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습니다! 특히 TNG 시리즈의 팬이라면 피날레 볼 때 눈가 촉촉, 아니 눈물 줄줄 흘릴 각오를 좀 하셔야 할 거에요. 


넥스트제너레이션은 머언 옛날 MBC에서였나요, 토요일 오후 12시였는지 1시였는지 그 즈음에 1시즌을 방영했다 말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그 외화(!)를 봤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고, 재밌었다는 기억으로 남아있었죠. 그게 무슨 시리즈였는지는 모르고 있다가 스타트렉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어른이 되고 나서의 일입니다. 7시즌을 시간 가는줄 모르게 봤고, CD로 전 시즌을 구워놓기까지 했죠. 이제 그 CD는 소용이 없게 되었고요. 넷플릭스에 전편이 올라와 있으니까요. 그 CD들을 아직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피카드 시즌1의 팬서비스는 어쩔 수 없이 좋습니다. 최고에요. 스타트렉 최고의 선장은 누구? 투표에서 커크와 피카드가 박빙이라고들 하죠. 저야 주저없이 피카드입니다. 진 로든베리의 이상주의를 인격화한 것이 피카드 캐릭터라고도 생각하고요. 이번 신 시리즈에서도 피카드는 그가 믿는 연방의 신념을 주저없이 줄기차게 밀고나갑니다. 비록 엔터프라이즈와 같은 스타쉽도, 넘버원을 비롯한 잘 훈련받은 크루들도 없는 이빨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지만요. TNG에서 피카드는 이 신념을 고수하느라 도박같은 행위들을 벌이곤 했죠. 현실에서 그런 순진한 도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게 DS9의 시스코였고요. 


피카드의 방식은 언제나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피카드 시리즈의 시작은 실패로 끝난 피카드의 마지막 미션에서 출발합니다. 시즌1을 완주하고 나니 이러한 설정이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피카드의 도박은 여전히 운빨 덕을 많이 본다 싶지만 피카드의 선택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극 구조라 익스큐즈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크루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구성되는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몇몇 메인 캐릭터들 관계 묘사가 덜컹거립니다만 디스커버리의 주요 크루들보다 호감을 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네요. 무엇보다 네메시스의 결말에 불만이었던 사람이라면 이 신시리즈에 정말 만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했어야 했어요! 그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모호하게 쓸 수밖에 없네요 ㅠ) 


요소요소 너무나 많은 팬서비스들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가슴이 쿵쿵거려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어요. 스토리 라인이 괜찮아요. 신구캐릭터도 잘 어우러지고요. 디스커버리는 너무 야심차서 이야기를 지나치게 꼬아놨었죠. 사실 촬영이나 세트 디자인도 디스커버리보다 만족스럽습니다. 디스커버리는 마치 JJ버전 스타트렉처럼 렌즈 플레어 작렬에 '봐봐, 이게 21세기판 스타트렉이야' 과시라도 하듯 지나치게 새끈한 세트나 촬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피카드 시리즈가 수작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모자랍니다. 하지만 익숙한 재미는 있어요. 


진 로든베리가 자신이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설파한 이상주의와는 다르게 역시나 성폭력 등 지저분하고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다는 건 적어둬야 겠습니다. TNG에서 크루셔 박사를 맡았던 게이츠 멕파든이 촬영현장에서의 성희롱, 성차별적 분위기에 질려했다는 말들도 있죠. 그때문인지 워프 역의 마이클 돈이나 조르디를 맡았던 레바 버튼이 피카드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던데 게이츠 맥파든은 보이지 않더군요.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웨슬리 크러셔 역의 윌 휘튼이 더 레디 룸이라는 토크쇼를 진행합니다. 패트릭 스튜어트 옹도 나왔답니다! 이건 페이스북 CBS 스타트렉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어요. 저야 영어 리스닝이 안돼서 속상할 뿐이지만. 


아마존 프라임 올라오면 보세요. 저는 두 번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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