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이니 벌써 12년이나 묵은 영화네요. 그냥 넷플릭스가 자꾸 들이미는데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봤는데 재밌어요. 스포일러 안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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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다 구려서 그냥 그 중 가장 심심하게 생긴 걸로 골라봤습니다)



 - 자폐증이 있는 어린 아들래미를 혼자 키우며 사는 싱글맘이 주인공입니다. 오늘 따라 아들이 유난히 속을 썩여서 열불이 터지고, 그 와중에 누가 집 벨을 누르고 튀는 장난까지 쳐대서 더더욱 빡치지만 암튼 오늘은 아들을 학교에 맡긴 후 친구가 모는 요트를 타고 하루 달콤한 휴식을 즐길 계획이지요. 

 친구와 친구가 키우는(?) 젊은이, 그리고 친구의 친구와 그 아내와 친구(...)와 함께 요트에 몸을 싣고 바다로 떠나 친구와 근황 대화도 나누고 샴페인도 한 잔 하며 기분을 푸는 것도 잠시, 갑자기 "모두 다 죽었어요!! 제발 구해주세요!!!" 라는 정체불명의 무전이 날아들고, 연달아 닥쳐온 너무나도 부자연스런 폭풍에 배는 전복되고, 친구의 친구의 아내의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살아남아서 뒤집어진 배 위에 올라타고 정체 없이 표류하던 중에 불행 중 다행으로 타이타닉 사이즈의 거대한 배가 정확한 속도와 각도로 다가와요. 무사히 그 배에 올라타서 목숨을 건졌나... 하는데 그 배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유령선이었던 겁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무사히 귀환하기 위해 일행은 그 배를 수색하기 시작하는데, 뭔가 수상한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설명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겠죠. 그리고 주인공은 문득 이 상황에서 아주 이상한 점을 눈치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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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인간 동생과의 짧고 즐거운 뱃놀이)



 - 과연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일까? 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네요. 시작하고 30~40분쯤 지나면 이 영화가 호러 영화 중에서도 특정 서브 장르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걸 알고 봐도 감상에 해가 되는 건 전혀 없지만 그래도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밌을 거고, 영화의 포스터나 예고편에도 거기에 대한 정보는 없거든요.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이 영화에 대한 듀나님의 리뷰가 있고, 듀나님은 그 리뷰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그걸 언급하고 계시네요. 그리고 앞문장을 적다가 찾아낸 한국 버전 포스터에도 그게 언급되어 있어요. 그러니 엄밀히 말해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봐야. ㅋㅋㅋ


 그래서 그냥 그 부분을 포함해서 적겠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 분이라면 이쯤에서 글은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보시는 게 나을 거에요. 

 저는 꽤 재밌게 봤고 듀나님도 별 셋을 준 영화이니 평타 이상은 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스포일러 방지 겸 해서 짤 하나 넣고 이야기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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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햄스워스가 나옵니다!)



 -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는 루프물입니다. 네, 이유를 알 수 없게 특정 상황이 무한 반복되면서 그 안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이야기죠.

 제가 맨 처음 도입부 스토리 요약에서 생략한 게 그겁니다. 주인공은 '난 이 배에 왔던 적이 있어!' 라는 걸 깨달아요. 그리고 이어지는 반복 체험 속에서 살 길을 찾는 건데...

 여기에서 나름 독창적인 추가 설정이 들어갑니다. 대략 두 가지인데, 하나는 루프의 형식(?)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루프의 발동 조건에 대한 겁니다.

 근데... 이건 둘 다 진짜 스포일러라서 얘기를 할 수가 없네요. ㅋㅋㅋ


 대충만 이야기하자면, 원래 루프물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특정 시간대로 복귀'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 영화의 루프에는 복귀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루프의 발동 조건은 보통 시간(ex. 자정이 되면 롤백!)의 흐름 아니면 주인공의 사망이잖아요. 근데 이 영화의 조건은 전혀 달라요. 

 이 두 가지 특이한 점이 모두 영화의 드라마, 호러와 연결이 되고 그 연결을 아주 효과적으로 잘 해놨어요.


 아무튼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두 가지 설정 덕에 이 영화는 전에 본 적이 없는 나름 참신한 루프물이 된다는 겁니다.

 그게 맘에 들 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겠지만, 호평을 할 수도 있고 '이게 뭔 장난이냐!'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개성이 있다'라는 건 부정할 수 없구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루프물의 바다 속에서 이 정도면 나름 큰 존재 의의가 분명한 스토리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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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 유람중인 주인공 패거리들. "이봐, 방금 전까지도 사람이 있었던 거라고!")



 - 또한 이 영화는 나름 강렬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 가서 아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감정. 이 자체도 드라마틱한데 그러기 위해서 주인공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 그 드라마를 증폭시켜 주고요.

 당장의 상황이 대략 해결되고난 후에 스윽 하고 튀어나오는 국면 전환,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고 정리되는 끝장면에서 깨닫게 되는 이야기의 큰 그림. 

