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과 말머리 그대로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두 시간이 좀 넘는 흑백 영화구요. 스포일러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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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치곤 꽤 신경 쓴 포스터!!! 보면 아시겠지만 그냥 그림입니다. ㅋㅋㅋ)



 - RKO와 오손 웰즈의 관계를 간략히 설명하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제는 정말 '올드맨'이 되어 버린 게리 올드만이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한 외딴 집으로 실려 들어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우쌰우쌰 짐을 옮기고 가사를 챙길 여성 한 명과, 그리고 이 양반이 부르는 걸 받아 적고 타이프할 여성 한 명이 따라붙죠. 게리 올드만이 작가시랍니다. 오손 웰즈가 자신이 찍을 영화의 각본을 광속으로 납품 받아야할 상황이 되었고, 재능은 있지만 워낙 술고래에 생활 태도 개판이기로 유명한 게리 올드만, 그러니까 '맹크'와 계약을 한 후 일에나 전념하라고 여기에다 처박아 놓은 거죠.


 당연히 잠시 후 맹크가 집필할 각본은 그 전설의 영화 '시민 케인'의 초고입니다. 외딴 집에 처박혀서 생활 통제를 받으며 전설의 명작이 될 시나리오를 뽑아내는 예술가의 이야기려나... 싶은 순간에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몇 달 전으로 돌아가요. 그래서 맹크가 어쩌다 다리를 저랬는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웰즈와 일하게 되었는지, 대략적인 가족 관계와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그래서 결국 맹크란 놈이 어떤 사람인지... 를 보여주면서 분주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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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크와 타이프 요원 겸 맹크 감시원님)



 - 좀 거칠게 말해서 '시민 케인? 그거 다 각본빨 아냐?' 라는 게 근래의 트렌드였나 봅니다. 시민 케인 자체가 그 정도로 압도적인 우주 명작이냐... 는 의문부터 시작해서 과연 웰즈가 훌륭한 촬영 감독과 완벽한 각본 없이 그 정도 일을 해낼 수 있었겠냐. 라는 문제 제기까지. 그동안 신성시 되던 작품을 재평가하는 작업 같은 건가 보죠. 전 당연히 잘은 모릅니다만. ㅋㅋ

 근데 좀 찾아보니 데이빗 핀쳐도 '시민 케인'과 오손 웰즈에 대해서 좀 삐딱한 입장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 와중에 웰즈의 찬란한 이미지 뒤에 (비교적) 가려져 있던 맹크, 그러니까 허먼 J. 맹키위츠의 존재와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덧붙여서 그를 통해 당시 헐리웃과 미국 사회의 추악한 모습도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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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이자 레전드인 오손 웰즈님. 하지만 여기선 한낱 조연일 뿐... 인데다가 직접 나오는 장면도 얼마 없습니다. 거의 목소리만. ㅋㅋㅋ)



 - 하지만 사실 데이빗 핀처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좀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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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옛날 옛적 흑백 시대 헐리웃 영화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것 말이죠.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우선 다른 것보다도 영화의 모양새에 가장 큰 인상을 받게 됩니다. 

 흑백 영화인 건 물론이고 미장센이나 컷, 편집 스타일까지 그 시절 영화 분위기를 열심히 모사하고 있어요. 배우들도 은근히 그 시절 영화 배우들의 연기 톤을 섞어서 연기를 합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음향까지 그 시절 스타일로 녹음해버렸다는 거. 왜 그 인물들 목소리가 좀 멀리에서 울리는 듯이 들리는 옛날 영화 사운드 있잖아요. 그것까지 열심히 재현을 해놨어요.


 사실 이런 시도가 이게 처음은 아니죠. 최근만 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웃'에서 타란티노가 주인공들이 찍는 극중 영화 형식으로 비슷한 일을 했어요. 데이빗 린치도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를 통해서 역시 똑같은 시도를 했죠. 

 하지만 감독들 성향 따라 방향성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타란티노는 그 시절 싸구려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격으로 만들어 찍다 보니 좀 코믹한 면이 강조가 됐었고. 데이빗 린치는 살짝 뭐랄까... 일부러 필름 그레인까지 넣어가면서 옛날 영화 스타일의 매력적인 부분은 물론 허접하고 모자란 느낌까지 열심히 살려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의 데이빗 핀처는 그 옛날 스타일 중에서 멋짐, 아름다움, 매력적... 과 같은 속성들만 쏙쏙 빼다가 자기 스타일로 버무린 느낌입니다.


 데이빗 핀처는 이야기도 잘 만들지만 기본적으로 스타일리스트잖아요. 덕택에 이 영화는 여러모로 사람들을 눈호강 시켜주는 영화입니다. 그냥 거의 모든 장면들이 다 아름답고 멋져요. 살짝 과장하자면 보면서 이야기가 맘에 안 들고 재미 없어도 눈이 즐거워서 끝까지 보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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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슥 지나가는 장면들조차도 이런 식이라는 것.)



 - 그럼 담고 있는 이야기는 뭐냐... 따져보면요.

 아마 간단한 소개글만 보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당연히 그 위대한 걸작 '시민 케인'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짐작하게 되기 쉽죠. 제가 그랬구요.

