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과 사람들

2020.10.16 03:59

안유미 조회 수:391


 1.사람들이랑 만나는 건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활동은 소소하게 식사하고 차 마시고...아니면 영화 보러 가기 위한 거죠. 진짜 사람들과 만나는 건 노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에 하는 거예요. 


 진짜로 놀거나, 또는 진짜로 일하거나 하는 건 대개 혼자 해요. 물론 그때도 사람을 만나긴 만나지만 그때 만나는 사람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롤...덧씌워진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인거죠. 


 진짜로 놀거나...진짜로 일할 때 만나는 놈들이 역할이라는 가죽을 뜯어내고 자신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면 짜증나요. 그건 여러분도 그렇겠죠.



 2.뭐 그래요. 진짜로 사는 날에는 진짜 사람을 못 만나고, 진짜로 살아가지 않는 날에는 진짜 사람을 만나는 거죠. 


 사실 나는 백수라서 자신을 드러낸다거나...자신을 숨긴다는 생각은 별로 할필요 없어요. 나는 24시간 나로 사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쉬는 날...인간들이 진짜 그들 자신이 되는 날 그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걸 꽤나 좋아하더라고요. 자신의 생각...자신의 의견...뭐 그런 것들을 내보이기 좋아하죠.



 3.전에 썼듯이 여자를 만나면 요즘은 돈을 쓸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내게 시간을 쓰는 여자는 내게 돈도 쓰거든요. 정상적으로 직장을 잘 다니는 여자들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나니까요. 그 소중한 시간을 쓰는 상대라면, 돈을 쓰는 건 껌인 거예요. 맨날 호스티스만 만나다가 정상적인 여자를 만나보니 돈을 쓸필요가 없어서 좋더라고요.



 4.휴.



 5.그리고 남자 또한 그래요. 정상적인 직장을 다니는 남자를 만나보니, 내가 돈을 쓸필요가 없는 거예요. 가끔씩 고깃집이나 술집에서 '내가 낼께!' '아니 내가 낸다니까!'하는 남자들을 보며 저놈들은 대체 왜 저러나...싶었는데 요즘은 이해가 가요.


 왜냐면 회사에서 직급 대 직급...직원 대 직원으로, 업무적으로 만나는 관계라면 그냥 회사 카드를 쓰니까 아예 그런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업무 중에서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거니까 법인카드를 긁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거의...가진 시간의 대부분을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보내요. 그러니 업무에서 해방되어서 누리는 자유시간은 그들에게 황금 같은 거고요.



 6.그러니까 남자들 또한, 그런 황금 같은 시간에 나를 만난다는 건 내게 돈도 쓴다는 거죠.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거지 시간을 내 준다면 돈을 쓰는 것쯤은 껌이니까요. 물론 비싼 거는 안 사 주지만...그래도 사주는 게 어디예요? 


 고깃집이나 술집에서 '내가 낼께!'하면서 실랑이를 부리는 남자들은 꼭 허세로 그러는 게 아니라...정말로 돈을 내고 싶은 거더라고요. 왜냐면 소중한 자유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내준 상대라면, 밥값도 내고 싶어지는 걸 거니까요. 



 7.어쨌든 정상적인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되니 내가 꼭 돈을 내야 한다는 롤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좋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이 벗어나고 싶네요. 나는 사실 돈쓰는 거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왜냐면 돈을 좋아하니까요. 돈을 좋아하기 때문에 돈을 쓰는 건 원래부터 매우 싫어했어요.


 후...내일은 고기로 해장하고 싶네요. 혹시 고기 좀 사줄 수 있는 사람 없나요? 상수역이나 신도림역에서 오후 3~오후 9시 사이에 시간이 나요. 없다면 뭐. 혼자 고깃집에 가서 처량하게 먹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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