과 공포가 볼거리였다면,

이 영화에선 무대가 다양한 공간이며 어떤 어둠의 샤이닝 히피집단(...)이 나옵니다. 일단 이 설정 자체가 웃음이 삐질삐질 나와서 혼났습니다.

비웃는 게 아니라, 너무 유쾌하지 않나요? 뱀파이어 집단마냥 샤이닝(그들은 '스팀'이라고 부릅니다) 능력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며 인간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는 거예요. 
아이구 우리 너무 굶었구먼, 하면 어디선가 인간을 공수해와서 그의 스팀을 흡흡 하고 흡수합니다.
이 부분의 묘사가 좀 기분나쁠 수도 있겠습니다. 특정 장면의 묘사는 좀 과했다는 생각입니다.

<스타워즈>에서 어릴수록 포스가 세상에 물들지 않는다는 설정처럼, 이 세계에서도 스팀은 어릴수록 강한 것 같으니까요.

게다가 그들의 리더는 레베카 페르구손 (퍼거슨)이란 매력넘치는 배우가 연기하는 일종의 마녀입니다. 자칭 세상에서 젤 이쁜 마녀예요. ㅋㅋㅋ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명언을 남긴 퍼거슨옹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합니다. 이 마녀와 샤이닝집단의 모양새나 행동거지가 

이 영화에 <트와일라잇>이나 기타 수많은 서브컬쳐 장르물의 색채를 담뿍 더해줘서, 전작과 별개로 이 영화의 흥밋거리를 만듭니다. 


<스타워즈> 덕후인 저에게 이 서사는 에피소드 3 이후 비탄에 빠진 오비완 케노비가 새로운 포스 능력자 꼬마를 찾아내

제다이 오더를 재건하는 이야기로 보여서, 혼자 내적인 웃음폭탄 안은 채 봤습니다. 대체로 영화 초중반부는 그렇게 능력자 배틀물로 가다가,

후반부에 전작 샤이닝의 오마주 폭탄을 투척합니다. 이 부분이 좀 올드팬들에겐 '야 너무 울궈먹는거 아니냐?? 근데 재밌긴 하구먼' 스럽구요.


두서없이 적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상당히 성의있게 엮어낸 영화이고 감독과 각본은 이걸 여러 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머리 깨나 싸맸겠다 싶어요.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장르물로서나, 샤이닝의 속편으로나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요. 다만 전작은 꼭 보시고 이걸 보셔야겠다 싶습니다. 

새 주인공인 꼬마역의 카일리 커란의 연기도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유안과 레베카의 카리스마에 전혀 밀리지 않더군요. 


저는 이 영화가 너무나 웃기고 재밌어서, 한번쯤 더 볼것도 같습니다.  '포스가 너와 함께 할거다, 영원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22
110368 [EBS 지식의 기쁨] 심리학이 본 우리 신화 [3] underground 2019.11.11 867
» <Doctor Sleep / 닥터 슬립> 2019 (거의 스포없음) [15] googs 2019.11.11 699
110366 <Gräns / Border / 경계선> 2018 (거의 스포없음) [2] googs 2019.11.11 598
110365 오늘의 영화 전단지(스압)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11 311
110364 [요리바낭] 무 김치, 배추 김치 [6] 칼리토 2019.11.11 595
110363 일라이의 반전(?)을 본 제 반응은요, (스포) [9] 노리 2019.11.10 896
110362 조국과 양현석, 그리고 '검찰개혁'의 진심 [16] Joseph 2019.11.10 1233
110361 그냥 성적 매기기를 없애면 좋겠습니다. [6] woxn3 2019.11.10 1186
110360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를 읽고 [2] 예정수 2019.11.10 615
110359 우상화와 팀원간 자기계발이라는 사다리 놔주기 [1] 예정수 2019.11.10 475
110358 [바낭](이시국에!) 닌텐도 링 피트 어드벤쳐 [7] skelington 2019.11.10 611
110357 [네이버 무료영화] 엘리자의 내일, 다가오는 것들 [3] underground 2019.11.10 797
110356 아이즈원 팬 계신가요 [1] 메피스토 2019.11.10 666
110355 [바낭] (이시국에!!!) 일본 애니메이션(작화)의 전성시대 [19] 로이배티 2019.11.10 867
110354 '프렌드 존' 재밌게 봤습니다 [2] 마가렛트 2019.11.09 361
110353 전수조사는 선의의 피해자 발생의 우려가 있어 [2] 휴먼명조 2019.11.09 770
110352 잘못 이해한 질문 [2] 가끔영화 2019.11.09 453
110351 [넷플릭스바낭] 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 1, 2를 보았습니다 [12] 로이배티 2019.11.09 803
110350 종교라는 진통제 [3] 어제부터익명 2019.11.09 688
110349 전 크리스토프가 너무 싫어요. [5] 동글이배 2019.11.09 10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