 이 모든 것을 다 보고 나면 이야기에 알알이 박혀 있던 떡밥들이 일거에 회수되고 그것이 지금껏 지켜봐온 드라마를 더 강렬한 느낌으로 마무리 해줍니다.

 참 이야기를 잘 짰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 많은 앞뒤 안 맞는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ㅋㅋㅋㅋ



 - 그리고 또 한 가지 장점이라면, 주인공 배우의 연기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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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리사 조지. 왜 성이 조지인 거죠...)


 주인공 하나를 제외하면 딱히 비중이라고 할만한 게 없는 인물들 뿐인, 그러니까 주인공 혼자서 시작부터 끝까지 하드 캐리해야 하는 영화거든요.

 또 심심풀이 땅콩용 소품 호러 영화의 주인공 치고는 나름 진지하게 연기가 필요한 역할인데, 꽤 괜찮았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을 주는,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걱정하면서 이입해줘야 하는 인물... 이라는 좀 난해한 미션을 잘 해내더라구요.

 찾아보니 애초에 90년대부터 쭉 활발히 활동해 온 나름 네임드 배우셨더군요. 역시 또 저 자신의 무식함에 무릎을 탁! 치며... (쿨럭;)



 - 큰 단점이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사실은 이야기에 구멍이 많거든요.


 영화를 보는 동안엔 그냥 '앞뒤 안 맞는 게 두어개 있네' 정도로 생각하며 보게 되는데, 다 보고 나서 기억을 정리해보면 두어개의 두어배 정도는 떠올라요. ㅋㅋ

 쌩뚱맞지만 '너의 이름은'의 스토리랑 좀 비슷한 경우 같습니다. 와! 이거 재밌겠는데!? 하고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고 그걸 토대로 스토리의 큰 틀도 근사하게 짜놨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도저히 온전하게 성립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아이디어였던 거죠. 그리고 이대로 포기할까 아님 배째고 만들어버릴까... 에서 후자를 선택한. 뭐 실제 상황이야 제가 모르지만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얘깁니다. ㅋㅋㅋ 


 그래도 시나리오 작가님께선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단 관객들에게 정보 푸는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면서 와다다다 빠르게 전개해버려서 구멍이 구멍인 줄 모르고 보게 만들어요. 

 그리고 후반 들어가서 '어? 그럼 아까 그 장면은 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할 때 즈음엔 국면 전환, 떡밥 회수 장면들을 또 계속 때려 박아서 생각을 오래 못 하게 만들죠.

 그 와중에 우리의 멜리사 조지님께서 궁서체로 진지한 드라마 연기로 중심을 잡아주시니 보는 동안엔 크게 불만이 안 생기구요.

 다 보고 나서는 이제 이것도 오류, 저것도 오류... 하고 기억들이 막 떠오르지만 이미 영화를 재밌게 봐 버린 터라 '아니 루프물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대충 잊게 됩니다.

 사실 좀 사기당한 사람이 적는 후기글 같은 느낌이지만 암튼 전 그랬습니다. ㅋㅋㅋ



 -  종합하면 전 이렇게 봤습니다.

 닳고 닳은 장르 공식에다가 아주 소탈하게 신선한 디테일 하나를 추가한 후 그 아이디어를 꾸악꾸악 쥐어짜내며 런닝타임을 꽉 채우는 영화입니다.

 그 아이디어를 각본이 완벽히 소화해내진 못해서 종종 '에이~ 이건 앞뒤가 안 맞네ㅋㅋ'라며 키득거리게 되지만 그래도 꽤 신선하고 재밌는 상황과 장면들을 많이 뽑아내주니 그 정도는 양해해주고 싶어졌네요.

 규모는 소박하지만 참 성실하고 똑똑한 축에 속하는 알찬 호러 영화였습니다. 재밌게 봤구요. 다만 개연성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 관대한 마음은 필수입니다. ㅋㅋㅋ




 + 위에서 말했듯이 한국판 포스터에는 이렇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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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 루프 스릴러' 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유난을 떨어서 죄송합니다만, 영문판 포스터나 예고편에는 그런 얘기가 전혀 안 나온다구요. ㅋㅋㅋ

 게다가 그 와중에 동생 헴스워스를 주인공처럼 적어놨네요. 허허 이 분들...



 ++ 제목 '트라이앵글'은 영화 초반에 잠깐 타고 다녔던 요트의 이름인데요. 사실 그 요트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주인공이 겪는 이 일이 모두 망할 바다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주인공 일행이 요트 놀이 하던 구역이 버뮤다 삼각지대 근처거든요.



 +++ 주인공을 맡은 멜리사 조지를 제외해도 익숙한 얼굴 둘이 나옵니다. 요트 주인이자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를 연기하신 분은 최근에 변태 싸이코 투명인간의 동생 역할로 익숙해졌고. 그 분과 함께 배에서 먹고 자는 젊은이는 동생 햄스워스가 맡고 있습니다. 투명인간 동생에 토르 동생이 참가한 파티라니 타임 루프 따윈 씹어 먹어줘야 하는 것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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