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즌2까지 나와 있고 시즌3 제작도 확정이라는데 저는 일단 시즌 1까지만 보았고 스포일러는 적지 않을 예정입니다.



 - 초 울트라 럭셔리한 학교의 수영장. 어렸을 때 해리 포터 닮았단 얘기 좀 들어봤음직한 범생 비주얼의 남학생이 피칠갑을 하고 경찰에게 붙들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살해당했어요. 심문실에서 형사가 이것저것 캐묻는 가운데 플래시백. 아까 그 학생의 이름은 사무엘. 스페인 가난한 동네에서 아빠 없이 까칠한 엄마, 전과자 형과 함께 살고 있던 모범생이었죠. 근데 다니던 학교가 아무리 봐도 부실공사인 것 같은데 아닌 걸로 결론나버린 정체 불명의 이유로 무너져 버렸네요. 수많은 학생들이 죽거나 다쳤고, 이제 수십 킬로미터 밖에 있는 다른 학교까지 등교해야 하는 상황. 시공사 사장은 정경유착으로 책임은 회피했지만 동네 주민들에게 뭔가 하는 척 해보겠답시고 그 무너진 학교 학생들 중 세 명을 랜덤으로 뽑아 근처에 있는(왜 빈민촌 옆에;;) 스페인 최고의 갑부&상류층의 자식들만 다닌다는 뷰리풀 원더풀 고르져스한 사립 학교로 등록금을 대주며 전학을 시켜줍니다. 그런데 그 학교엔 이 시공사 사장의 아들, 딸도 다니고 있죠... 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학생들의 심문 장면과 번갈아 보여주며 한 회를 진행하다가 1화 마지막 장면에서야 '누가 죽었는가'를 밝혀줍니다. 이후는 이제 '누가, 왜 죽였는가'를 알려주는 과정이구요. 나름 꽤 센스 있는 전개였네요.


 이후는 그냥 간단히 요약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빈곤과 전과자 형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고 사실 삶에 큰 희망도 의욕도 없는 시니컬 범생 사무엘, 팔레스타인 출신 무슬림 가정에서 답답하게 자라나 이 학교를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인생 개척할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는 똑똑하고 앙칼진 나디아, 근육량과 뇌의 크기는 반비례한다는 드라마 속 과학을 입증하면서 늘 해맑게 본능대로 폭주하는 크리스티앙. 이렇게 세 명의 가난한 청춘들이 싸가지 없고 오만한 갑부집 자식들과 얽히면서 우정도 쌓고 증오도 키우고 이용하고 이용 당하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인생 대차게 꼬이는 이야기입니다.



 -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21세기 드라마 버전이라 하겠습니다. 기본 설정도 비슷하고 핵심 사건도 비슷하게 반복이 돼요. 다만 21세기 버전답게 msg가 팍팍 들어가 있죠. 이런 설정에서 나옴직한 관계와 설정들이 그냥 종합 선물 셋트 구성으로 총출동합니다. 사랑 없는 갑부 커플이 심심풀이로 가난한 여자애 꼬셔서 농락하는 얘기, 사는 게 무료해서 변태적 섹스에 탐닉하는 갑부 커플, 꼬이고 꼬인 삼각관계, 양다리, 마약, 술, 폭력, 음모와 협박과 부정, 동성간의 비밀스런 사랑과 뭐뭐뭐가 다 나오는 가운데 화룡점정으로 살인 사건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구요. 베드씬도 자주 나오고 노출 수위도 상당합니다. 게다가 이 모든 막장 행각들을 드라마 내내 교복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저지른단 말이죠. 그러니까 대놓고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마 되겠습니다.



 - 상당히 눈호강을 시켜주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학교의 풍경부터 어마어마하구요. 부잣집 자식들이 사는 집들도 적당선을 넘어선 초호화 저택들이고. 또 드라마의 성격에 맞게 배우들의 비주얼도 훌륭합니다. 훈남 옆에 훈남 옆에 미남 옆에 초미남, 예쁜애 옆에 예쁜애 옆에 더 예쁜애 옆에 여신님. 이런 식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이 엄청 럭셔리해 보이는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었다가, 종종 아무 것도 안 입었다가(...)하는 걸 8화 내내 보여주죠. 예쁜 배우들 관상하는 맛으로 드라마 보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할 드라마입니다. ㅋㅋ



 -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시작부터 억지죠. 무너진 학교 주변 주민들에게 환심을 사고 싶으면 배상을 해야지 왜 학생 셋을 랜덤 뽑기로 명문고에 보내준답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는 애초에 그냥 현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봐야죠.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사극의 현대판 리메이크였구요. 이 드라마도 그냥 '이건 사극이다, 저건 신분제 사회야'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 비현실성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주인공들의 행동은 그럭저럭 이치에 맞고 납득할 수 있게 흘러가요. 가끔은 드라마 공식대로 지나치게 쉽게 사랑에 빠지고 또 깨지고 그러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따져들며 비판하려면 극사실주의 사회성 드라마만 보고 살아야겠죠.

