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주의 대규모 확산이 진정된 후 호주는 다시 조용한 상태입니다. 물론 제가 사는 곳에서는 대규모 확산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일상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헬쓰 클럽, 식당 등등 모두 정상 영업이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사실 정도만 아직도 체감중입니다. 국내여행도 슬슬 다시 오픈할 모양인데 여행사와 운수업종들이 이미 몰락했습니다. 코로나로 부터 국민들을 지키고 경제를 희생했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문 꽉 닫아 걸어잠근 것 치고는 나름 선방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요즘 중국이랑 사이가 틀어져서 그 타격도 예상되는데 이게 지금보다는 좀 더 후에 반영이 될지, 아니면 우려하던것과는 달리 별 영향이 없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서서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게 좋지 않나?'라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중국이랑 계속 각을 세울거라면 말이죠. 그런데 최근 BTS 사태를 보니, 이건 정말 아무리 조심한다고 조심해도 불똥이 어디에서 튈지 모르고 호주는 특히 5 eyes 앙글로 연맹으로 묶여 있어서 대놓고 미국편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엑시트 플랜을 잘 세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속의 경제는 모순투성이죠.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정부도 재정부담이 지금 엄청난 상태예요. 사태가 길어지면 무작정 돈을 계속 뿌리기는 힘들죠.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워킹 할리데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놓으니 이제 수확철을 맞은 망고, 아보카도, 각종 과일 농장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농작물을 포기해야할 판국이예요. 뉴스에서는 리포터가 '이런 일은 내국인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네요. 왜 그럴까요? 한 쪽에는 실직해서 직업이 없는데 왜 수확철 농사일을 그 사람들이 가서 해 주고 단기적으로나마 돈을 벌 수 없는 것일까요? 물론 생활 기반이 다른 지역에 있고 가족 문제라든지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길어봤자 3개월짜리입니다. 또 싱글인 사람들도 있죠. 사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큰 연령층이 젊은 층인데요.  부모님께 연락하니 한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외국인들이 안 들어와서 수확철에 일손이 딸려서 난리였다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여기저기서 일을 많이 하셨대요. 품삯으로 실물을 받아오셨답니다.(수확한 농작물) 제 생각엔 모순인 것 같은 이런 경제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잘 설명해주는 이론이 존재하겠죠? 지금이야 이래도 예전에는 이런 일들도 모두 내국인 노동력으로 충당했을텐데요. 저임금의 문제는 아니예요. 한국은 모르겠지만 호주는 최저임금에 대한 법적 보장이 굉장히 엄격해서 농장일이 힘들기는 해도 도시에서 카페 알바 등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습니다. 물정 모르고 영어 잘 안되는 외국 아이들이 브로커에게 사기당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런 일만 피하면 단기간에 바짝 벌어서 간다고 단기 비자 외국인들이 선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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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장기근속 휴가도 받고 연차도 많이 쌓여서 한국에 간다면 꽤 머물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코로나때문에 다 날아갔죠. 기미 치료도 한국에 가서 하려고 했는데 망했어요. 낮밤으로 집에만 계속 처박혀 있다 보니 고향생각도 나고 그래서 요즘 저와 동향 출신인 이 분 노래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는 사이라는 건 아니고)


이 노래 처음 들었을 때 '흠, 울산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가서 충격 받은 경험으로 저렇게 노래를 썼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시드니에서 살면서 딱 저런 느낌을 받아서 이 노래에 감정이입이 많이 됩니다. 시드니처럼 큰 도시에 살아본 게 처음이라 초반에는 인파에 적응하느라고 꽤 고생했습니다. 처음 직장을 구했을 때, 그 때는 저희 사무실이 시내에 있었습니다. 집에서 전철을 30분을 타고 가는데 복잡해서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 그러면 30분을 서서 가야하고 또 시내에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기차에서 타고 내리는 게 전쟁이고 이틀만에 돌아오는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며 '진짜 출퇴근 힘들어서 회사 못 다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시드니 사람들은 2시간 통근 거리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어떤 친구집에 놀러가면 집 앞에 논이 펼쳐져 있고 진짜 논농사를 짓는 집 애들도 있었죠. 변두리 지역이긴 해도 저희 동네에서 시내까지는 버스 타고 15분이면 가는데 윤수일씨는 장생포 어촌이 집이었으니 십분 이해는 갑니다. 저보다 훨씬 이전 세대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 때는 진짜 주변이 모두 논밭에 촌이었을 듯. 그래도 그렇지, 가사 2절에 '친구가 그리워서 앞뒷집을 둘러봐도..' 부분에는 피식 웃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웃집을 왜 찾아가요?...노래니까 그냥 그렇게 가사에 쓴 것 이겠죠?

 

유튭 알고리즘에 엮여서 딸려나오는 비디오들을 한 없이 보고 있는데, '사랑만은 않겠어요'가 데뷔곡이라는 건 알았지만 '유랑자', '추억' 등 유명한 노래들이 모두 윤수일씨 히트곡이었네요. 저는 TV에서 이 분을 접하던 시절이 한창 록 음악 스타일로 하시던때라 그 이미지에 대한 괴리감이 큽니다. 어떤 아나운서가 인터뷰에서 '다문화 1세대'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다문화는 아니죠. 이 분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라고 평생을 한국에서 사신 그냥 한국인입니다. 이 분의 음악 세계도 굉장히 한국적이고요. 트로트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록 음악도 굉장히 토속적인 한국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찝어서 말은 못하겠는데 80년대 그룹사운드들은 특유의 뭔가 한국적 록 색채가 있어요. 송골매나 이치현 등등의 음악에서도 비슷한 걸 느끼거든요. 제가 남친님에게 이런 음악을 들려주고 영향을 받았다거나 비슷한 영미의 음악 스타일, 뮤지션등을 대라고 하니 모르겠다고 합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 스타일이래요. 그러고 보면 제 느낌도 영 틀린 건 아닌가봐요. '떠나지마' 같은 노래는 지금 들어도 그루비한 사운드에 그 베이스라인... 진짜 이 분의 음악세계는 재평가 받아야 합니다. 너무 대중적이고 인기 있었던 탓인지 그 음악성은 상대적으로 많이 묻힌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터뷰도 많이 하셨습니다. 요즘은 그냥 편안하게 대놓고 사투리로 인터뷰 하십니다. 덕분에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고향에 대한 향수가 굉장히 강하고 그런 노래들을 많이 만드셨네요. 어릴 때 20년을 살고 40년 서울 생활을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고향을 그리워 하는게 사람의 회귀본능인가 싶습니다. 저도 은퇴하면 어디에서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고양이님을 모시고 있어서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시드니에서 살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속에서 사무실에 많은 외국인 이민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이게 언제 끝날 지 모르고 나이드신 부모님과 친척들이 멀리 떨어진 외국에 있어 서로 방문도 못하니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많아요. 윤수일씨의 노래를 듣다가 고향생각 하다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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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해금이 되면 진짜 향수삘 찐하게 묻어나는 노래들만 모아서 한국인들 많이 다니는 거리에 나가서 버스킹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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