 근데 '시민 케인'은 그냥 이 영화 소재 중 하나이자 주인공 맹크의 인생 중 중요한 한 순간 정도의 의미 이상은 아닙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짜로 집중하고 있는 건 당시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에 맞춰 돌아가는 헐리웃의 지저분한 모습들과 그 한 가운데 서 있던 낭만적 멘탈의 예술가가 그런 현실과 부딪히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냥 사회 비판과는 좀 결이 달라요. 왜냐면 그 사회에 맞서는 게 '낭만적 영혼의 예술가'니까요. 뭐 넓게 보자면 '그런 냉정하고 비열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라는 식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거기에서 '우리는'을 빼고 '예술가들은'이란 말을 넣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이 영화가 그려내는 맹크라는 사람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속 이 양반의 경력과 인생 살이가 대부분 현실과 일치하는 건 맞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정도만 봐도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로 '각색'될만한 자격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걸 연기하는 게 게리 올드만이니 뭐. ㅋㅋ 


 영화의 캐스팅을 잘 보면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열심히 검색을 해 보면) 대부분의 배우들이 실존 인물과 어울리는 생김새를 감안해서 선택된 게 보이는데요, 정작 주인공인 이 맹크의 경우엔 전혀 닮지 않았어요. 심지어 당시 맹크와 현재의 게리 올드만은 나이 차이도 20살 정도 난다고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리 올드만을 캐스팅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겠죠. 어쨌든 그 게리 올드만의 매력과 연기, 그리고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 덕에 이 맹크라는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뭐 현실에서 엮이긴 싫은 캐릭터지만요. 보면서 저 양반 아내는 진짜 보살이다 싶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맹크도 꾸준하게 자기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나랑 왜 살아주는 건데? ㅋㅋㅋ


 그리고 극중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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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만다 사이프리드입니다. 

 아, 이 분을 흡족하게 본 영화에서 괜찮은 역으로 본 게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사실 이 분도 본인이 맡은 역할의 인물과 그리 닮진 않았습니다만. 저 시절식 스타일링이 정말 딱 떨어지게 예뻐서 뭐 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았고.

 그 와중에 캐릭터도 좋고 연기도 좋았어요. 앞으로도 좋은 역할로 자주 보게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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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일단 너무 예쁘니까요. (쿨럭;)



 - 사실 보면서 좀... 그랬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심대한 문제는 이게 꽤 마니아 수준의 배경 지식을 요하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사실 최소한의 지식만('시민 케인'이 그렇게 쩌는 영화라며? 정도?) 갖고 그냥 봐도 스토리 라인 따라가는데 아무 문제는 없지만 그런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많은 걸 놓치게 되는 이야기에요. 네 그게 바로 저구요. <-

 맹크가 헐리웃 스튜디오를 누비며 마주치는 사람들 중 대사가 있고 이름이 있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유명한 실존 인물이며 그 인물들의 커리어와 당시 상황에 맞는 이야기들을 하죠. 그리고 당시 정치적 상황이나 그와 엮인 헐리웃의 분위기, 유력 인사들의 성향과 현실 행적 등등을 어느 정도 흐릿하게라도 알고 보지 않으면 영화 속 재미의 거의 절반 이상은 놓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로 쭉 흘러가거든요. ㅋㅋㅋ 그리고 실제로 종종 어떤 인물의 대사나 행동이 잘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있구요.


 그리고 위와 같은 문제점의 여파로 주인공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좀 불편해지는 감이 있어요. 이 양반이 어떤 선택을 할 때 마다 자동으로 따라오는 반응이 주변 사람들의 기겁인데요.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기겁하는지 잘 와닿지가 않으니 그냥 머리로 '응. 뭔진 모르겠지만 과감한 거구나'라는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거죠. 흠.

 

 예를 들어 저는 맹크가 왜 그렇게 자꾸 오즈의 마법사를 까대는지, 영화를 보고 검색해 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ㅅ=

 또 결정적으로 '시민 케인은 과연 누구의 영화인가'에 대한 논쟁에 관심이 없고 알지도 못 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마지막 부분의 전개 역시 감흥이 덜해지겠죠. 네. 이것 역시 제 이야기구요. ㅋㅋㅋㅋ



 - 암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오늘도 주절주절 말만 많았습니다. 더 이상의 무식 인증을 멈추기 위해 이만 정리할 게요.

 데이빗 핀처의 야심적인 눈호강 무비... 로 생각하고 즐겨도 좋을 것이고, 호사스런 느낌의 그 시절 구경거리들을 좋아하는 분들 역시 꼭 보셔야할 영화입니다.

 1930~1940년대 헐리웃과 헐리웃 영화들을 많이 보고 즐기셨던 분이라면 또 반드시 보셔야겠구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팬이셔도 꼭 보셔야 합니다. <-

 뭐 배경 지식 거의 없이 봐도 재밌고 결말에서 여운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만, 그런 경우엔 어느 정도 손해 보는 느낌(?)은 감수하셔야한다는 거. ㅋㅋㅋ

 

 그래도 어지간하면 그냥 보세요.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이런 퀄리티의 오리지널 영화는 최종적으로 맘에 들든 안 들든 간에 일단 시도는 해봐야 매달 내는 요금값을 챙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게 다 우리 돈으로 만든 거라구요!!!




 + 전설의 레전드가 된 남자에 대한 음모론(?)을 펼치면서 그 남자 말고 그 남자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주목한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랑 비슷한 얘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 언제나 그렇듯 데이빗 핀처의 영원한 벗, 트렌트 레즈너가 음악을 맡았습니다만. 음.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애초에 컨셉이 '옛날 영화'이니 정말 그 시절 영화스런 음악만 나오거든요. 선곡을 하셨나...

 

 +++ 영화가 영화이다 보니 촬영 스틸샷마저도 그 시절 스틸샷 분위기 뿜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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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스탠 반장님도 나이 먹으시더니 많이 유해지셨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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