 캐릭터들도 이야기의 우악스러울 정도의 격렬함을 생각하면 꽤 선방한 편입니다. 너무 막나가서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캐릭터들도 몇 있고, 그냥저냥 납득하고 걱정해줄만한 캐릭터들도 몇 있고,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이야기상 어쩔 수 없었으니 용서해준다... 이런 캐릭터도 있구요.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각자 기능(?)을 잘 부여받고 역할 수행을 잘 하는 편이라 매력 없는 캐릭터가 좀 있어도 나쁘게 보이진 않았어요.


 가난한 자 vs 삶이 지나치게 편한 갑부들의 구도로 흘러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빈부 격차, 가난한 자들의 분노는 어디까지나 양념이고 메인 스토리는 그냥 고딩들의 연애질입니다. 근데 주인공들이 워낙 다 삐뚤어진 놈들이다 보니 거기에 돈과 범죄와 음모 같은 게 계속해서 끼어들어가는, 그러다 사람도 죽는 그런 하이틴 로맨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핵심인 그 살인 사건... 과학 수사라는 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결코 그런 식으로 풀릴 리가 없거든요. 심문-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성과 결말의 반전(?)을 위해 경찰이 지나칠 정도로 무능해져 있는 거죠.

 그리고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상이 꽤 시시해서 후반부의 나름 흥미로웠던 전개(주요 등장인물 전원에게 그럴싸한 살해 동기가 부여되거든요)를 무색하게 하기도 하고. 또 결정적으로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시즌 2로 넘겨 버립니다. 결국 보려면 끝까지 다 봐야 한다는 얘긴데 시즌 3은 아직 제작 들어가지도 않았...;

 뭐 애초에 추리물도 아니고 결말까지 가는 과정만 충분히 즐기면 되는 성격의 드라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요.



 -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과 같은 사극 막장 치정극의 현대 학생판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막장성 자극이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고 캐릭터들도 (비주얼 가산점을 감안해서) 그럭저럭 괜찮아요. 극중 배경이나 배우들 외모로 눈호강도 충분히 시켜주고 전개도 빠르고... 여러모로 가벼운 맘으로 재밌게 즐길만한 드라마입니다.

 다만 뭐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패스하시는 게 좋아요. 한 시즌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맘 상하시는 분들도 완결 전까지는 피하시구요.

 일단 저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만, 시즌 2도 완결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 연달아 달리기가 좀 애매해지네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으니 1년은 있어야... 물론 시즌 3이 결말이라는 보장도 없구요;



 - 여기부턴 여담 -



 - 근데 스페인이 이 정도로 막돼먹은(...) 나라였나요. 드라마 속 묘사만 보면 브라질, 멕시코보다 나을 게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나오더군요.



 -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학교에서 지급해준 서피스북을 씁니다. 서피스 프로7이 써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딜을 찾아보는 사람 입장에서 참으로 탐나는 학교였네요. 저 좀 여기 취업시켜주세효...



 - 시작할 때부터 누군가가 죽고 그 사람이 왜 죽게 됐는지 보여주는 틴에이지 로맨스라는 점에서 '루머의 루머의 루머'도 조금 생각나는 구석이 있긴 한데 결정적인 차이가, 이 이야기는 등장 인물들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범인은 시청자들이 알아서 짐작하는 거고 주인공들은 범인을 찾아다닐 틈도 없어요. 이야기의 대부분이 살인 사건 이전의 플래시백이고 마지막 화에 가서야 살인이 일어난 다음 날이 전개되다가 금방 끝나버리거든요.



 - 이야기가 마무리 안 됐으니 (그리고 반응이 흥했으니) 시즌 2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시즌 1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써먹을만한 막장 소재는 다 써먹어 버려서 시즌 2는 좀 어려워 보이는데 대체 뭔 얘길 하는 걸까... 라는 호기심에 시즌 2의 1화만 절반 정도 보았죠. 어쩌려나... 했더니 등장 인물 하나를 더 죽여 놓고 시작하는군요. ㅋㅋㅋ 이런 패턴 더는 반복하지 말고 시즌 3에선 좀 끝내줬음 좋겠습니다.



 - 아. 서피스 프로 7 사고 싶네요. ㅠㅜ



 + 사실 이 드라마는 등업 안(못?) 하신 회원분께서 쪽지로 추천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덕택에 재밌게 잘 봤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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