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호텔 잡담...

2021.02.23 15:31

여은성 조회 수:361


 1.내일 문을 여는데 아직도 홈페이지가 없는 호텔이 있다...? 뭐 그래요. 페어몬트 홈페이지가 아직도 없네요. 


 하긴 홈페이지가 있든 없든 당장 가지는 않겠지만요. 물론 호텔은 새로 열었을 때 초반에 한번쯤 가보는 게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길이 들었을 때예요. 신선함과 직원들의 긴장감이 동시에 유지되면서도 얼마쯤 서비스가 정착되었을 때쯤에 가는 게 좋죠. 



 2.어딘가를 가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걸 좋아해요. 이건 어느 업장이나 그렇거든요. 뜨내기 손님에게 보이는 풍경이 있고 단골 손님에게만 보이는 풍경이 있죠. 그리고 사장이 서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있고 웨이터의 입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있어요. 또한 매니저의 입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있고 직원에게 보이는 풍경이 있고요. 그리고 큰손의 입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또 따로 있는 거죠.


 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시점과 입장이 있고 그것들이 표출되던 안 되던 어쨌든 시스템은 굴러가는 거죠.



 3.그리고 호텔에서는 그것을 아우르는 사람이 총지배인이겠죠. 예전에도 한번 썼었는데 왜 호텔의 총지배인은 외국인인 걸까요? 차라리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라면 모르겠어요. 아무리 외국 체인이라고 해도 어쨌든 한국에서 돈을 버는 업장인데 딱히 한국통도 아니고 한국어를 할줄도 모르는 외국인을 굳이 총지배인에 앉혀놓는다...? 한국인을 총지배인으로 앉히는 것보다 더 메리트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 다니는 호텔도 외국인이 총지배인이었는데 호텔 회원도 그와 이야기할 땐 영어를 써야 하고 매니저들도 그와 업무 얘기든 뭐든 할 때 반드시 영어로만 가능했거든요. 총지배인은 객실 관련이나 다른 식음료업장, 부대시설에 있어서 총괄을 맡아야 하는데 저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소통하면 과연 의견전달이 잘 될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총지배인의 능력이 아무리 쩔어도 호텔이란 건 입지, 인식, 하드웨어 부분에서 90%는 먹고 들어간다고 보거든요.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의사소통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히 가능한 현지인이 맡는게 낫지 않나...싶은데 말이죠. 아무리 엄청난 호텔리어라도 말도 안 통하고 문화권도 다른 곳에 가서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한 건가 싶기도 해요. 차라리 엔지니어나 공학 관련이라면 언어나 문화권의 벽을 뚫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이렇게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에 외국인을 쓰는 게 장점이 있을까요?



 4.휴.


 

 5.그야 나는 호텔 관련 공부를 안했으니 내가 아는 대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어요.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메리트가 있긴 있으니까 외국인을 한국 호텔의 총지배인으로 앉히는 거겠죠. 


 그런데 한국 호텔의 총책임자로 오는 외국인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한국에 와서 근무하는 건 좌천일까요? 아니면 좋은 경력일까요? 그야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제일 좋은 건 자기네 나라나 영어 문화권에 있는 도시의 호텔에서 총지배인을 하는 거겠죠.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쉐라톤이나 페어몬트같은 좋은 호텔의 총지배인을 해볼 기회는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서울 정도면 지표에 따라 세계에서 TOP 5는 되는 도시니까요. 서울에 새로 여는 페어몬트의 총지배인 정도면 매우 좋은 기회에 속하긴 하겠죠. 



 6.페어몬트 홈페이지를 찾다가...정작 홈페이지는 못 찾고 총지배인으로 온다는 사람의 인터뷰를 읽었어요. 칼 가뇽이란 사람이더군요. 무난한 문답들이 이어지는 인터뷰였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매우 공감가는 말을 하더군요. 


 럭셔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호텔리어로서 럭셔리란 지속성이다. 고객에게 한 번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라는 답변이었어요.



 7.사실 나는 그 '지속성'을 믿지 않거든요. 어떤 호텔이라고 해도 해피아워와 조식의 음식, 서비스, 부대시설의 퀄리티는 맨 처음 열었을 때가 제일 좋아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그것이 입시미술이든, 회사 면접이든, 업장 운영이든, 연인간의 연애든 운동이든 빡세게 힘을 줘야 할 때 더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빡세게 힘줘서 보여주는 게 2년 3년 5년씩 갈 수는 없는거예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럭셔리를 표방하는 호텔이라도 가장 힘을 빡세게 줬던 시기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죠. 왜냐면 호텔이란 곳은 비일상을 제공하는 곳인데 정작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일상이 되니까요. 호텔 같은 업장들은 그렇거든요. 놀러 온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개장 초기에 감도는 열정과 신선함이 영향을 끼쳐요.


 그래서 위에 호텔이 신선함과 긴장감을 잃지 않은, 개장 초반에 가봐야 한다고 말한 거죠. 호텔이 처음 열었을 때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뇽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철학이 정말로 지켜진다면 페어몬트 호텔은 언제 가도 상관없는 곳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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