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건에 대해...

2020.03.27 02:49

안유미 조회 수:882


 1.중2병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아주 조금씩 현실의 좆같음을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아요. 아직도 n번방의 범인이 현실을 잘 모르고 허세를 부리는 모양이더라고요. 슬슬 현실의 벽이 닥쳐오기 시작하면 현실을 인지해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통을 맛보겠죠.


 그리고 그놈이 30여억원을 손에 넣어봤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는 더 고소운 일이기도 해요. 오랜 세월 후에 감옥에서 나와 진짜 세상에서 노동을 해 보면 2천만원 모으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이지 몸소 깨달을 거니까요. 그리고 밤에 잠들 때마다 '한때 손에 넣어봤었던 30억'생각을 매일 하겠죠. 


 만약 이랬더라면...만약 저랬더라면...어쩌면 그 30억을 가지고 도주할 수도 있었더라면...같은 끝없이 이어지는 망상이야말로 정말 괴로울 거거든요. 어쩌면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내리고 그 30여억원과 자유를 온존할 길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들 때마다 지옥을 맛보겠죠.



 2.세간에는 그놈의 범인이 좀 똑똑한 것 같다는 평도 있는 모양인데 글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유일하게 남들보다 뛰어난 점은 오직 비열함 뿐이고, 그가 보여준 행동력은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부린 만용이라고 여기거든요. 그 범인이 현실을 모른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이거예요. 사회면을 보면 때때로 돈을 삥땅치고 평생 도주하기로 작정하는 범죄자들이 있죠. 


 한데 평생 도망자로 살기에 적절한 가격은 얼마일까요? 그야 범죄를 저질러보지 않은 사람들은 백억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겠죠. 한데 사회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회사돈을 삥땅치거나 남의 돈을 삥땅치고 평생 도주하기로 작정한 놈들은 말도 안되게 허접한 금액에 남은 평생을 도망자로 살기로 작정하곤 해요. 3억 정도의 돈을 삥땅치고도 자수하지 않고 그냥 동남아로 튀어 버리는 놈들도 있으니까요. 그들 나름대로는 3억, 5억 정도면 여생을 어떻게든 비벼볼 만하다고 여기고 계산을 내리는 거죠.



 3.나름대로 고증이 되었을 영화인 베테랑의 장면만 봐도 그래요. 전직 조폭이 유해진과 거래를 하는 장면에서 청부살인을 받는 장면이 나와요. 청부살인은 역시 악당에게도 손대기 힘든 일이라는 티를 내며 요구한 금액이 아마 10억인가 20억이었을 거예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20억 안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돈 정도면 동남아에서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라는 말로 보아, 그 정도 규모의 현금이면 남은 평생이 보장되는 자본이라는 뜻인 거죠. 생계 유지가 아니라 가오까지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자본이요. 


 그러니까 정상인이 아닌 outlaw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10여억원 정도면 지금까지의 신분이나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도망자가 되기에 충분한 금액이고, 20억 정도면 무조건 20억 쪽을 선택할 만한 금액인 거죠. 아니 실제로도 20억 현금은 정말 큰 금액이긴 하고요. 


 맨날 드라마에서 100억 200억 드립을 치니까 작아보이는 거지, 20억이면 남은 평생이 보장되는 금액이잖아요. 매우 유능한 사람의 생애소득...환갑이 다 되어서야 달성하는 생애소득이 20억이 안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20억이라는 돈은 유능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 환갑이 되어서 '손에 쥐는' 금액이 아니라 환갑이 되어서 '평생 달성한'금액이란 말이죠. 20억은 그정도로 큰 돈이예요. 젊은 나이에 20억을 손에 쥐었다면 고만고만한 지인들 사이에선 슈퍼맨 급이 될 수도 있죠.



 4.휴.



 5.한데 그 범인은 현금만으로 1억여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 지금 밝혀진 것만 30여억원이니 이 정도면 진짜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놈이라면, 수사망이 좁혀지는 순간 무조건 갖고 튀는 게 정답인 금액이예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이 되는 정신상태라면, 잡히고 신상공개가 되는 순간 감옥이 문제가 아니라 평생 감시당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감을 잡을 거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정의롭거든요. 아직까지도 조두순을 절대로 잊지 않고, 쿨타임이 찰 때마다 소환해서 두들겨패는 걸 보세요. n번방 범인이 현실 감각이 있었다면 챙길 수 있는 현금을 몽땅 챙기고 지방에 가서 어딘가 장기투숙을 하며 코로나가 지나가기를 기다렸겠죠. 그리고 해외도주를 하는 시도라도 했겠죠.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n번방 범인이 행동력이 있다고 평하지만 글쎄요. 그건 키보드를 쥐고 있을 때나 그런 거고 실제 현실에서의 행동력은 모래에 대가리를 박는 타조 수준이예요. 잡히는 순간 법에 의해 한번 감옥에 가고, 쓰레기 범죄자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시민들에 의해 남은 평생 감옥에 갇히는 일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저 상황에서 도주하려는 시도조차 안했다는 건 그냥 현실을 모르는 거죠.


 뭐 어쨌든 그래요. 저런 놈이 한순간이라도 30여억원을 손에 쥐어봤다는 사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남은 평생을 지옥으로 만들 거예요. 밤에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손으로 얼굴살을 잡아뜯고 싶겠죠. 범인 놈이 사회생활을 해본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안 해본 범죄자라서 다행이예요. 사회생활을 해봤고 현실을 안다면 도망치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6.손석희 건 얘기를 짧게 써보자면. 이건 여담이고 나도 기사로만 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것 같아요. 범인이 손석희에게 연락했을 때 '김웅의 사주를 받아서 손석희 당신을 해코지하겠다'가 아니라 '김웅의 사주를 받았는데 손석희 당신에게 붙겠다. 돈을 주면 김웅이 당신을 해코지하라고 사주한 증거를 주겠다'정도의 워딩이었던 것 같네요. 협박이 아니라 제안을 한 거고, 손석희는 긴가민가하면서 미끼삼아 천만원을 던져본 건데 범인이 미끼만 먹고 날라버린 정도의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기사화된 얘기만 보면 이런 것 같은데, 만약 이게 맞다면 그냥 촌극인 거죠.


 하여간 손석희 건은 여죄일 뿐이니까 진짜 피해자들에게 집중해야 하겠죠. 솔직이, 범인이 아직까지도 조사받으면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하니 그의 지옥은 아직 많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대답은 안하고 손석희와 윤장현 건만 대답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걸 보니 현실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구나 싶어요. 이 상황에 처했다면 오히려 손석희 건은 숨기려고 발악을 해야 정상인인 거거든요. 조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바닥에 사는 갯가재가 하늘에 사는 용을 건드린 건데...보수적인 기질이 강한 판사들을 분노하게 만들면 더 분노하게 만들 일이니까요. 꼰대 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면, n번방 피해자들보다 감히 천룡인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훨씬 더 분노할걸요.



 7.휴...우울하네요. 설령 똑같은 악행이라고 해도 강한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약한 사람을 상대로 저지르는 게 훨씬 비열한 짓이라고 믿어요. 범인들이 그들의 비열함에 대한 대가를 평생동안 치르게 하려면 법이 한번 더 벌하고, 그리고 시민들이 한번 더 벌해야겠죠. 법에 의한 심판이 끝난 후엔 시민들이 감시자가 되어서, 나쁜 놈들이 영원히 탈옥할 수 없는 감옥의 간수가 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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