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는 사람들이 좋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흩어져버리곤 해요. 자신의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아내느라 바빠진 사람도 있고 독일...일본...미국...중국 같은 곳으로 가버려서 물리적으로 흩어져버린 사람도 있죠. 물론 대개의 경우는 싸우고 헤어져버린 경우가 많고요. 



 2.나는 사람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곤 해요. 나는 늘...물리적으로도 쭉 같은 곳에 살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어린 시절에 멈춰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성장하고...바뀌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곤 하죠. 그래서 친구가 아니라 친구의 친구 얘기도 남들에게 끈질기게 물어보곤 해요. 나는 한번도 본 적 없어도 어떤사람에 대한 말을 듣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까요. 이야기로 치면, 새로운 캐릭터가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근황이 늘 궁금하곤 해요. 아는 사람의 친구, 옛 남자친구, 동생, 형, 언니...뭐 그런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을 생각하고 있죠. '그녀의 동생은 요즘 어떨까? 그녀의 옛날 남자친구는 지금 어디서 뭐할까? 그 녀석이 말했던 아프다던 친구는 지금 어디있을까?'같은 것들요.



 3.어제는 그들이 잘 살고 있나...궁금해서 어떻게든 전화번호를 기억해내거나 카톡 아이디를 기억해내서 일일이 연락을 해봤어요. 답장들이 오고 오랜만에 대화를 하니 좋았어요.


 그리고 그들의 동생이나 친구나 옛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는데...이상해 보일까봐 그러진 못했어요. 사실 그렇게 오랜만에...그것도 새벽에 연락한 것만도 충분히 이상해 보일 일이니까요. 그런데 또 거기다 대고 내가 본 적도 없는 그들의 또다른 친구형제에 대해 캐물으면 그들이 불편해할 것 같았어요.



 4.휴.



 5.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무서워졌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자기 친구나 형제들에 대해 얘기할거고 그럼 내가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불어나니까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왜냐면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누군가가 자기 옛날 남자친구나 가족에 대해 얘기한다면? 아무 특징도 없는 사람 얘기를 꺼내지는 않거든요. 내가 계속 근황이 궁금하거나 걱정될 만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의 얘기를 꺼내죠.



 6.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멈추고 관계의 복원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물론 잘 안되긴 해요. 나는...주워담지 못할 말을 많이 하고 다녔으니까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래요. 사람들 입장에서 나는 그렇게까지 관계를 복원시킬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뭔가 친화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마 내가 오랜만에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아하겠죠.


 특히 위에 쓴, 힘들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겠죠. 그런 사람들 입장에선 어쩌다 한번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오아시스가 되어줄 만한 사람을 골라서 만나는 게 이득일 거란 말이예요. 사람을 만날 시간과 심적 여유가 생겼는데 굳이 그 시간에 나를 보려고 하진 않겠죠. 좀더 좋은 사람을 만나겠죠.



 7.요즘 오랜만에...거의 10년만에 다시 만난 대학교 동생이 있어요. 그의 아버지는 간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의 아버지의 근황을 물어보니 그동안 그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대학교 다닐 때 그가 여동생 얘기를 가끔 꺼내곤 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아 그녀석 진짜 한심해. 맨날 놀고만 있어. 대체 뭐 할려고 저러는지.'라고 투덜거리곤 했죠. 물론 그의 여동생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방안에 앉아 컴퓨터하면서 오빠와 아웅다웅거리는 괄괄한 여자아이를 상상하곤 했죠. 그리고 이제 십수년이 지났어요. 내가 상상한 괄괄한 여자아이에게도 십수년이 지났을 거고요. 어떻게 말을 꺼낼까...고민하다가 물어 봤어요.


 '한데 네 여동생분...요즘 어때? 이제 나이가 조금 있지 않아?'라고 묻자 그가 대뜸 '조금 있는 게 아니라 존나 많은 거지!'라고 외쳤어요. 내가 표현을 고르기 위해 몇 분간 고민한 걸 한방에 날려 버리는 대답이었죠. 그리고 그는 다시 십수년전처럼 여동생에 대해 투덜거렸어요. 투덜거리는 내용은 십수년전과 같았어요. 아직도 맨날 컴퓨터만 한다고요.





 ----------------------------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어제 새벽에 연락한 사람들 중에 카톡 소리때문에 깬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외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괜찮았겠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아침에 일어나서 할 걸 그랬나...싶어요. 이 게시판에도 아마 연락받은 사람이 있을 텐데 그랬다면 미안하네요.


 사실 어제 자기 전에 한 연락들 중...답장이 안 온 연락들은 제대로 갔는지 안 갔는지 잘 몰라요. 나는 연락처 기능을 안 쓰거든요. 설령 쓰더라도 안 보는 사람들은 지우고요. 기억을 더듬어서 전화번호로 연락처를 추가해서 연락하거나 카톡 아이디를 다시 기억해내서 연락을 보냈어요. 카톡에 자기 사진이 있거나 몇년째 같은 사람들은 이거다 싶은데...배경 사진만 있으면 제대로 기억을 해낸건지 엉뚱한 사람에게 보낸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278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9383
113381 남자보다 여자를 더 만나야겠다 싶은 요즘이네요(넋두리와 조언) [1] 안유미 2020.07.03 599
113380 [혐]故 최숙현 선수 폭행 녹취록... [10] 모스리 2020.07.03 1012
113379 동양대 조교 “징계 준다는 검사 말에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 쓴 것” [13] 사막여우 2020.07.03 1196
113378 내가 지구를 망치길 그만두기 [3] 예상수 2020.07.02 583
113377 한 원로 배우의 갑질 소동 [9] Bigcat 2020.07.02 1387
113376 [회사바낭] 진행중... [3] 가라 2020.07.02 445
113375 간식같은 글, 반면교사 [1] 안유미 2020.07.02 396
113374 [넷플릭스바낭] 제목 한 번 잘 지은 독일 드라마 '다크'를 끝냈습니다 [12] 로이배티 2020.07.02 733
113373 [관리] 상반기 보고 및 의견 수집. [21] 엔시블 2020.07.01 931
113372 한국 제1의 DB라고 불리기도 우스울 '네이버 영화' [2] tomof 2020.07.01 752
113371 코로나 시국이 열어준 현자타임 [1] 예상수 2020.07.01 630
113370 김민아 아나운서가 결국 선을 넘었네요 [13] 모스리 2020.07.01 2029
113369 날로 먹는 옥수수 첨 먹어봤네요 [4] 가끔영화 2020.07.01 518
113368 왜 장혜영은 기재위원으로 배당이 되었을까? [7] 사팍 2020.07.01 657
113367 미련 - 신윤철 [2] 은밀한 생 2020.07.01 278
» 요즘은 옛날에 헤어진사람들을 다시 만나보고 있어요 [3] 안유미 2020.07.01 619
113365 낼 모레 드디어 뮤지컬 해밀튼이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됩니다 [4] 얃옹이 2020.07.01 305
113364 침묵의 소리로 남아있네_영화 졸업 마지막 시퀀스 [4] 사팍 2020.07.01 351
113363 요즘은 타나토포비아를 이겨내며 살려고 하고 있어요 [2] 안유미 2020.07.01 474
113362 조국 5촌 조카 징역 4년 - 정경심과 공모혐의 대부분 무죄 [7] ssoboo 2020.06.30 10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